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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20 가을녁 사랑
  2. 2010.09.08 가을 4

가을녁 사랑


가을녁 사랑일랑 하지를 마오
고작 한철 벌겋게 얼굴 붉히다
이내 바람결에 쓸려 떨어져
끝내 누런 먼지로 밟혀나갈
부질없는 정일랑 주지를 마오
아즉, 겨울도 되기 전이외다
그대 견뎌야할 고독은 차고도 깊소
둘러보오, 그대보다 어린 나무들도
홀로 북풍을 이겨낼 준비를 하오
다시 봄의 싹을 얻기 위해선
한껏 아름답게 물드는것보다
단단한 뿌리내림이 중요한 법이외다
이른 봄바람에도 휘청거릴
뿌리 약한 연일랑 맺지를 마오
얼기설기 엉성한 얽어짐들이
서로를 긁어내고 생채기 입히다
끝내 끊어져버릴 연이라면
애초에 너른 들에 홀로 서시오

2011.10.20 - 가을녁 사랑

외로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렇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맺는 관계라는 것을 생각해볼때면, 스스로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란 것은 반대로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나쁜 변수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외로움은 분별력을 흐리고, 조급하게 만들고, 그럼으로 인해 쉽게 오판을 불러오게 된다. 일전에도 얘기했지만 외로움은 긍정적으로 바라볼때는 끈질기게 사람을 향하게 하는 힘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관계를 형성하려고 할 때는 항상 그 관계를 지금 원하는 이유가 '외로움' 때문인지는 반드시 한발 멈추고 돌아봐야 한다는 거다. 언제나,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는거다. 관계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이유로, 사실 가을이란 건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기에 썩 좋은 계절이 아니다. 사람들은 외로워지고, 감상적으로 변하며, 다가올 추운 날들에 대한 걱정으로 조급해지기 십상이다. 물론 우리는 적당히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만한 월동준비를 해야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지금 시기에 구매한 대단히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난로를 내년 봄이 되면 창고에 쳐넣어야 한다는 것을 잊는다. 그리고, 너무다 당연히도 사랑은 필요할때 창고에 쳐넣어둘 수 없다.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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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어느해 마주한
오색의 가을
파랑의 하늘
빨강의 단풍
노랑의 은행잎
고동의 나무
그리고,
진분홍의 그대

그대 떠난 후에
다시 돌아온
오색의 가을
파랑의 하늘
빨강의 단풍
노랑의 은행잎
고동의 나무
그리고,
진회색의 그리움

2010.09.08 - 가을 -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무더위가 아침저녁 바람이 살짝 서늘해진것만으로도 물러가는 기분이다. 봄가을이 없어지네 동남아 기후로 변해가네 기상이변이 어쩌네 저쩌네 투덜투덜해도 적어도 내가 삶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매년 돌고 돌아온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가을이면 언제나 깜빡 잊고 있을 법 했던 인연들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거나, 반대로 떠난 이들이 퍼뜩퍼뜩 가슴 한구석에서 고개를 들어 괜스레 싸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넓은 광장에서 홀로 가을 바람을 맞으며, 가기는 같이 가놓고는 어째 너만 돌아왔느냐고 괜히 가을에 타박을 날리기도 했었더랬다. 온통 알록달록하게만 느껴졌던 계절이 마음 한구석의 그리움으로 온통 칙칙하고 두렵게만 느껴졌던 해도 있었더랬다. 그래도 또 다시, 또 다시 돌고 돌아 가을은 온다. 떠난 이들도 어디선가 가을을 맞이하고 있겠지. 부디 내 기억속에 살아있는 그 모든 사람들이 맞이하는 가을이, 알록달록한 오색의, 바라보는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단풍잎처럼 물들어버리고 싶어지는 그런 계절이 되기를.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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