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짝

얼마나 멀어졌을까
문득 가늠해보려 할 참이면
이제는 너와 나 팔 벌려
한치, 두치 헤아릴 수는 없는
어쩌면 일생을 서로를 향해 걸어도
머리에 하얀 눈 내릴적이면 만날까
생각할수록 먹먹하게 멀어진 거리

어쩌면 반발짝
기껏해야 반발짝
등을 돌려 걸어가게
이렇게나 멀어지게 만든
그대와 내 마음의 거리는
고작해야 반 발짝
그때도, 지금도 닿을 수 없는
이제는 발을 내밀 기회조차 없는
그대로 영원이 되어버린 반발짝

2010.8.18 - 반발짝 -

살아가며, 만남과 이별을 거듭해가며, 또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을 바라보며 매번 느끼게 되는 것은 이런 것이다. 만남과 이별에, 인연의 맺고 끊어짐에 뭔가 거창하거나 대단한 이유가 있는 편이 오히려 드물다는것. 사람들은 너무나 간단한 우연으로도 만나게 되고, 너무나 우스운 이유로도 이별하게 된다. 황당하리만치 어이없는 이유로도 말이다. 예를 들어 어제 친구와 마신 술 한잔 때문에 오늘 헤어지게 되는 연인들은 또 얼마나 많던가.

그렇기에 사람은 발걸음을 떼어놓을 수 있을때 더욱 더 힘차게 한발짝씩 서로를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고작해야 반발짝, 서로의 마음이 자리하는 간격 반발짝. 그 반발짝을 다가서지 못해 평생토록 찐득하게 남는 후회를 질질 끌고가게 된다면 그만치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고작해야 반 발짝 마음의 거리가 지구를 일곱번 돌고도 남을만치 기나긴 그리움이 된다면 그건 또 상상만 하더라도 얼마나 끔찍한 일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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