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느해 마주한
오색의 가을
파랑의 하늘
빨강의 단풍
노랑의 은행잎
고동의 나무
그리고,
진분홍의 그대

그대 떠난 후에
다시 돌아온
오색의 가을
파랑의 하늘
빨강의 단풍
노랑의 은행잎
고동의 나무
그리고,
진회색의 그리움

2010.09.08 - 가을 -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무더위가 아침저녁 바람이 살짝 서늘해진것만으로도 물러가는 기분이다. 봄가을이 없어지네 동남아 기후로 변해가네 기상이변이 어쩌네 저쩌네 투덜투덜해도 적어도 내가 삶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매년 돌고 돌아온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가을이면 언제나 깜빡 잊고 있을 법 했던 인연들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거나, 반대로 떠난 이들이 퍼뜩퍼뜩 가슴 한구석에서 고개를 들어 괜스레 싸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넓은 광장에서 홀로 가을 바람을 맞으며, 가기는 같이 가놓고는 어째 너만 돌아왔느냐고 괜히 가을에 타박을 날리기도 했었더랬다. 온통 알록달록하게만 느껴졌던 계절이 마음 한구석의 그리움으로 온통 칙칙하고 두렵게만 느껴졌던 해도 있었더랬다. 그래도 또 다시, 또 다시 돌고 돌아 가을은 온다. 떠난 이들도 어디선가 가을을 맞이하고 있겠지. 부디 내 기억속에 살아있는 그 모든 사람들이 맞이하는 가을이, 알록달록한 오색의, 바라보는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단풍잎처럼 물들어버리고 싶어지는 그런 계절이 되기를.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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