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울음

기껏해야 한 철
가을 낙엽과 함께 바스러지는
볼품없는 허물 한점 남기기 위해
그렇게 우는 것이 아니다
뜨겁게 달궈지는 날들일수록
더 시끄럽게 울어대는 까닭은
그저, 그 계절보다 더 뜨겁게
누군가의 가슴을 울리고자 하는
온 몸을 다한 구애의 울음소리
너라면 무엇으로 남고 싶겠는가
바람과 함께 날아갈 껍데기 한꺼풀인가
긴긴 세월 가슴 한켠에 머무를 메아리인가

2010.08.09 - 매미울음 -

사무실 앞에 공원이 하나 있다. 매미란놈이 얼마나 시끄럽게 울어대는지 문 닫아놓은 사무실 안까지도 짜랑짜랑하니 울음소리가 들린다.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갔는데 같이 계셨던 모 차장님께서 얼마 못산다고 더 시끄럽게 짝지으려 난리친다는 농담을 던지신다. 그런가요 하며 웃어버리고는 사무실로 들어와서 배경음악처럼 매미울음소리를 들으며 끄적여본다.

괜찮다. 설령 그 사랑은 바짝 마른 매미 허물처럼 바스러질 지언정, 그 뜨거웠던 여름보다 더 뜨겁게, 그 요란했던 매미 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사랑을 위해 울어보았으니 말이다. 짧은 생에, 그렇게나 온 몸으로 사랑을 위해 울어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거대한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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