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그린

나는 들었다
철로 옆, 가녀린 들풀들이
한사코 철로로 몸을 눕히다
이내 지축을 울리며 달려온 쇠바퀴에
갈갈이 찢겨 신음하는 소리를
열기에 짓눌려 스러질 삶이라면
차라리 저 달리는 기차 바퀴 한구석
작디 작은 초록의 흔적으로 남아
그 길을 함께 달리고 싶었노라고

그제사 나는 그 마음을 안다
보라, 아직도 이 가슴 안에
그밤 그대의 초록 원피스 자락이
한없이 울창하게 드리워져있지 않던가
마냥 서늘하기만 한 그늘은 아닌
탄내나는 가슴위로 어느새 우거진 녹음으로

가만히 자갈들을 그러모은다
담배에 불을 붙여 올리고 손을 모은다
여전히 철로 위로 저마다 몸을 누인다
멀리서 기차가 오는 소리 들린다

2010.07.16 - 센티멘탈 그린 -


사실, 모든 면에서 주체적인 삶의 완성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기에, 나는 스스로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악영향을 끼치는, 좋지 못한 방향으로 소모하는 사랑에 반대하는 편이다. 물론 어떤 사랑은 좋은 사랑이고 어떤 사랑은 나쁜 사랑이다 이렇게 획일적인 어떤 기준을 통해 구별할 수 있는것은 아니고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플러스마이너스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양날의 검같은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보게 되지 않던가. 무한한 고통을 겪으며, 귀중한 시간들을 참 안타깝게 소모하며 몸도 마음도 상하게 되는, 그런 사랑들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어찌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정말 그런 사랑들로 인해 괴로워하고 몸부림치는 이들을 대할적에 그만둬, 그건 미친짓이야 - 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한다. 그 말이 소용이 없을 거란 생각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슨 자격으로 타인의 사랑을 함부로 재단하랴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그런것이다. 답이 나오지 않는 사랑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걸어보는, 그의, 그녀의 가슴에 아주 작은, 스쳐지난 삶의 흔적중 가장 작은 일부가 되어 남겨지더라도 단지 그것만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렇게, 삶의 끝까지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었고, 내가 삶의 끝까지 가져갈 기억들이 있기에. 사실 뭐 그정도만으로도, 아무리 개고생으로 점철된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썩 나쁘기만 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않겠는가. 기나긴 삶동안, 서로 서로의 마음에 조금씩 자리를 잡고 함께 걸어간다는 것이 말이다. 그저, 단지, 그정도 뿐이라도.

흉측한 빌딩들과 먹구름이 그득한 도시는 온통 잿빛이다. 그래도 마음은 센티멘탈 그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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