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하늘이 높아질수록
해란 놈은 어찌하여
그리도 성급히 지평선 너머
누구도 꿈꿔보지 못한 곳으로
제 몸을 뉘이는지
혹여, 녀석도
은은한 미소 지으며
낮동안 고생하였노라고
노을빛 이불 펼쳐놓고 맞아줄
어여쁜 각시 하나
지평선 너머에 감춰둔건지

2010.09.28 - 노을 -

미친 폭염과 폭우가 오락가락하던것이 거짓말같은, 그저 아침에 눈을 떠서 창문을 열자마자 환하게 웃음이 머금어질 정도로 사랑스러운 날씨들의 연속이다. 티끌 한점 없이 맑은 하늘에 고개를 돌릴적마다 멍 - 하니 취해있다가 분주히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보면 어느새 또 말갛게 물들어가는 풍경이 보인다(물론 어제는 뜬금우가 내렸지만) 참으로 사랑하기 좋은 날들이 아닌가.

부쩍 높아진 하늘임에도 부쩍 짧아진 해를 느끼며, 문득 한참 야근을 반복하던 2007년의 어느 날, 여의도 트윈타워 고층에서 내려다본 퇴근길 행렬의 불빛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바지런히 스스로를 품어줄 집이며 사람이며를 찾아 돌아가는 행렬들을. 돌아갈 곳이 있다는것은 물론 행복한 일이지만, 또 가끔은 얼마나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는 것인가. 악몽으로 잠을 설친 것 치고는 맑은 날씨덕에 기분좋게 시작하는 하루다. 그래도 오늘은 역시, 그대 품으로 서둘러 돌아가고 싶은 날이다.

'소오강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짐  (6) 2010.10.06
눈물샘  (2) 2010.10.01
가을  (4) 2010.09.08
반발짝  (8) 2010.08.18
  (6) 2010.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