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홀로 울지 않을 것이다
늦은 밤 외로울땐, 맘보춤을 출 것이다
새벽 이슬 한방울을 취하려고
밤을 지새우는 어리석음을 버릴 것이다
더는, 내 것이 아닌 상처를 부여잡고는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염분의 양을 늘이려
한없이 통곡하지 않을 것이다
삶은 고행, 단 한번도 쉽기만 한 적이 없었음을
주문처럼 되뇌이며 떠날 것이다
시골 아낙들의 시끄러운 수다소리와
시원한 바람과 괴로운 똥내음과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며
털털거리는 낡은 버스에, 짐짝처럼 실려
토악질이 치밀어 오를 쯤 도착한곳이 바로 삶의 종착역
그리고 그 종착역에서 나를 반기는것이
살찐 길고양이의 노오란 엉덩이 뿐이라 하더라도
눈물도 없이 슬픔의 춤을 추고
세상에서 가장 천박한 웃음소리로 웃은 연후에 나는,
유쾌하게 절망하리라

2010.10.09 - 다짐 -

절망조차 유쾌하게. 흐느낌조차 흥겹게. 번뇌조차 산뜻하게. 괴로운 길을 명랑하게 걸어가기 위한 주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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