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수 있는 동안


어느날엔가부터
이맘때면 밤을 가득 채웠어야 했을
귀뚜라미의 노래소리가
시나브로 짧아져감을 느낄적에

나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외치고 들어야 한다고
당신의 귓가에, 나의 목소리로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들을 듣고
마음껏 행복해할 수 있는 동안에
보라, 저 마른 밤의 습기들을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몸뚱이를 서로 부대껴
북풍에 스러질 가녀린 풀잎들을 위해
한 방울 이슬 혹은 한점의 의미로 남고자하는
바지런한 몸부림을

2010.10.10 - 들을 수 있는 동안 -

봄 가을이 짧아져감을 올해만큼이나 실감한 해가 또 있었을까. 미치도록 더운 여름이 이어지다가 귀뚜라미 소리가 살짝 들리나 싶더니 어느새 뜨끈한 방바닥이 그리워지는 날씨로 변해가고 밤은 한없이 고요하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그렇게, 하나 둘 씩, 굉장히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었던 것들을 하나 둘 씩 잃어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것들을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동안 그것을 들어서 좋다고, 볼 수 있어 좋다고, 만질 수 있어 행복하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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