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태우는 계절

어쩌면
그 계절의 끝자락에 머물던것은
낙엽 태우는 냄새가 아니었음을
다만, 뜬 눈으로 지새우던 불면의 밤들
그 까만 밤들보다 더 까맣게 타들어가던
이내 가슴에서 치밀어오른 탄내였음을

또, 생각해보면
그리하여 그대는, 까만 눈물을 흘렸을까
숯덩이가 된 가슴 가여워하며 흘렸던 눈물에
다 타버린 가슴, 검댕이나마 씻겨나가
그래 겨우 숨이라도 쉬고 사는 걸까

2010.10.12 - 낙엽 태우는 계절 -

그렇게나 온갖 슬픔으로 찌들었던 날들에는, 급하게 피워 무는 담배 한가치에도 태우는것이 담배인지 내 가슴인지 모를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슬픔이 가득했던 어느 가을의 끝자락에 맡았던 낙엽 타는 내음이 그렇게나 강렬하게 기억에 자리잡은 이유는 바로 그러한 탓일 것이다.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던 시절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염치 없이 웃고 행복해하며 잘도 살아간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내가 다시 웃고 웃을 수 있게 될때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려주었던가. 그러기에 나의 행복은 나만의 것이 아닌 것이다. 적어도 삶에서, 누구 하나에게 어떤 의미라도 남게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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