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긍정


볕도 들지 않는 작은 방
묵직한 몸뚱아리 찬 바닥에 뉘인다 한들
천정 위로 바스락대는 어느 鼠生 소리에
혹은 어둔 방 한구석 습기찬 벽지 틈으로
한껏 머금다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마른 잠 깨어 도로 책장 펼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달가운 새벽이랴

또는 끝내 다하지 못한 정에
가슴 한켠, 날마다 설운 눈물 품고 살아도
다만 홀로 아프거나, 홀로 괴롭거나
혹은 홀로 살아가거나 죽어가거나
넌더리 나는 삶의 무게, 나 홀로 지고 가니
이 또한 얼마나 커다란 위안이랴

2011.04.26 - 서글픈 긍정 -

삶에서의 가장 끔찍한 순간들에는 아주 자그마한 긍정조차 발견해내기 힘들다. 대다수의 그것들은 그 끔찍한 순간이 한참을 지나온 순간에서야 발견되곤 한다. 태풍이 불어 온통 쑥대밭이 된 대지 위에서 여린 새싹 하나 남아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 마냥 말이다. 그렇듯, 당신이 경험했을지도 모르는 가장 참담했던, 결코 원하지 않았던 이별의 순간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당신은, 지루하고 기나긴 삶동안 어쩌면 그 사람과 고통을 나누기는 커녕 서로에게 묵직한 짐이 되지는 않을것이란 믿음 하나는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을 거듭해온 무수한 사람들에 의해 증명된 하나의 사실은 누군가와 삶을 공유한다는 것과 누군가를 죽을만치 사랑한다는 것은 조금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문제다. 아마도 그래서, 그 끔찍한 이별 앞에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라면 저런 굉장히 서글픈, 초라한, 볼품없는 긍정이라 해도 그것은 당신에게 매우 커다란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뿐이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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