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녁 사랑


가을녁 사랑일랑 하지를 마오
고작 한철 벌겋게 얼굴 붉히다
이내 바람결에 쓸려 떨어져
끝내 누런 먼지로 밟혀나갈
부질없는 정일랑 주지를 마오
아즉, 겨울도 되기 전이외다
그대 견뎌야할 고독은 차고도 깊소
둘러보오, 그대보다 어린 나무들도
홀로 북풍을 이겨낼 준비를 하오
다시 봄의 싹을 얻기 위해선
한껏 아름답게 물드는것보다
단단한 뿌리내림이 중요한 법이외다
이른 봄바람에도 휘청거릴
뿌리 약한 연일랑 맺지를 마오
얼기설기 엉성한 얽어짐들이
서로를 긁어내고 생채기 입히다
끝내 끊어져버릴 연이라면
애초에 너른 들에 홀로 서시오

2011.10.20 - 가을녁 사랑

외로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렇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맺는 관계라는 것을 생각해볼때면, 스스로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란 것은 반대로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나쁜 변수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외로움은 분별력을 흐리고, 조급하게 만들고, 그럼으로 인해 쉽게 오판을 불러오게 된다. 일전에도 얘기했지만 외로움은 긍정적으로 바라볼때는 끈질기게 사람을 향하게 하는 힘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관계를 형성하려고 할 때는 항상 그 관계를 지금 원하는 이유가 '외로움' 때문인지는 반드시 한발 멈추고 돌아봐야 한다는 거다. 언제나,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는거다. 관계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이유로, 사실 가을이란 건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기에 썩 좋은 계절이 아니다. 사람들은 외로워지고, 감상적으로 변하며, 다가올 추운 날들에 대한 걱정으로 조급해지기 십상이다. 물론 우리는 적당히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만한 월동준비를 해야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지금 시기에 구매한 대단히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난로를 내년 봄이 되면 창고에 쳐넣어야 한다는 것을 잊는다. 그리고, 너무다 당연히도 사랑은 필요할때 창고에 쳐넣어둘 수 없다.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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