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모두가 자리를 떠난 사무실
이제는 나도 가야지 하다 창밖을 보니
어깨동무라도 할 듯 가까이에 솟은
날선 콘크리트 건물 20여층에서
여전히 잠들지 못한 불빛이 보인다

저 불빛 아래는, 또 누군가의 아비
혹은 누군가의 사내, 누군가의 아들이
온갖 삶의 무게를 짊어진채
이리도 깊은 밤을 지켜가고 있는걸까
괜스레 짠한 마음만 남긴채 사무실을 나선다

언젠가 더 늦은 밤에는
퍼뜩 홀로임이 사무치는 밤에는
봉화를 올려야겠다, 환한 형광등 불빛으로
아니, 사무실 전원 버튼을 까딱거리며
위로의 모르스 부호를 날려야겠다

헝클어진 넥타이에, 배가 불룩 나온
중년의 부장님에게 답신이 올지 모른다
어쩌면 그는 별빛에 가까운 옥상에 올라
양 팔 휘두르며 수신호를 보낼지도 모른다
고생하십니다, 소주나 한잔 하시겠습니까
 
깊은 밤을 울리는 위로의 타전
한마디 말없이 스쳐지나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위로의 타전
오늘도, 도시의 밤을 지키는 이들에게.

2011.04.06 -야근-

밤을 하얗게 태우는 날들의 재시작이다. 퇴근 무렵엔 눈이 다 빡빡하다. 답답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는데, 도심을 가득 메운 고층빌딩의 군데군데 불이 밝혀진 사무실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어떤 사실중, 가장 보편적인 상황에서 가장 큰 위로가 되는것은 '혼자가 아니야'라는 생각이다. 그래,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 더 바지런히 일하며 밤을 밝히는 이들이 있구나. 참 별 것 아닌 사실에 위로를 받으며, 문득 그 모두에게 화이팅을 외치고 싶어졌던 밤이었다. 화이팅. 당신들이 지새운 밤들만큼이나, 당신의 삶이 충만해지길. 화이팅.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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