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묻건데, 일찍이
봄을 품지 못한 봄바람보다
냉랭한 것이 또 있던가
다시 묻건데
온기 한점 없는 입맞춤보다
볼품 없는 기억이 또 있던가

2011.03.29 - 봄바람

봄이 왔다 하는데 날이 차다. 바람은 여전히 쌀쌀하다. 겨우내 지겹도록 허연 눈덩이들을 바라보았을 어느 지방에선 몇일 전까지도 눈소식이 들려오곤 했었더랬다. 봄바람은 그렇지 않았다. 꽃샘추위라 해도 마찬가지다. 봄바람은 봄기운을 담고 있어야 한다. 가지 끝을 슬쩍 스치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겨우내 움츠렸던 꽃망울들이 바스락대며 기지개를 켜고 싶어지리만치.

세상의 모든,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들이 그렇다. 시시때때로 껍데기만 가지고도 나름의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허나 그것들은 결국엔 빠르게 잊혀지거나, 가장 볼품없는 기억의 단편으로 남거나 하게 되는 것이다. 가슴 더듬으려고 통과의례처럼 쭉쭉 빨아대는 입맞춤이 무슨 기억을 남기겠는가. 기껏해야 눅눅한 습기밖에 더 남기겠는가. 입맞춤에 진심을 담아내지 못하는 주제에, 아무리 용을 써봐야 그게 얼마나 뿌리깊은 기억,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 밤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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