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삶에 관하여 - 3 -

많이 노는 사람이기보다 잘 노는 사람이고 싶다. 스스로에게 여유를 허락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노는 방식이야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어느 순간에 내가 어떻게 노는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인줄은 알고 놀고 싶다는 얘기다. 스스로 마땅히 누려야만 하는 휴식과 여유를 어떤 책임감이나 의무감으로 마냥 희생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스스로에게 여유와 휴식을 제공하려면 마땅히 다른 이들과 어떤 관계들 속에서 그만치 더 공을 들여 대하고 힘써 행함으로 어느 시점에 내가 이래저래하여 좀 숨좀 고르겠소 한다면 누구라도 그대라면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노라고 끄덕일 수 있을만은 하여야 할 것이다. 시간과 돈의 무게를 잘 달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깟 돈 몇푼 더 벌자고 스스로의 삶을 지나치게 피폐하게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대로 쓰잘데 없는 여유를 부리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놀지는 못해 놀아도 돈 것 같지 않은 마음에 마냥 게으름만 부리고 싶어지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조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취미가 나이 들어도 즐길 수 있을 만한 것인지는 한번 되짚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이 들어 여유는 생기고 하는 일은 적어지는데 즐길 것마저 줄어든다면 그게 나이를 그냥 고대로 먹어가는 지름길이다. 다행히 나야 쓸데없이 이것저것 끄적대기를 좋아하니 밥벌이와는 전혀 무관하게 죽을때까지 이것저것 끄적여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나이 들어 골방에 틀어박혀 글만 끄적일 것도 아니니 좋은 취미를 두어개 늘여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운동과 같은 것은 언제 가지더라도 좋은 취미니 하나쯤은 꾸준히 하도록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좋을것이고 악기를 다루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취미를 고를때 항상 고려해야 할 것은 그것이 어떤 상황이나 환경의 제약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버려져야 할 취미가 아닌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가다보니 에지간한 취미에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지만 꼭 그렇게 돈을 쏟아부어야 만족을 느낄 수 있고 하는 취미라면 아마도 그 취미로 인한 즐거움보다 지날수록 버겁고 괴로움이 커지지 않을까 두렵다. 물론 그것도 스스로의 능력이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일이겠지만.

좋은것을 보고 즐기는 일에 쉽게 질리고 무뎌진다면 스스로 그것을 과연 충분히 즐기고 그 참맛을 보았는가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워낙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고 오감을 어지럽히는 오만가지 새로운 것들이 날마다 튀어나오는 세상인지라 누구라도 쉽게 무뎌지고 자극에 둔감해짐은 당연한 일일 것이나 스스로를 지나친 자극에 노출시키고, 그리하여 이러저러한 마모됨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오랫동안 즐거운 일을 찾고 누리는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극에 둔감하게 반응해서인지 아직껏 눈만 내려도 바다만 보아도 좋아라 즐거워라 하는데 이런 것들은 늘그막에까지 쭈욱 끌고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한다. 어릴 적에야 만날 새롭고 좋은 것, 짜릿하고 황홀한것들을 찾기 위해 천지사방을 헤매고 다니는 것이 당연하다 하더라도 나이 들어까지 그리 살아서야 사오십만 넘겨도 세상에 재미난것이 하나 없을까 두려운 일이다. 정말로 좋은 것이 있다면 하나를 즐김에도 끈기를 가지고 깊이 있게 즐겨보는 자세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어떤 것들이 가지고 있는 참맛은, 진국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훑어낸다고 해서 맛볼 수가 없는 것이 아니던가.

나이를 잘 먹는다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니 스스로가 살아가며 보게되는, 참 나이를 헛먹었다 싶은 이들을 보며 저리 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항상 고민하며 살 일이다. 어떤 사람이라는 하나의 우주라는게, 참으로 스스로 어떻게 행하느냐에 따라 좁쌀만치 작아지기도 헤아릴 수 없이 넓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지금은 저들을 욕하지만 내가 나이 먹어서 그들처럼 행동하게 되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일이다. 주어진 상황, 환경, 경험으로 인해 사람은 빠르게 변하고 빠르게 경직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뻔한 이중잣대를 태연히 들이밀고 그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항상 누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건간에 일단은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들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어린 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마냥 나랑은 거리가 먼 것이로다 철없는 것들이로다 하며 깎아내리지 않고, 나보다 나이 먹은 이들의 이야기에 뻔한 잔소리다 고리타분한 소리다 하며 귀를 막아버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얼마나 살아가느냐보다는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항상 더 주의를 기울이되, 세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동안에는 반드시 건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껏 살아오며, 내 몸이 아프고 괴로운데 타인에게 마냥 그 사람의 온갖 장점들만을 다 내비치며 사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사람이란것은 그런것이다. 스스로가 좋고 편하고 멀쩡해야 남들에게도 좋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이지 내 스스로가 괴롭고 아픈데 남들에게는 좋고 편하게만 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그렇게 어거지를 부려볼 수는 있더라도 그것을 꾸준히 지속해나갈 수는 없는것이다. 무슨 무협지에나 나올법한 보양식을 찾아 헤매고 그러라는 말이 아니다. 그건 그것대로 집착이고 꼴불견이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운동, 그리고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낼적에 빨리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요, 건강에 해로운 것을 멀리하는 게 두번째이다. 스스로 지금까지는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 이 부분이니, 앞으로는 당연히 더 힘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른들이 하는 말이 항상 틀린말은 아닌것이다. 돈은 없었다가도 생기고 있었다가도 사라지고 하는 것이지만 건강은 한번 잃어버리면 도로 찾기는 열배는 힘이 든 것이다. 강철이라도 씹어먹을 나이에 골골하고 있는 젊은이들도 많이 보게 되는데, 스스로의 삶을 모조리 즐기고 누리려면 지금부터 건강관리부터 하라고 권해주고 싶어지는게 당연한 노릇이다.

사는 것도 여행이고 죽는 것도 여행이니,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쓸데없는 집착들로 괴로워하다 죽는다면 그만치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하나 둘씩 버려나가야 하는 것들중 하나가 그런 집착들이다. 돌아보면 지금껏 사람 욕심으로 적잖게 마음을 괴롭게하였고, 지금도 가끔 그런 욕심에 끙끙대고는 하지만 적어도 눈을 감는 순간까지는 그런 욕심들을, 집착들을 모조리 놓아보내고 싶다. 그저 헛헛이 웃으며, 곁에 머물러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참으로 고마웠다고 인사를 할 수 있다면, 그저 내가 손발같이 아꼈던 내 사람에게, 또 몇몇 지인들에게 그래도 그대 있어 다행이었다는 이야기 한마디 듣는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이다. 재산을 남기기보다는 좋은 이야기와 좋은 생각들을 남길 수 있다면 그만큼 복된 일이 없을 것이고, 뒤에 남겨진 이들이 나를 떠올릴적에 괜한 가슴 저림보다 오래된 농담을 들은것처럼 가만히 웃어볼 수 있는 정도의 삶이었다면 참으로 좋겠다.

이것이 스스로가 생각하는 가장 인간적인, 인간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도 멀고도 먼, 그러나 꼭 도달하고 싶은 이상. 가장 인간적인 삶, 너무나 인간적인 삶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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