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0.20 가을녁 사랑
  2. 2010.07.03 외로움에 관하여 - 1 - 6

가을녁 사랑


가을녁 사랑일랑 하지를 마오
고작 한철 벌겋게 얼굴 붉히다
이내 바람결에 쓸려 떨어져
끝내 누런 먼지로 밟혀나갈
부질없는 정일랑 주지를 마오
아즉, 겨울도 되기 전이외다
그대 견뎌야할 고독은 차고도 깊소
둘러보오, 그대보다 어린 나무들도
홀로 북풍을 이겨낼 준비를 하오
다시 봄의 싹을 얻기 위해선
한껏 아름답게 물드는것보다
단단한 뿌리내림이 중요한 법이외다
이른 봄바람에도 휘청거릴
뿌리 약한 연일랑 맺지를 마오
얼기설기 엉성한 얽어짐들이
서로를 긁어내고 생채기 입히다
끝내 끊어져버릴 연이라면
애초에 너른 들에 홀로 서시오

2011.10.20 - 가을녁 사랑

외로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렇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맺는 관계라는 것을 생각해볼때면, 스스로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란 것은 반대로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나쁜 변수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외로움은 분별력을 흐리고, 조급하게 만들고, 그럼으로 인해 쉽게 오판을 불러오게 된다. 일전에도 얘기했지만 외로움은 긍정적으로 바라볼때는 끈질기게 사람을 향하게 하는 힘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관계를 형성하려고 할 때는 항상 그 관계를 지금 원하는 이유가 '외로움' 때문인지는 반드시 한발 멈추고 돌아봐야 한다는 거다. 언제나,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는거다. 관계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이유로, 사실 가을이란 건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기에 썩 좋은 계절이 아니다. 사람들은 외로워지고, 감상적으로 변하며, 다가올 추운 날들에 대한 걱정으로 조급해지기 십상이다. 물론 우리는 적당히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만한 월동준비를 해야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지금 시기에 구매한 대단히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난로를 내년 봄이 되면 창고에 쳐넣어야 한다는 것을 잊는다. 그리고, 너무다 당연히도 사랑은 필요할때 창고에 쳐넣어둘 수 없다.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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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관하여 - 1 -

사람으로 나서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그, 사람으로 나서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업과도 같은 외로움을 마냥 달갑게 맞을 수 있는 사람은 또 어디 있겠는가. 외로움이란 그런것이다. 피하려 한다해도 피할 수 없고, 채우려 한다해도 다 채울 수는 없으며, 도망치려 한다해도 어느새 뒷덜미에 달라붙어 있고, 그저 그러려니 받아들이려 해도 순간순간 오싹한 소름처럼 일어나는것. 주변에 사람이 많으냐 적냐를 떠나 누구나 어느정도는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것, 벗어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래도 조금이나마 덜 - 이란 바램으로 몸부림치게 되는 것.

개개인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외로움을 조금 덜 느끼고, 혹은 조금 더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때론 그게 무엇인지도 까먹은채 지낼 수 있는 운좋은 날도 있을것이다. 스스로가 지금껏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아도 그렇다. 때론 그렇게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몸부림치던 날들도 있었고 때론 앞으로의 삶들에 더이상 그런것들은 없을거란 희망에 들떠있기도 했었다. 그렇게 들떠있다가도 또 어느 순간엔 한순간에 세상에 홀로 던져진듯한 외로움이 치를 떨기도 했었고, 어떤 날들에는 그 모든것들이 우습고 바보같아서 멍하니 쓴웃음만 흘려대던 날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웃고 울고, 때론 오기를 부리며 이겨내려고 발버둥치고 때론 근근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때론 모조리 잊어버렸다가 때론 해일처럼 일어나는 외로움에 휩쓸려 난파당하기도 했던, 그 시간들을 거쳐 이제야 조금, 그, 사람의 삶에 있어 평생의 골칫거리인 그 외로움이란 녀석에 대해 아주 약간의 깨달음이 있어 이렇게 글로 남겨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외로움이란 녀석을 바라보는 관점을 말이다.

골치아픈것, 나를 괴롭게 만드는것, 제거해버려야 마땅한것, 고쳐내야 하는 질병, 극복할 수 있는 어떤것으로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그 외로움이란 녀석은 심술궂은 작은 마귀라도 되는듯 더 집요하게 달라붙고, 그대의 마음 속에 스스로가 자리하고 있는 공간을 넓히려고 버둥거릴 것이다. 자꾸만 그대를 조급하게 만들어 애초에 그대가 바라지 않았던, 그대의 삶을 어지럽힐 좋지 못한 인연들을 맺게 유도할 수도 있고, 자괴감과 절망감들을 키워 누구에게나 당연한 그런것들이 나 자신에게만 유난히 더 나쁘고 더 좋지 못한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들을 키워낼 수도 있다. 단지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치 않는 관계를 맺고, 관계속에서 또 외로움을 느끼고, 관계가 파괴됨에 따라 좌절을 경험하고, 그러면서도 또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스스로에게 유익하지 못한 선택을 하는 악순환속에서 스스로의 귀중한 청춘의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들을 또 얼마나 많이 보게 되던가.

그런, 지리한 악순환을 경험하게 되는 것을 아주 작은 관점의 변화로 피할 수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권한다. 외로움이란 녀석을 다시 바라보라고. 그것은 앞서 말한것처럼 흉측한, 나쁜, 제거해야할, 극복해야할 어떤것이 아니라고. 그것은 자연스러운것,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를 가지는것, 밥을 먹으면 똥이 매려운 것처럼 자연스러운 마음의 작용이라고.

어떻게 그 괴롭고 힘든것을 그렇게 무던히 받아들일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것이 또 왜 그리 어렵기만 하냐고 반문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는것은 어떨까. 만약 어느날, 하루 아침에 내 마음속에 있는 '외로움' 이란 녀석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치자. 혼자 있건 둘이 있건, 연애를 하건 말건 결혼을 하건 말건 친구가 있건 없건 그런것들과 완전히 무관하게 언제, 어디서나 내가 죽을때까지 외로움을 느낄 일이 없다고 가정을 해보잔 얘기다. 그것은 굉장히 놀라운, 기적과 같은, 환희만이 존재하는 경험일까? 불행 끝 행복 시작마냥 그 순간부터 나는 행복의 완전체가 되어, 평생을 눈물 한방울 흘릴 일 없이 살아가게 될까?

아닐 것이다. 완전히 외로움이 사라진 세상에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이런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찾지 않는 것. 물론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이유가 단지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외로움이 없더라도 너를 만나고 그를 만나고 그녀를 만나면서 또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간절함이다. 우리는 더이상 간절해지지 않을것이다.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고 바라고, 사람에 대해 욕심을 내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더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에게 이해받고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 않을 것이다. 삶은 절반쯤 밋밋해지고 심심해질것이다. 간단히 말해 그렇다. 외로움이란 것은, 사람이 사람을 향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에너지라는 것이다. 사람의 무수하고도 복잡 다단한 그 무수한 욕구들중에서도 가장 바닥에 깔려있는, 사람이 사람을 찾고 사람들과 함께 머무르게 만들어주는 가장 기본이 되는 힘이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외로움에 힘겨운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렇게 외로워하고 있는 스스로를, 그 고독감까지도 조금 더 소중히 여기길. 바로 그 마음이 그대를 끊임없이 사람을 향하게 만들어 더 나은 관계속에서, 더 나은 인연들 속에서 조금 더 충만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그대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리라고. 지금 겪고 있는 그 가슴 시림과 괴로움들이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단지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그렇게 사람들을 향해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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