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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07.12 8

반발짝

얼마나 멀어졌을까
문득 가늠해보려 할 참이면
이제는 너와 나 팔 벌려
한치, 두치 헤아릴 수는 없는
어쩌면 일생을 서로를 향해 걸어도
머리에 하얀 눈 내릴적이면 만날까
생각할수록 먹먹하게 멀어진 거리

어쩌면 반발짝
기껏해야 반발짝
등을 돌려 걸어가게
이렇게나 멀어지게 만든
그대와 내 마음의 거리는
고작해야 반 발짝
그때도, 지금도 닿을 수 없는
이제는 발을 내밀 기회조차 없는
그대로 영원이 되어버린 반발짝

2010.8.18 - 반발짝 -

살아가며, 만남과 이별을 거듭해가며, 또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을 바라보며 매번 느끼게 되는 것은 이런 것이다. 만남과 이별에, 인연의 맺고 끊어짐에 뭔가 거창하거나 대단한 이유가 있는 편이 오히려 드물다는것. 사람들은 너무나 간단한 우연으로도 만나게 되고, 너무나 우스운 이유로도 이별하게 된다. 황당하리만치 어이없는 이유로도 말이다. 예를 들어 어제 친구와 마신 술 한잔 때문에 오늘 헤어지게 되는 연인들은 또 얼마나 많던가.

그렇기에 사람은 발걸음을 떼어놓을 수 있을때 더욱 더 힘차게 한발짝씩 서로를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고작해야 반발짝, 서로의 마음이 자리하는 간격 반발짝. 그 반발짝을 다가서지 못해 평생토록 찐득하게 남는 후회를 질질 끌고가게 된다면 그만치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고작해야 반 발짝 마음의 거리가 지구를 일곱번 돌고도 남을만치 기나긴 그리움이 된다면 그건 또 상상만 하더라도 얼마나 끔찍한 일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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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열두달
날로 풀어 삼백 육십 오일
앞으로 반백년
혹은 운이 좋아 그 이상 살아가며
제 아무리 기이한 밤들을 만나더라도
더는 놀라지 않으리

그밤
그대 깊은 눈동자에 깃들었던
그 그윽한 어둠을 품었던 밤보다
남은 생동안 내게 얼마나 더
놀랍고 경이로운 밤이 있을까

후덥지근한 여름 밤
함께 깨어있는 놈은 모기 뿐이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밤보다 그대
어둠을 덮고 함께 잠들 내 작은 그대

2010.08.17 - 밤 -

이틀째 새벽까지 사무실에 불을 밝히고 있다. 낮에는 일도 정신이 없는데 사방에서 신경쓰이게 하는 전화들이 줄을 서서 녹초가 되었고 무정하게도 일찍 꺼져버린 에어컨탓에 잔뜩 후덥지근한 밤이다. 이런 밤에 제 연인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내가 어디 있으랴.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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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나는 모른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밀물이 먼저인지
썰물이 먼저인지
행복이 먼저인지
불행이 먼저인지
꿈이 먼저인지
삶이 먼저인지를
그리하여, 또
그리움이 먼저인지
눈물이 먼저인지를

그리워서 눈물이 흐를까
눈물이 흘러 그리운걸까
눈물이 마르면 이 그리움 멎을까
이 그리움 멎어야 눈물이 마를까를


2010.08.03 - 무지(無知) -

선후를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몰라도 좋을 일들이 있다. 사람들 속에서 웃고 떠들다가 갑작스레 왈칵 치밀어오른 눈물에 어리둥절해질적에 어느샌가 조금씩 가슴 가득 채워지고 있는 그리움들을 느끼게 될 때도 있고 그리움이 목까지 치밀어오르는 기분에 참다 못한 눈물들이 꺽꺽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나오는 날도 있을 것이다. 마냥 행복감에 취해서 활짝 웃다가 문득 어느새 그 눈물이 말랐나 하는 씁쓸함에 괜스레 잠들어있는 그리움이 자극받는 날도 있고 하루나 제대로 견딜 수 있을지, 금새 그리움에 짓눌려 고꾸라질것같이 다니다가 그게 언제냐싶게 또 그저 이렇게 웃게도 되는구나 하며 약간의 쓴웃음을 머금는 날도 있을 것이다. 선후를 알아도 개운할 것이 없고, 그걸 알겠답시고 머리를 쥐어뜯을 일도 없는. 그저 흐르는 눈물은 흐르는대로, 넘실대는 그리움들은 넘실대는대로,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채 살아가는것이 제일 좋은법. 말 그대로, 모르는게 약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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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지낸다고
많이 웃으며 지낸다고
웃다보니 눈주름은 한가득 늘고
속이 편해 뒤룩하게 살만 올랐다고
문득 가만히 눈을 떠보니
얼마나 웃으려고 애를 썼는지
저도 모르게 말려올라간 입꼬리
도로 거두기도 민망한 마음에
헛헛히 웃으며 시작하는 하루

2010.07.12 - 꿈 -



이제는 꿈 속에서밖에 만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살아가며 그런 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는건, 또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건 꽤나 견디기 괴로운 일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꿈 속에서밖에 만날 수 없는 이들을 꿈 속에서 만난 날이면 아침에 눈을 뜰적에 괜스레 씁쓸한 입맛을 다시곤 했더랬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꿈이 달콤할수록 현실의 공기는 차갑게 와닿는 법이므로.

어쩌면 나이가 들어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 이전보다는 괜한 마음의 불편함을 덜어내는 방법을 하나 둘씩 깨우쳐가는 듯 하다. 이제는 꿈 속에서나마 그리운 이들을 만날 수 있음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기꺼운 일인가 싶기도 하다. 꿈에서 웃다가 잠을 깨었는데 퍼뜩 입이 웃고 있음을 깨닫는 날이 있다. 어거지로 웃은 것이건 정말로 마음이 기꺼워 웃은 것이건 기왕 웃은거 도로 거두기도 민망하다 하는 마음에 그저 빙긋이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웃을 일은 웃을 일이다. 막연히 그리워할 대상 하나 가지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이란건 또 얼마나 밋밋하기 짝이 없는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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