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기 좋은 비오는 날에 관하여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비내리는 날은 햇빛이 맹위를 떨치는 날보다야 훨씬 연애하기 좋은 날인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우산 쓰세요 우산 씌워주세요 하는 작업의 정석 3-2장 28P 4번째줄의 내용부터 시작해서 한 우산 아래에서 오버하여 상대에게 우산을 기울임으로써 일부러 흠뻑 젖은 어깨죽지를 노출하는 전략으로의 스무스한 이동은 얼마나 무수한 청춘남녀가 써먹었던 방법인가. 보라. 한 우산 아래라는 공간만큼 좁은 공간에서, 남들 시선 의식하지 않고 붙어있을 수 있는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하겠는가. 무수한 멜로영화에서 등장하는 한 우산 씬은 얼마나 풋풋한 청춘남녀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였는가. 수줍은 듯 우산속으로 뛰어들어와 가볍게 팔짱을 끼는 여성으로 인해, 그 팔에 와닿는 아찔한 감촉으로 인해 의식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남성들은 우산이란것이 발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겠는가. 우산 아래 로맨스의 정점을 찍는, 슬쩍 우산으로 가려진, 하지만 분명 키스씬이 벌어지고 있을거라 예상되는 그 우산 너머는 얼마나 또 무수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던가.

어디 그것 뿐이겠는가. 살짝 풋사과는 벗어난 시점의 청춘남녀들이라면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절로 입에 군침이 흐르게 되는 파전과 동동주 한잔이나 빈대떡과 소주 한잔같은 저렴하지만 분위기로 인해 맛이 적당히 보정되어버리는 술자리 데이트를 무척이나 쉽게 기획할 수 있을 것이며 오너 드라이버인 남성이라면 햇볕 쨍쨍한날보다 두배는 쉽게 '바래다 드릴게요'라는 멘트의 설득력을 획득할 수 있지 않겠는가.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평소에는 듣지도 않는 음악을 틀어주며 분위기 한번 잡아보려 해본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우산도 차도 없는 맨발의 청춘이라고? 무슨 문제겠는가. 역시나 무수한 로맨스 영화들에서 검증된 솔루션, 자켓 벗어 머리에 덮어씌우고 함께 뛰어가기 같은 얼마든지 응용 가능한 솔루션들이 있지 않던가! 심지어 '비 좀 잦아들면 움직이자' 와 같은 속 뻔한 멘트들까지도 살려주는것이 비오는 날인 것이다! '오빠 믿지? 잠깐 쉬어가자' 와 같은, 할아버지 세대들부터 사용해온 개구라도 통할 확률이 높아지는 날. 바로 비오는 날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연인들에게 이렇게 고하노니. 비온다고 짜증내지 말고, 이것은 하늘이 내린 기회라는 마음으로 뜨거운 데이트를 즐겨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모조리 말려버릴 듯한 기세의 뜨거운 키스는 어떠할까. 비를 맞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것은 우산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줄 사람이다라는 말을 증명하라! 비오는 날엔 더 촉촉한 데이트를! 그것 또한 청춘의 로망중 일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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