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으로써의 매력이란 '힘'에 관하여

현실에서 슈퍼히어로가 존재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보는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슈퍼 파워가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실제로 그런 슈퍼 파워들을 어떤 사람들이 우연히 얻게 되었을때 영화에서처럼 대단히 정의롭고 대단히 이타적인 행위를 하리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심플하게 말해 그렇다. 어떤 사람이 슈퍼 거미에 물려 거미줄을 타고 날아다니고, 엔간해선 다치지도 않는 강인한 육체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가 악당들과 싸우느라 자신의 삶을 허비하기보다 그 파워를 이용해 무언가 한몫 잡아 편안히 지낼 것이라고 추측하기 더 쉬울 것이란 얘기다. 그 누가 목숨을 걸고 악당들과 싸우다가 직장에서 짤리고 여자친구에게 차일 위기에 놓이겠는가.

그것은 비단 어떤 개개인의 낮은 도덕성이나 정의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슈퍼 파워' 란 것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 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힘의 속성' 이란 것이다. 그것이 어떤 육체적 힘이건 현실사회에서의 어떤 권력이건간에 어떤 개인에게 종속된 어떤 힘이란 것은 언제나 대단히 이타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보다는 그 힘의 소유자를 제외한 타인들에게는 재앙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힘의 속성이라고 해야할지 인간의 속성이라고 해야할지는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거창하고 엄청나게 대단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여기서는 아주 작은, 사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주 작지만 사실 꽤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힘의 남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예를 들어 '이성으로써의 매력' 이란 것을 '힘' 이라고 따져보는 것은 어떨까.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이성으로써의 매력이라는 힘을 함부로 사용한결과 타인에게 재앙이 되는 경우 - 그쯤 되면 재미있게도 우리의 머리속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우연한 대화끝에 끄집어내는 농담같지만 농담같지 않은 흔한 말 하나가 동동 떠다니게 된다. '얼굴값을 한다' 거나 '예쁜(멋진) 사람은 좋지만 예쁜(멋진)걸 알고 있는 사람은 싫어' 라는 말을.

그런 말들을 우리가 흔하게 접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자신의 이성적인 매력을 자각하고 있는 어떤 사람이 타인에게 얼마나 커다란 재앙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이도 보고 듣고 느꼈다는 사실의 증거다.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힘의 크기가 클수록, 곧 그 사람의 매력 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사람은 타인에게 재앙이 될 수 있는 요지가 충분하다. 지금 이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어장 속 물고기와 같은 존재들이 어장관리가 애매모호하게 흘려쓴 싸이 글귀 하나로 긴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겠는가. 언젠가 잘나갔던 때를 떠올려보면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불쑥불쑥 일어나는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올라 아쉽기도 다행이기도 한 복잡미묘한 심정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사실 또 따져보면 누구나 자신의 전성기라 할만한, 스스로의 어떤 매력이 정점에 달하는 어떤 시기란것은 있게 마련이고 그런 시기에 그런 것들을 분명히 자각하게 될 경우는 딱히 원하지 않더라도 어떤 충동들에 이기지 못해서 의도치 않은 상처를 누군가에게 남기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들까지야 딱히 네 죄를 참회하라 하며 딱딱한 설교를 늘어놓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어찌 보면 참 별것도 아닌 힘에 도취되어 거리낌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안기는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향후 그 힘이 사라질때 느끼는 공포감이나 그 힘의 그릇된 사용으로 인해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세금같은것은 당연히 더 커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알기 쉬운 예를 들어 한해 두해 넘어갈수록 이성을 유혹하는것이 어려워짐을 체감하게 되는 바람둥이 남성의 심리같은 것을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아 옛날이여를 아무리 부르짖어본들 그 마음의 허함이 덜어지겠는가. 그렇다고 흐르는 시간을 거꾸로 돌릴것인가.

이쯤에서 정리해보자면 결국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성으로써의 매력이란, 분명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는다면, 그 힘을 휘두름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하는 행동은 어느 선에서는 멈추는것이 좋다는 얘기다. 힘의 충만함을 만끽하되, 함부로 타인들을 이용해서 그 힘을 증명해보고자 하는 것은 그만둘것. 현실세계에서의 힘과 권력이란 것이 슈퍼 히어로 무비와 명백하게 다른 것들 중 굉장히 중요한것이 한가지 있는데, 힘을 가진 사람들은 꽤나 많은 경우에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권세는 십년을 가지 못하고 꽃의 붉음은 십일을 넘기기 힘들다는것. 분명히 존재하는 힘을 당연히 사용해야 할 경우에도 사용하지 못하고 지레 겁먹어 주춤대는 것도 문제지만, 별 것도 아닌 힘을 가지고 뭐 대단한 천년 권세라도 얻은듯 거들먹거리는 것도 그만한 꼴불견이 없는 노릇 아니던가.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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