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인의, 연애시대에 관하여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하다보면 누구나 지치게 마련이다. 사랑이란것이, 연애란것이 그렇게 쉽고 달콤한 것만은 아니지 않던가. 넌더리나게 싸우고, 피눈물을 흘리기라도 할듯이 슬퍼하고, 지겹고 지루해서 하품이 나오고, 그런 모든것들이 사랑이라는, 연애라는 것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는 이상 사랑이나 연애에서 달콤한 면만을 느끼고 싶어하는 마음은 터무니없는 욕심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또 한번의 사랑과 이별을 거친 후에는 누구나 그렇게 외치기 마련이다. 아 제길 내가 이런걸 또 하나봐라, 사랑은 끝났어, 내 인생에 연애는 없어, 연애는 성공의 적(?) 과 같은 말들을 이를 갈면서 토해내게 되지 않던가. 물론 주변에 적당한 경험을 거친 적당히 나이든 사람들이 있다면 그냥 코웃음치며 나중에 얼마나 민망해지려고 지금 그렇게 떠들고 다니냐 하며 무시하겠지만, 또 어느 순간에 과거의 스스로가 그렇게 외쳤던 것을 떠올리며 얼굴이 벌개지는 날들을 대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런 말이 나오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것이다. 아 제길, 도대체 왜, 이딴걸 내가 또 왜,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 이란.

사실 또 사랑과 연애에 대한 모든 것들은 케바케에 가까운지라 일반화시켜 이야기하기 곤란한 문제긴 하지만, 적어도 개인의 대연애시대 - 가 언제 종료되는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스스로는 납득할만한 해답을 찾은 상태라고 믿기에 혹여 그런, 머리를 쥐어뜯으며 도대체 언제까지이이이를 외치고 있을 누군가들이 읽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이렇게 남겨본다. 당신의 연애시대가 언제쯤 끝나는지, 언제쯤 지금의 그 번뇌에서 조금쯤은 자유로워지는지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다.

앞으로 당신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지, 누구와 결혼을 하게 될지, 그것이 언제쯤일지, 그건 모른다. 한치앞도 내다보기 힘든 세상에 미래의 일을 예측한다는게 쉬울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적어도 한가지는 분명하다. 연애시대란 것은, 죽기 직전까지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로 인해 괴로움도 생기고, 괜스레 애가 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어느날 갑자기 얼굴이 화끈해지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있으며 안온함을 느끼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것들이 다 연애의 일부라고 한다면, 당신이 죽는 순간까지도 그것은 끝나지 않는다.

제기랄 이젠 정말 끝 - 이라고 외쳐봐도 소용없다. 그것은 그저 사람의 숙명이다. 무슨 허리케인같은 사랑의 대폭풍같은것이 불어닥치는 일이야 당연히 나이를 먹어가며 터무니없이 줄어들겠지만 그런 것들 또한 언제 새로운 바람이 불지 모르고, 건어물이 아니라 아주 그냥 사막의 모래알 수준으로 건조가 된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어느날 갑자기 폭우처럼 쏟아져내리는 어떤 열정들에 휩싸일지 모르는 노릇인 거다. 그 모든 가능성들을 내포한 그 어떤 개인의 연애시대란것은, 종료가 없다. 생의 종료가 그 시대의 종료다. 운 좋게도, 혹은 나쁘게도 말이다.

하지만 그럼 죽을때까지 이렇게 외롭거나 번뇌하거나를 반복하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요? 차라리 지금 깔끔하게 자결하는게 낫겠어요 - 라고 말할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조금 희망적인 이야기를 덧붙여주자면 이렇다. 완벽한 종료는 없을지언정, 어느 시점에 아, 이제 그 지독한 번뇌들에 깔려 죽을 것 같은 시기는 지나갔구나 - 하고 느끼게 되는 시점은 온다는 것. 과거같으면 훨씬 더 심각하게 괴로워했을법한 어떤 거대한 번뇌가 밀려와도 피식 하고 쓴웃음 한번 지으며 시크하게 넘겨버릴 수도 있는, 어떤 분기점같은것이 찾아온다는 것. 그리고 그 시점은 말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을 만나, 아, 그냥, 이 사람이구나. 하는 순간.

조건이고 뭣이고 모든걸 다 떠나서, 아, 그냥, 이 사람이구나. 싫든 좋든, 잘났든 못났든, 그냥 나는 이 사람이랑 함께하는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거구나.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모든걸 다 떠나서 그냥 이 사람과 함께 삶을 살아나가야겠구나. 그런 기분이 드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것.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역시나 운이 좋을수도 나쁠수도 있게, 그런 순간을 빨리 만나건 늦게 만나건 혹은 만나지 못하건간에, 그저 그런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이 멘트를 떠올려달라. 축하한다. 당신은 이제 더 나은 구애를 위해 끊임없이 황야를 떠도는 킬리만자로의 표범같이 눈에 불을 밝히고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더이상 그 무수한 밤들을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래라 하며 지샐 필요가 없다. 물론 이제 새로운 유형의 번뇌들이 생겨나겠지만, 우선은 그 울렁증 일어나는 폭풍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번뇌야 뭐. 번뇌가 없는 삶이란게 어디 존재하기나 하겠는가. 이 말을 말이다. 아니, 다 잊더라도 그냥 그 축하의 말 한마디는 기억해두길. 축하한다. 진심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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