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보통의일상'에 해당되는 글 44건

  1. 2011.04.25 로동의 4월
  2. 2011.04.11 대인배 로드 4
  3. 2011.03.21 서른 넷의 생일 14
  4. 2011.02.14 쵸코렛은 거들뿐 8
  5. 2011.02.11 겨울밤 이야기(기나긴 수다) 4
  6. 2010.12.30 2010년을 보내며 10
  7. 2010.08.12 트윗 공개 18
  8. 2010.08.08 일요 만담 17
  9. 2010.08.02 휴가 복귀 만담 6
  10. 2010.07.27 사진 한장으로 끝내는 휴가 후기 21

로동의 4월


뼈와 살이 분리될 뻔 했던 제안 프로젝트 하나를 또 하나 마치고 분명 3일 휴가를 얻었던 것 같은데 어째 정신차려보니 출근해있다. 타임 워프라도 한 기분. 하기사 그럴 만도 하다, 마지막 날 그야말로 통째로 날을 새우고, 아침 열시까지 설렁탕에 소주 한잔 마시며 마무리를 하고 집에가서 풀썩 쓰러져 기절한 후로 휴가 내내 밀렸던 잠이 폭풍처럼 휘몰아쳐오는 통에 고생에 고생을 했으니. 뭐랄까, 짧은 휴가가 아까워서 뭐라도 하려고 기를 쓰며 눈을 떠도 몸이 침대에 바짝 달라붙어 꿈틀대다가 다시 잠들어버렸던. 물론 그와중에 야구장도 두번이나 갔다마는. 하하.

뭐 언제는 대단히 한가한 생활을 영위했던 것도 아니니 그럭저럭 적응이 될만도 한데 사실 그게 그리 만만한게 아니더라. 작년 봄 이후 정말 숨돌릴 틈도 없이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와 무슨 이런 해가 있냐, 한 삼년치 일할것을 한해에 다 하는구나 하고 엄살을 부렸었는데 그게 정말 엄살이었던 게다. 이번에 제안 쓰며 개인 과제 등에 대해 계획해서 제출하게 되었었는데 나름 최대한 방어적으로 계획을 짜려고 했음에도 짜서 제출해놓은 과제들을 보자니 한숨부터 푹푹 나온다. 사실은 그제서야 조금 걱정이 들었더랬다. 아, 정말로 이젠, 이게 아주 보통의 강도가 되는구나. 비단 업무에 대해서만이 아닌 삶에서 가해지는 강도 말이다. 정말 우연찮게도, 그리고 또 대단히 다행스럽게도 이런 저런 이유로 반쯤은 넋이 나가 살았던 30대 초반의 그 시절은 정말 천운으로 주어졌던 휴식의 시간이었구나 하는 그런 생각들에 조금은 더 괜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었더랬다. 하아, 좋은 시절 다 갔군. 이라면서.

그런데 사실은, 그게 참 기기묘묘한 기분이다. 이게 또 재미있는게 어느정도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성향 덕분이다. 어느 날엔가 어머니와 통화를 하다가 퍼뜩 느낀건데, 이런 대화를 주고 받았더랬다. 요즘 많이 바쁘니?/네 요샌 좀 바쁘네요/그래... 뭐 바쁜건 좋은거긴 하다만 건강 조심해라 - 라는. 하기사 내가 지금 아무리 바쁘다 바쁘다 한들 어머니께서 한참 일하시던 그시절보다야 십분지 일도 바쁘지 않을것이다. 그래도 어머니는 바쁜게 좋은거라고, 놀아봐야 소용없다고, 일단 일도 많고 그런건 좋은거라고 하신다. 어쩌면 죽을때까지 일하고 싶다 - 라는, 틈만 나면 노동이란 신성한것이여를 외치는 내 성향은 그대로 물려받은게다.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아주 작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일이라도 스스로 끊임없이 무언가의 노동에 종사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스스로도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모르는 어떤 생각들의 뿌리를 찾아낼때의 기분은 꽤나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주말 이틀동안 이긴 야구를 본 영향도 있고(웃음) 휴가 내내 애인님께 따끈한 기운 받은 덕분도 있고, 콧노래를 부르며 출근한 월요일이다. 그리고 어떻게, 감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도 안날 만치 산처럼 쌓인 일 앞에서 괜한 여유를 부려본다. 괜찮아, 적어도 한계치에 달할 때 까지는, 바쁠수록 힛-업 하는 스타일이라구. 짧았지만 봄나들이도 했었더랬고, 슬슬 져가던 벗꽃이었지만 충분히 예쁜 꽃비도 보고 왔고. 나보다 더 지독하게 달리셨던 C차장님은, 그래도 교육은 재미있더라 - 라고 하시며 눈을 반짝반짝 하고 계시고. 딱히 잔인하지만은 않았던 4월이었다. 그리고 삶의 도처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느끼며 산다 여전히. 우선은 이정도면 좋지 않은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다시 한번 힘을 내 보는게지. 그래도 이정도면, 썩 나쁘지 않은 봄날이 아니더냐.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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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배 로드


가끔, 회사 회식자리에서 꽤 기묘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어쩌면 이건 심각한 오버일지도 모르는 노릇이지만. 그게 뭐랄까, 신나게 웃고 떠들고 흥에 겨워 들뜬 듯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그게 그냥 그렇게 기쁘고 즐겁고 신명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뭐랄까, 전반적으로는 그런데 언뜻언뜻, 정말로 언뜻언뜻 느껴지는 슬픔들이 있다는 것이랄까. 아니 아니다. 그건 슬픔이라기보단 음... 그래, 서글픔이다. 누구도 자유로워질 수 없는 삶의 무게감, 그 무게감에 짓눌려 비어져 나오는 서글픔. 웃는게 웃는게 아닌 웃음. 아,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 역시도, 입에서는 속사포 랩처럼 이런저런얘기들을 줄줄 쏟아놓으며 웃고 떠들고 하는 와중에서, 스스로 그런 서글픔들이 슬며시 일어나는 듯한 기분들을 억누르곤 하니까. 아니, 어쩌면 나만 그런가. 하하.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별로 웃고 싶지 않은데 웃어야 한다는 것만큼 곤욕스러운 일도 드물것이다. 그런데 직장에서의 회식자리란것은 그렇게 억지 웃음을 자아내야 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지 않던가. 나같이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사람조차 '종종'그럴진데 술자리 자체가 곤욕스러운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걸 감당해내는지 신기하기까지 한 요즘이다. 그게 또 보면, 윗 사람일수록 속이 편하고 좋기만 할 것 같은데 그게 또 그런것도 아니더란 얘기다. 눈치야 그나마 덜 보겠지만 어디 그게 그렇기만 하던가. 좋은 상사, 좋은 선배 구실 하려면 때때로는 아랫사람들 기분도 맞춰주고 살펴주고 어르고 달래고 해야 하는 거다. 그게 아랫사람들이 하나 둘이나 되면 모를까. 아, 글을 쓰다보니 팀장님이 되신 이후부터 급속도로 새치 증가와 탈모(...)에 시달리고 계신 팀장님 심정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굇수'라 항상 묘사하는 C차장님은 또 어떤가. 오늘은 일때문에 새벽까지 날을 새우고, 피곤한 몸을 질질 끌고 나오면 개떼같은 후배놈들이 술한잔 사달라고 징징징. 또 그걸 마다하지 못해 신나게 하루 퍼마시면 내일은 또 동기며 선배가 꿀꿀하다고 뭐라뭐라. 아아 어쩌면 세계 8대 미스테리가 존재한다면 그건 한국 직장인의 간 해독능력일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알려진 연구 결과보다 열배는 더 강력한 작용을 하고 있지 않을까. 아이쿠 삼천포야. 다시 돌아오면.

아주 어렸을적부터,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 하는 미덕으로 '관대함'을 꼽았더랬다.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건 뭐 워낙 좁았어야지(웃음). 천만다행으로, 적어도 지난 시간들을 아주 항문으로만 소모한것은 아니었는지 최소한 과거보다 조금은 그, 관대함의 폭이 넓어졌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회식자리에서, 저런 은근한 서글픔같은 것들을 감지하게 된것도 그런 덕분일거다. 예전에야 어디 그랬나. 피곤하고 가기 싫어 죽을것같은 회식자리에 질질 끌려가면 세상에서 나만 제일 기분 나쁜 놈마냥 구석에 앉아 술이나 푸고 그랬지. 꼴보기 싫은 상사가 술잔 건네면 차마 마다하지는 못하고 웃고 받으면서도 속으로는 에잉 퉤 하고 그랬더랬지. 근데 이제 그러질 못하겠더란 것이다. 저 사람이 참말 속이 상할 일이 있을텐데 저리 웃고 떠드는걸 보면 에효, 거 참 욕보십니다 생각이 들고, 일하면서 얼굴 붉혀가며 버럭버럭 했던 사람도 그냥 술자리에서 술한잔 건네는걸 보면 에효, 당신이시라고 속이 좋고 맘이 편하기만 해서 술한잔 건네겠소 하는 마음에 기꺼이 받아들게 되더라는것. 이쯤 되면 대인배는 못되더라도 중인배(?) 정도는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으려나. 암만 생각해봐도 대인배로 살아가기는 너무나 멀고. 낄낄.

그래서 뭐, 그런 맥락으루다가.

진급자 회식날이었다. 앞에 밀린 선배들이 많아 너무나 당연히 예상했던대로 올해는 물을 먹었는지라 별로 사실 특별히 상심하거나 한 것도 없었더랬고, 그래서 뭐 좋은 마음으로 축하해 드려야지 하며 회식자리에 갔었더랬다. 근데 아니 이게 왠걸. 워낙 진급 정체가 심한지라 나말고도 떨어진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인데 어째 다들 코빼기도 안뵈는게야. 원래는 일때문에 잠깐 가서 저녁 먹고 술이나 한잔씩들 따라드리고 오려고 했는데 이게 떨어진놈중에 혼자 갔더니 또 빠지기도 뭐한 것인지라. 그바람인지 진급자 회식 답잖게 또 분위기도 쎼 - 한거야. 별 수 있나. 왕년에씨가 된 기분으로 그냥 좀 떠들어줬더니 분위기가 캬 - 내가 또 왕년엔 어마어마했거든(...) 멘트 한번 날려주니 웃음바다가 므하하하. 화끈하게 분위기좀 띄워주고, 일부러 오버질도 좀 해주고 그러니 또 그래도 사람들이 좋다고 받아주고. 이게 또 분위기가 묘한게 혼자 떨어진놈이다 보니 은근히 바라지도 않던 위로가 쏟아지는데 아 참 이분들. 괜찮대두요. 잠깐 자리에서 빠져나와 애인님한테 전화 한통 할라치면 괜히 서글픔이 뭉클하니 올라오는데 또 그냥 자리에 돌아가면 그렇게 잘 떠들수가 없어요. 아무튼 그렇게 뭐,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새벽까지 신나게 떠들어주고, 신입사원들까지 얼러 가며 회식을 마무리하고 나니.

녹초가 된건 된건데, 그냥 그날은 그렇더라. 원래 그런 날이면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는 골목길에선 아주 그냥 서글픔만 가득 차서, 아 어무이 먹고 살기 더럽게 힘들구만요. 그런 말만 중얼중얼하며 돌아오게 되는게 대부분이었는데 그날은 좀 다르더라고. 거, 속 편하게만 사는 놈은 아무도 없고나. 모두 애쓰십니다 참말로. 술도 잘 못마시는데 막차까지 남아 계셨던 R대리님도, 집이 하남인데 그시간까지 버팅겼던 친구놈도, 진급했다고 시원허니 회식비 날려주셨던 선배들도, 우르르 선배들 사이에 낑겨서 회식자리에선 마지막까지 정신 차리고 버티는놈이 이기는거에요 - 라는 말 하나 믿고 악착같이 버티던 독수리 오형제도. 할일도 뭣도 많은데 내일 힘들꺼 뻔히 알면서도 자리 지켜주셨던 위엣분들도, 그냥 다들, 욕들 보십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게다. 아 물론 스스로에게도 그랬더랬지. 야 - 매듭 너 오늘 고생했다. 애썼다. 제법이었어. 아 젠장 근데 내일 어떻게 일어나냐. 어떻게던 되것지. 므햐햐햐.

그냥, 그런거 있잖나. 대인배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더니, 조금은, 아주 조금은 대인배스러워진 것 같은 느낌에 우쌰 하는 기분이 들기도, 그러면서도 조금 서글프기도. 사실 또, 살면서 그렇게 조금 슬프고 서글픈 날이 없으면 또 그게 무슨 재미겠소. 뭐 그런 이야기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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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넷의 생일


생일이었다. 애인님과 즐겁게 술 한잔 걸치고, 또 한잔 걸치며 12시가 넘기를 기다렸다. 12시가 넘자마자 생일이었음에도 연락 한 통 없는 무심한 친구놈들을 카카오톡에 몰아 넣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한마디 날렸다. '우리가 남이냐아 -o-' 오랜 전통이다. 대학교 다닐 때쯤인가에 한 녀석이 생일날 연락 없었다고 다른 녀석에게 술에 취해 전화를 걸어 우리가 남이냐고 떠들어댄 이후로, 생일날이 다가올 쯤이면 더, 숨죽여 생일을 기다리곤 했다. 연락이 없길 바랬다. 바로 저 한마디, 우리가 남이냐를 날리기 위해서다. 하하.

열두시가 넘은 시각이었음에도 이내 다다다 말들이 올라온다. 어이쿠야 하며 까먹었다고 자수하는 놈, 너 빼고 네 생일축하 하고 있다고, 튀어나오라고 밉지 않은 구라를 치는 놈, 우리는 남이다(...) 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놈 등 반응도 가지가지다. 애인님과 함께 대화창에 올라오는 말들을 보며 킥킥거리다가 얼큰이 취기가 올라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작은 스탠드에 조명만 낮게 밝혀두고 침대에 누워 따끈한 온기를 느끼며 새벽녁까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온기만은 여전히 선명하다. 따뜻한 밤이었다. 34살의 생일이었다. 따뜻했던, 사랑스러웠던, 유쾌했던 34살의 생일.

남자는 서른 다섯부터지 - 라고 항상 말해왔었다. 언제나, 어설픈 스스로의 모습에 민망해할 적마다 빨리 서른 다섯이 되고 싶었다. 매년 생일이면 서른 다섯이 되고 싶다고, 그때쯤이면 그래도 조금은 이 어설픔과 풋내가 사라져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였더랬다. 그게 이제 벌써 내년이다. 꿈의 나이(웃음) 서른다섯. 사실은 서른 넷의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꿈의 서른 다섯이 될텐데, 기대했던 것 만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아서다. 나는 여전히 어설프고, 여전히 게으르고, 여전히 어떤 면에서는 풋내가 풀풀 풍기는데다가 여전히 알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고, 어려운 것들이 넘쳐 흐른다. 매일매일, 어제보다 개미 눈물만큼씩만이라도 나아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적어도 삶의 끝까지 그럴 수 있다면 - 이라고 허세를 부렸지만 그게 정말 허세였나, 개미 눈물만큼씩으로는 부족한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길정도로 아직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서른 다섯이 뭐 어쨌다는 거냐. 서른 다섯이 되면 갑자기 환골탈태하여 뭔가 만화 주인공의 레벨업이나 변신마냥 매듭 MK-Ⅱ 따위라도 될 줄 알았던거야? 란 쓴웃음이 벌써부터 일어날 정도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다. 투덜투덜, 틀렸어, 말도 안돼, 엉망진창이야, 내세엔 개똥벌레로 태어나는게 낫겠어 라고 중얼중얼 거리면서도, 삶의 굴곡에서 휘청일때마다 그렇게 궁시렁거리면서도 여전히 발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을. 지칠 적마다 나를 보듬어주는 온기가 있고, 저마다의 길에서 저마다의 방향으로 걸어가며, 가끔 길가의 바위에 걸터앉아 쉴 적마다 그놈 잘 가고 있으려나, 여기가 아닌개벼 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진 않으려나 슬몃 걱정도 하고, 헹 - 놈보다 이백배는 빨리 가서, 저 앞에서 마음껏 비웃어줄테다 라고 괜히 키득거리며 웃어볼 수도 있는 친구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저 만큼은 가야지 의욕을 다지게 만드는, 내가 바라보고 있는 앞서가는 이들의 뒷모습이 있고, 아직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이들에게 애송이 놈들아, 내 등을 보고 따라와라 하며 자신있게 외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아침부터 목욕탕 바닥에 슬라이딩해서 꼬리뼈가 욱씬대는 오늘같은 날에도, 단단히 넥타이를 졸라매고 활짝 웃으며 '좋은 아침입니다'를 외치면서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음을.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것. 오늘도 터벅터벅. 두 다리에 힘을 빠짝 주고 가보자고. 서른 넷, 어느덧 삼촌을 넘어 아저씨란 단어가 슬슬 가까워지고 있는 스스로에게 전하는 글. 인생은 짧아, 걸어 아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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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코렛은 거들뿐


정신이 없다. 천만 다행으로 일요일 하루는 쉴 수 있었기에, 게다가 제안중인지라 발렌타인 데이 스페샬 데이트같은건 어차피 꿈도 꾸지 못할 것 같기에(더런 놈의 세상 코로 쵸코렛을 뿜어주마) 일요일을 이용해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출근 하자마자 전쟁통이다. 스토리보드 리뷰 하는데 제안서 미리 써 갔다가 괜히 타겟이 되어 씹히고, 오전에 출근해서 잠깐 최근 인터넷상의 이슈인 최고은씨 관련 논쟁을 읽고 나니 마음은 묵직하기만 하다. 답답하기도 하고 괜히 먹먹한 기분이 들기도 해서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튀어 올라와 죽죽 써내려가던 글들은 오후 리뷰 시작 덕분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간 사이에 여차 저차 되어 훌러덩 날아갔다. 사실, 점심에 구내식당의 의외의 이벤트, 발렌타인데이 기념 디저트 브라우니가 아니었으면 발렌타인데이였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릴 수도 있었을 법한 날이지마는.

그래도 나름 연애지상주의자에 본격 연애 권장 블로그 주제에 이런 날 깨작대는 글 하나라도 없이 넘어간다면 너무 밍숭맹숭한 것 같아 그냥 경쾌하게 한마디 남겨본다. 그러니까, 쵸코렛이 문제가 아냐. 요리왕 비룡이 만든 수제 쵸코렛이건, 다이아를 갈아 만든 쵸코렛이건(?) 그런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 물론, 발렌타인 데이에 남자들이 받고 싶어 하는 선물 1위가 사실 쵸코렛은 아니더라 하는 설문을 근거로 쵸코렛보다 킹왕짱 대단한 선물을 상납하란 얘기도, 그래서 남자들은 쵸코렛을 멀리하고 게이가 되...(-_-;)도 포인트가 아니고, 쵸코렛을 상납하고 화이트데이에 한몫 잡는것이 전략상 우위에 있다는 것도 아니고, 아 쓰다보니 이게 다 진심인 것 같지만 그게 아니고, 그냥, 매년 강조하는 것 같지만 발렌타인 데이에 중요한 것은.

온 세상 쵸코렛을 다 흐물흐물 녹여버릴 만한, 아니 사랑하는 이의 뇌까지 흐물흐물 녹여버릴 만한, 그런 달콤한 진심. 그게 제일이라는 것. 물론,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들이야 모두 아시겠지마는 :)

날씨가 좀 우중충하고 쌔- 하지만 뭐 발랑까진데이 데이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니. 부디 지금 행복한 연애 하시고 계신 분들은 아주 그냥 서로 통째로 쵸코렛이 되어 할짝할짝 아 아니 이게 아니라(...그만 좀 해!) 아무튼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 오늘을 다시 돌아보더라도 달콤한 기분에 사로잡힐 만큼 달달-한 하루 보내시고, 오늘 직구 던지시는 분들은 모두 랜디 존슨의 강속구마냥 정확히 미트에 꽂아 넣으실 수 있길 바라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괜히 발렌타인데인데 남들은... 하는 기분에 축 쳐지지 마시고 차가운 도시의 남녀가 되어 까페서 따끈한 코코아 한잔 하시며 내 님은 어디에 있나 서울에 있나 부산에 있나(...) 하며 운치를 즐기시고, 격하게 우정 쵸코 돌리고 받으신 분들은 뿌린대로 거두리라 이루게 되시고... 세상의 모든 아버님들 따님께 받은 쵸코렛 즐거이 씹어 드시고... 에 또 뭐가 있나. 아무튼, 어엿튼간에.

상업성이 어쩌고 저쩌고 해봐도, 그냥 사랑하기 좋은 날이 있으면, 그 날 자체로 그냥 즐겨주는 것도 나쁜게 아니니까요. 모두 행복한 발렌타인 데이 되시길. 사랑스러운 하루 되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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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이야기(기나긴 수다)


*

겨울밤 이야기. 라는 제목이 문득 떠올랐다. 물론 겨울은 맞지만 지금은 밤이 아니다. 제안서를 붙들고 끙끙대다가 잠깐정도 숨을 고를 수 있겠다 싶어 한숨 돌리는 순간에, 문득 그냥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더랬다. 그런거 있지 않은가. 창밖엔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창문 틈으로 싸늘한 공기는 비집고 들어오는데 방바닥엔 뜨끈하게 불을 올려놓고 아끼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모두 다리만 이불 속에 집어넣고는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정말로 별 것 아닌, 그렇지만 그냥 살아가고 살아내는 이야기들.

가끔은 작당이라도 한 듯 웃음이 터지고, 또 어느 대목에선 모두 입맛을 쩝 쩝 다시며 말없이 화자의 술잔을 채워주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 아, 그러고보니 그렇게 논 것이 참으로 오래 되었다. 친구 집이건 MT 때 즐겨 찾던 펜션이건 말이다.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채 웃고 떠들다가 한명 두명씩 있던 자리에 그대로 벌렁 누워 코를 골아버리기 시작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창문을 두들겨대는 칼바람이 거짓말같이 느껴지는. 한없이 따스한. 그런 이야기.

그렇게 오랫만의, 긴 수다를 떨기엔 역시 블로그가 좋지 아니한가. 트위터로는 무리다. 하하. 그래, 자네 수다로는 어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 아니었던가. 술한잔 마시며 쓰면 더 좋겠구만. 하하.

*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말 나온김에 얘기하자면 트위터는 역시 취향이 아니다. 음 뭐랄까,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 없을까. 그러니까 뭐 작년에 일폭풍이 휘몰아칠 적 부터, 일 때문에 처음 쓰기 시작하기도 했고, 나름 블로그를 유지할 여력이 없어 이런 저런 수다용으로 사실 잘 쓰고 있는데 그렇게 잘 쓰고 있으면서도 매번 역시 취향이 아니다란 느낌만은 확실하게 받곤 한다. 이게 참 표현하기 어렵네. 그러니까 역시 너무 빠르고, 정신없고, 편하고, 쉽다. 신속하고 편하고 쉬운것은 사실 장점으로 꼽는것인데 저것때문에 취향이 아니다 하니 쓰면서도 좀 난감스럽긴 하네. 하지만 사실이다. 정확시 저런 이유로, 빠르고, 정신없고, 편하고, 쉽다는 이유로 매번 역시 이건 취향이 아니로구나 하게 되니, 뭐 어찌할까.

예를 들면 이런거다. 일단 짧은 이야기들이 주루룩죽죽 올라가는걸 보고 있자면 가끔은 덜컥 겁이 난다. 어떤 이야기를 보고 무언가 생각을 이야기해볼까 하는데 갑자기 이게 이게 내가 올바로 이 짧은 이야기 안에 담아놓은 생각을 이해하곤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멈칫 하게 된다는 거다. 그게 블로그 쓸 때도 그러잖수. 제길 이보다 더 친절할 수는 없다 하는 심정으로 미칠듯한 장문의 포스팅을 써도 그것조차 스스로 담고 싶어했던 의도와는 완전히 무관한 의도로 전달되는 경우가 있지 않던가. 그것도 제법 많이! 내가 그렇게 글을 못쓰는 인간이었나, 이게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글인가 하는 자괴감이 틈만 나면 일어날 정도로. 근데 고작해야 세네줄 되는 고 글에 담아놓은 생각들을 내가 100% 정확히 이해한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쏘냐. 반대의 경우도, 나의 생각들을 그렇게 짧게 담아낸다고 할때, 나의 생각과 감정과 마음을 정확히 담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러다보니 조금씩 주춤거리게 되는거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보내는 것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것도.

아, 쓰다보니 좀 정리가 되고 있는데 그런거다. 멀쩡히 쓰면서도 이건 영 아니군 생각하게 되는게 바로 그런거. 트위터건 블로그건 내가 온라인을 활용하는 목적중의 하나는 분명히 '소통'이고, 특히나 트위터를 쓰는 주 목적은 나의 경우엔 '소통'을 위해서인데 바로 그 트위터를 통한 '소통'이 내가 좋아라 하는 '소통'의 형태와는 차이가 있다. 진정한 소통의 강화는 서로의 생각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제로 하고, 그 서로의 생각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조금 더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아 심플하네. 뭐 그렇다. 갑자기 걱정이 드는데 이걸 무슨 트위터 까는 글이라거나 하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겠지. 혹시라도 몰라 강조하지만 그런거 아니다. 일 때문에라도 난 트위터는 앞으로도 계속 어떤 식으로든 쓰게 될테고, 그 장점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그저 진짜 내 취향인 -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 뿐. 단지 그것.

*

찐득한 애정.

그냥 뜬금없이 꺼낸 첫 수다부터 저모양으로 길어져버렸기에 -_-; 좀 걱정이 되지만 작정하고 시작한거니 계속 풀어보자. 그러니까 - 난 '블로그에 달린 장문의 덧글'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 물론 짧은 덧글로도 뭔가 순간적으로 격하게 사랑스럽거나 와락 기뻐지는 그런 덧글이 있긴 한데 뭐랄까, 감동의 쓰나미 - 는 거의 장문의 그런 덧글이었던 것 같다. 막 그런거 있잖나. 읽으면서 괜히 뭉클해지고, 아 눈알에 땀이 나네(...) 뭐 그런 느낌 드는 것. 근데 그것도 좀 의아스럽더라. 사실 메일이랑 비슷하잖아? 특히나 비공개 덧글은. 근데 또 재미있는것이, 메일에는 에지간히 내용이 짜한 메일이 아니면 그런 느낌이 들지를 않아요. 아, 물론 메일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트라우마도 있긴 하다. 내가 예전에 손으로 편지 미친듯 보내던 시절에 답장으로 메일 받고 굉장히 기분 쌔-해진 경험이 있어서. 음음. 그건 그렇다 치고.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다 보니 그게 왜 그런지 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이를테면 덧글이라는건, 짧게 쓰라고 해놓은 거 아니냐. 원래 목적이. 블로그의 경우 긴 피드백을 위해 트랙백같은 기능이 있는거고. 짧은 피드백을 위해 마련해놓은 그 공간에, 그렇게나 넘치게 이야기를 풀어놓으려면 그만큼의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는거다. 아 진짜 뭔가, 할 얘기는 넘치는데 어떻게 전할 방법이 없네(...) 뭐 이런 기분이랄까. 그냥 아 뭔가 좀 이게 제대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데,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다보니 자꾸 막 이야기가 길어지는거야. 떠올려 보니 나도 장문의 덧글 남기고 그럴땐 그렇더라고 -_-; 진짜 할 말 많은데, 뭔가 이 사람을 마주보고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상황은 안되고, 이걸 남겨놓으면 이 사람이 이걸 언제 보게 될지 그런 기약도 사실 없는데 그냥 스스로 그만큼 절실해서 그렇게 길-게 늘어지는 이야기를 남기게 되는것. 그런 느낌 때문인 것 같다. 요약하면 딱 그 단어. '절실함' 그리고 그 절실함에서 묻어나오는, 끈적한 애정.

이거 예전에도 한번 트위터에서 떠든 적 있는데 이글루에 남겨놓고 떠난 그 공간을 매번 처리하려다가도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 덧글 때문이라고. 특히나 최후의 만담에 주르륵 남겨진 비공개 덧글들은 그야말로 보물이다 보물. 아으어어. 그리고 지금 이 공간에 가끔씩 남겨지는 덧글들은 하나같이 다. 사실 잊혀진다는건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잖은가. 반대로 기억된다는것은(나쁜쪽으로 말고) 기쁜 일이고. 그것만으로도 사실 고맙고 고마운데, 이제는 가끔씩 그렇게 선물처럼 그런 절실함이 느껴지는 덧글들을 읽으면, 그냥 마냥 기운이 불끈불끈 난다. 아, 힘내야지. 진짜 이번달 제안만 마무리되면, 어떤 이야기건간에 좀 부지런히 써야지. 부지런히. ㅠㅠ

*

이해하기 편한 인간.

가끔 스스로, 아 진짜 나란 인간 진짜 이해하기 쉽고 편한 인간 -_-; 이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그런 부분 때문. 호감을 감추질 못해(...) 남자건 여자건간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마냥 배 까고 드러눕는 개 단순함. 말 그대로 개 단순이로구나... oTL 이러니 연애도 맨날 그렇게 폭풍직구(...) 밖에 못하지. 얼마 전 업무 복귀 후 첫 회식을 하며 사람들이랑 그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음, 3차쯤 되어 술 좀 거나하게 들어간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했었더랬다. 내 목표는 로맨스그레입니다! 전 솔까말 우리나라 유부남들이 왜그리 재미대가리 없이 사는지 모르겠어요!(...윗 분들 뫼시고 망발을 -_-;)

근데 하필 그 얘기 하고 있는데 애인님께 전화가 온게야. 평소에도 회사에서 일 때문에 만난 분들 앞에서 애인님과 통화하면 절반은 손발이 오그라들어 죽으려 하시고 절반은 니가 그런 사람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_-;; 하는데 그날은 술까지 거나하게 올랐으니 아주 제대로. 교태 풀 업그레이드?;;;;; 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는데 아주 그냥 모두 다 쓰러지심. 몇일 지났는데도 아직도 작년 말에 입사한 신입사원 모 군의 그 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 대리님 로맨스 그레이로 사실 수 있을 것 같아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웃었어(...) 잊지 않겠... -┏

오늘은 또 점심에 격하게 존경하고 애정하는 C 차장느님과 우연히 밥먹고 커피마시고 돌아다닐 일이 있었는데, 차장느님이 사실 올해 결혼을 하신다. 그래서 한참 결혼준비중이신데 스트레스가 많으셨나봐. 너도 장가 가야지? 하면서 결혼 준비하는 그런 이야기를 한참 들려주시고 그간의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알려주시면서 너도 그런거 조심해라 막 그런 얘기를 하시는데 아니 막 내가 화가 나는거야. 차장님이 어디가 어때서 그 고생을!!!!! 아 나이야 좀 차셨지만 진짜 레알 나중에 딸낳았는데 차장님 같은 남자 데리고 와봐. 내가 그냥 사위느님으로 모시고 살지. 뭐 얘기는 안했지만 막 배우자 되실 분께 은근 비호감마저 일어날정도 ㅋㅋㅋㅋ

근데 이거, 사실, 은근 조심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사회생활 하면서는. 개인적으로 신경써서 포커페이스 유지하지 않으면, 의식하고 있지 않으면 무의식중에 상대에 대한 호의가 팍팍 튀어나와 버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때는 의식적으로 조심하게 되는거다. 그렇잖은가. 누런 소가 일을 잘한다고 귓속말을 해야 하는 농부의 마음?(...그건 뭐냐) 아무튼 -_-; 차장님 가시고 혼자 또 사무실에 올라와서 생각해보니 스스로 화가 날 정도로 올라왔던게 또 막 웃겨서. 아 뭐 어쩌냐. 천성이 그런것을. 팔자려니 해야지. 뭐 좋지 아니한가. 그냥 단순해서 이해하기 편한 인간이. 나이를 먹으니까 더 더 더 더 그렇더라. 스스로 타인을 바라볼 때도 그래. 나를 복잡하게, 머리 굴리게 만드는 사람은 피하게되더라. 아우 세상살이가 얼마나 피곤한데. 그래서 나이먹으면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지는 거구나. 음. 모두 깨달았어. 범인은 이 안에 있...(!?!?!?!)

아 물론, 내가 판단하기에 '내가 저 사람에게 느끼는 호감을 키워선 곤란하겠다' 라고 판단이 서는 사람에게는, 또 지극히 사무적으로 변해버린다. 그러니까 사내연애같은건 안하고 못하고 그렇게 살아온게지. 낄낄.

*

양질의 고독.

영동지방에 폭설이 온다는데 떠오른건 딱 하나. 혼자 여행 가고 싶다 - 는 것이었다. 작년 1월 1일에, 바닷가에서 폭설올때 을마나 행복했던지 ㅠㅠㅠㅠ 아 레알 예술이었는데. 음, 굳이 혼자 - 라고 표현한건 좀 필요하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인것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렇다. 구정때 오랫만에,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며 푸욱 쉰건 참 좋았는데, 그리고 고만치 애인님이랑 떨어져 있어서 돌아오신 후에 더 우아앙 하고 좋은건 좋은건데, 결국 동굴타임이 제대로 없었어...oTL 아 맞아. 요새 계속 뭐가 부족하다고 alert 가 뜨는게 아마 이거인듯. 딱 그게 부족하다. 양질의 고독감이. 눈 펑펑 내린 겨울 바다, 밤 바다 앞에 앉아서 사정없이 철썩철썩 밀려드는 파도소릴 들으면서 조용-히. 조용-히 혼자 밀어낼것은 밀어내고 정리할것은 정리할 시간. 아 이게 부족했어. 음. 그려. 이것이여 바로.

사실 3주간의 휴가가 너무 달콤하기도 했고, 보라카이행이 기대보다 훨씬 더 꿈같이 좋아서, 읭? 이상허다 충전은 만땅 된것같은데 - 하는 생각에 뭣이여, 뭔가 셀프 모니터링이 장애가 생겼나 하고 있었는데 이게 글로 밀어내다보니 대충 감이 오네. 딱 증상도 그래. 바로 그게 부족할때 일으키는 증상. 실수가 늘고, 술을 마시면 생각지도 못하게 필름이 날아가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괜히 좀 답답하고 좀 전체적으로 인간이 불안정해지고. 에으 안되것다. 3월에 개인적으로 건곤일척이라고도 할 수 있을만한 살떨리는 빅 이벤트가 하나 있는데, 고 전에 애인님께 양해를 구하고 하루라도 어디 좀 다녀와야지. 후우. 기왕이면 눈 좀 펑펑 오는 날이면 좋겠는데. 아니 어떻게 올해처럼 폭설이네 뭐네 내린날도 기가 막히게 눈오는 것만 피해가냐 ㅋㅋㅋㅋ 본격 눈이 피해다니는 남자인가(...)

*

생각보다 길게 수다를 떨었는데, 아 좀 기쁘다. 역시 뭐라도 써야 좀 정리가 되는구나. 이제 일해야지. 훈누난나. 간만에 좀 개운해진 기분이네. 아 사랑해요 블로그(...진정해) 긴 수다를 읽으신 모든 분들, 즐거운 주말,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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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보내며

6시 20분 기차표를 예매했다. 근 한달을 서울땅을 밟지 못했었는데, 그래도 연말은 서울에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고작해야 3일정도고 신정도 끼어있어 집에도 들려 부모님께 인사도 드려야 하고, 애인님과 2010년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내년의 계획들을 잡아봐야 할 것이니 이래저래 분주한 주말이 될 듯 하다. 그래서 조금 이르게 남겨보는, 2010년의 마지막 글이다.

- * -

끔찍하게 일을 많이 한 한해였구나. 하하. 지난 한해를 돌아보는데 문득 저런 중얼거림이 제일 먼저 튀어나오는 걸 보니 정말 끔찍하게도 일에 매달렸던 한해임에는 분명하다. 연초부터 조짐이 이상했더랬지. 평화롭던 프로젝트가 갑자기 여기저기서 펑크가 펑 펑 나면서 고어해지기 시작하더니, 딱 그 시점부터 미친듯이 일, 일, 일, 산 넘어 산, 또 산같은 일들이 밀어닥쳤다. 거의 해보지 않은 일들이 대부분이었고, 매번 부딪치는 상황마다 경험이 없음에 두배로 고생스러운 날들이었다. 3/4 분기를 들어설 쯤엔 출근 한 주말이 출근 하지 않은 주말보다 많아지는 끔찍한 상황도.

덕분에 일과 관련해서는 얻은 것이 적지가 않다는 것이 커다란 위로다. 한 해 농사 헛짓지 않았다는 유일한 자랑거리기도 하다. 불과 일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놓고 객관적으로 비교해볼적엔, 처리해낼 수 있는 업무의 범위나 영역이 비교도 할 수 없을만치 늘었다. 어떤 일을 할 적에 누구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는 강한 자신감도 생겼고, 어떤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져도 혀나 한번 끌끌 차고 수습에 몰두할 수 있을 만한 여유도 생겼다. 롤 모델로 삼고 있는 C 차장님께 나름의 인정도 받았고, 결과와 무관하게(영어점수 덕분에 시트콤도 찍었지만) 일단 진급의 요건도 확실히 갖춰 놨고. 한 삼년치 일을 한해에 몰아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시도 때도 없이 투덜거린 한해였는데, 아쉬움보다는 후련함과 뿌듯함이 가득 찰 수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노릇인가.

- * -

반대로 역시 라이프와 워크의 밸런스가 워크쪽으로 확연히 기울여지다 보니(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생활에 있어선 많은 것들을 놓쳐버렸다는 것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데이트도 많이 못하고(-_-) 보고 싶은 사람들도 거의 얼굴 가물가물 할 적에 한번씩 보며 민망해하게 되고, 심지어 책도 먹고 사는 일 관련된 것 이외에는 정말 부끄러울 만치 읽지 못했다. 우연찮게 부산 출장을 오게 되어 이리저리 돌아다니긴 제법 하였지만 혼자서는 여행을 한번도 가지 못했고, 업무 외적인 공부같은것도 제대로 한게 하나도 없다. 아 이거 쓰다보니 우울해지네.

그래도 분명히 못한건 못한거니까 확실히 남겨둬야지. 문화생활도 끔찍하게 못 즐겼어! 영화 한편을 제대로 못봤네그려! 얼굴 보자고 날려놓은 공수표가 벌써 몇장이여! 아주 그냥 대인관계가 파탄나게 생... 음... 좀 진정하고. 게다가 올해 제일 중요한 목표 하나를 이루지 못했다는게 좀 뼈아픈 부분이다. 올 초에 예상보다 쉽게 높은 파도 하나를 폴짝 넘어서 순항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암초에 걸릴줄이야. 내년엔 쓰나미고 뭣이고 넘어야 할텐데. 반드시.

- * -

어쨌든 지금도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고, 어찌되었건 온라인상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한 정리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글루를 떠난 것에 대해서는... 타이밍상으로도 굉장히 좋은 타이밍이었고 지금도 후회는 없다. 사실 지난 몇년간 좀 과도하게 스스로에게 여유를 부여했던 게 맞지 않나.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건 지금보다 엄청 더 여유로워지거나 하는 상황은 아마도 호호 할아버지가 될때까진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나 무수한 것들이 얽혀 있는 공간을 끝까지 유지해내긴 어려웠을거다. 언제라도 그만둘 수 밖에 없었고, 그 시점이 가장 바람직했던 것.

지금은 그저 원래 온라인 공간에 발을 들이며 스스로 원했던 만큼, 딱 그만큼의 안정된 온라인 생활을 하고 있으니 우선은 내년에도 이 정도로 만족이다. 글은 조금 더 부지런히 쓰려고 노력하겠지만 다시 이글루로 돌아가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부대껴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을 듯 하다. 언제나 말했듯, 바램은 그것뿐이다. 나와 소통의 의지가 있는 이들이 언제든 찾아와 마치 어제 얼굴 보고 얘기한 것 마냥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눠보고 하는 작은 소통의 공간,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들이 우연히 스쳐지나가며 한번씩 읽었을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정도. 그 정도면 바랄 것이 없겠다.

원래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벌여놓는걸 싫어하는지라 처음 이글루를 접을 때의 마음은 시간이 날때는 그쪽의 글들을 완전히 이쪽으로 옮겨오고 아예 폐문하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나중에 글이야 옮겨오더라도 그 공간 자체는 그냥 두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글루가 망하는 그 날까지(웃음) 그곳에 남겨져있는 글들이, 덧글들이 너무 고맙고 소중한 것들이 많아서 그렇게 날려버리거나 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고나. 아, 나이먹고 끈적해지는건 딱 질색인데 말야. 하하. 아, 빼놓을 뻔 했는데 글과 연관된 개인적인, 작은 도전도 하나 있었구나. 그 정신없던 와중에. 그것 또한 나름의 소득이다. 내년은 더 격하게!

- * -

요약하자면 올해의 단어로 '악전고투' 라는 사자성어를 꼽을 수 밖에 없던 한해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니, 적어도 조금이라도 작년의 나보다 나아진 한해였다고 생각하니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한해. 2010년이었다.

고요-한 이 공간에도 여전히 가끔씩 잊지 않았다며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 반갑기 짝이 없고, 여전히 부지런히 덧글 남겨주시는 분들도 있어 감사하기 짝이 없고, 그저 복받으실 거란 한마디도 전해보고 싶다 (__) 모두 고맙고 감사합니다. 내년도 잘해봐요 우리(응?)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다 잘 되시고, 솔로분들은 그저 달큼따끈한 봄바람 맞으시길, 커플분들은 그저 백년해로하시길 빌어드리겠습니다. 격하게 사... 사... 좋아합니다?(웃음)

올해 연말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거쳐, 내년의 캐치프라이즈(?) 를 정했지요. 내년은... No Fear! 두려워하지 말자! 우오아아 2011년도 모두 화이팅! 전력을 다해 행복해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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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 공개

각설하고

http://twitter.com/uncleknot



매일 집에 들어가면 12시가 넘어가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머리 굴리느라 잠도 못자면서 폭풍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저번 포스팅에서 밝혔듯 일때문에 어쩌다보니 트위터를 사용해보게 되어서 일단 만들어보았답니다. 아래 포스팅에서 트윗 주소 남겨주신 분들은 우선 뽤로우 했습니다(웃음) 얼결에 만들긴 했는데 25일까진 죽음의 강행군을 할 것 같아서 아마 그때까진 블로그보다 트윗쪽에 업뎃이 활발할수도 있겠네요. 근데 이거 바쁜 와중에 짬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은근 재미있는걸요? 140자도 생각보다 길었던거였나 -_-)a

쨌든, 트윗 쓰시는 분들 주소 남겨주시거나 뽤로잉 해주시길(웃음) 같이 놀아요!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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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만담

*

리턴 투 헬오브지옥...은 아니고 -_-; 어쨌든 다시 월화수목금금금의 나날들이 시작되었습니다. 비가 시원하게 쏟아져서인지 간만에 좀 습기가 걷힌, 그래도 돌아다녀봄직한 화창한 일요일에 출근을 하니 아주 그냥 기분이 새콤달콤하신것이 왓더헬스럽고(...그건 무슨 기분이야) 쨌든, 출근해서 점심 먹고, 사무실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서 남겨보는 만담입니다.

*

휴가때 잉여력을 충전한건 좋았는데 역시 그러는통에 이래저래 다른것들을 못하고 나니 이제서야 아쉬움이 남는군요. 영화도 보고싶은것들이 이것저것 있었는데 하나도 못봤고, 또 주말마다 출근을 하게 되니 시간 있을때 애인님 뫼시고 데이트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닐껄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누님께서 출판사쪽에서 일하시는지라 휴가때 누님네 집에 가서 업어온 책들도 한가득인데 손도 못댔고.

아무튼 사람 맘이 참 간사한게 이번에 또 이렇게 삼주정도 하얗게 불태우며 달리다보면 몇일정도 휴가를 받더라도 또 잉여잉여하며 보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일것 같은데 이번만큼은 그렇게 보내지 말아야겠습니다. 할일이 없더라도 무조건 집밖으로 튀어나가서 시간을 보내야지. 아 나이는 못속이는건가요(웃음) 정말 예전엔 주말에 아-무 약속 없어도 일단 집에서 뛰쳐나가고 보는 편이었는데 말이죠.

*

월화수목금금금이야 팔자라고 치고 -_-; 일은 제법 의욕을 가지고 하고 있습니다. 휴가때 에너지를 좀 비축해온것으로 일단 기본적인 에너지는 있는 편이고, 지금껏 전혀 접하지 못한 분야에 대해 제안을 쓰고 있어서 공부할것도 많고 미칠듯이 바쁘긴 한데 새로운 이것저것을 배운다는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하드고어 워킹 대굇수(...차장님 죄송) C차장님과 함께라서 더 버닝하고 있기도 한 편인데, 그러면서 재미있는게, 사실 워크와 라이프중 라이프에 비중을 더 두고 있는 인간인데 가끔씩 자의반 타의반 워커홀릭모드가 발동되는 이유를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그냥, 심플하게, 사람 덕분이더군요. -_-; 워낙 사람만 보고 사람만 찾고 하는 인간인지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고 그러면 굉장히 오버버닝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경우엔 세상에 이런 한량이 없는 -_-; 그런 식의 행동패턴이랄까.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분명히 깨달아가는것도, 나름 나이를 먹어가는 재미가 아닌가(웃음) 하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하하.

*

미칠듯한 더위임에도 사무실은 폭풍냉각시스템(..그런건 아냐) 덕분에 잠깐 담배라도 한대 피우고 들어갈적이면 냉장고에 들어가는 기분을 매일같이 느끼고 있었는데, 어제 하도 에어컨 바람에 개떨듯 떨어서 오늘은 아예 긴팔옷을 입고왔다지요. 반팔을 입고 나오니 위에 자켓을 걸쳤는데도 사지가 오그라들게 추워서. 그랬는데

일요일이라고, 에어콘을 틀어주지 않아?!?!?!?!?!?!?!

왓더헬... 살짝 지하인데다가 어제의 과잉냉방 잔여효과로 아직까진 좀 버틸만한데, 슬슬 사무실이 달궈지고 있는게 느껴집니다. 아놔. 좀 어떻게 적당한 온도좀 맞춰주면 안되나연 건물쥔장아저씨 -_-;

*

사실 블로그를 쓰고있는지라, 그리고 단문 140자의 압박으로 인해 트위터에는 별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이번에 일때문에 아무래도 트위터를 써야할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하려니 이것저것 생소하네요. 오늘쯤부터 가입해서 써볼 작정입니다만, 어떨런지.

트위터 쓰시는 분들은, 살짝 사용 노하우를 알려주시거나 주소 남겨주시면 가입후에 격하게 스토킹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

마지막은 거리에서 찾은 솔직한 광고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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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솔직하군?!?!?!?!?!?! 아 왠지 돈좀 벌게 한번 이용해드려야 할듯한 -_-;


덥고 지치는 여름이지만 그래도 벌써 8월 한주가 다 지나갔습니다. 모두 여름의 마지막까지 더 뜨겁게 불사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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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복귀 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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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읭? 이건 무슨 시간을 달리는 삼촌도 아니고(...) 휴가가 끝났습니다. 아 진짜 열흘이 이렇게 총알같이 지나갈줄은 또 몰랐네요. 마음같아서는 대충 한 일년쯤은 더 놀 수 있을 것 같은데 음헛헛헛(...백수냐) 닷새는 바다에서 뒹굴뒹굴하느라 시간가는줄 몰랐고 남은 일주일은 잉여력 충전을 위해 사정없이 뒹구르다보니 어느새 휴가 종료. 마음껏 놀고 남자답게 자결하려고 했으나(정말?;) 또 차마 그러진 못하고 출근했습니다. 뭐, 그래도 정말 달콤한 휴가였어요. 반년만에 휴가답게, 정말 꿀맛같이 달콤한 그런 휴가였답니다.

사실 상반기에 워낙에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서 에너지가 바닥이었던지라 휴가 목표중 하나가 '휴식'이긴 했더랍니다. 뭐 잉여력이라는게 별거 있겠습니까. 만화책도 보고 게임도 좀 하고 그냥 방바닥이랑 혼연일체(...까진 될 필요 없어)가 되어 이리뒹구르저리뒹구르. 한 일주일을 그랬더니 과도한 업무로 손상되었던 원기가 다 회복되는 느낌이. 근데 또 사람 맘이 그렇지 않습니까. 워낙 이래저래 볼 사람도 보고싶은 사람도 많고 했는데 그렇게 원기회복에 충실하다보니 정작 또 이래저래 보고 싶었던 사람들 얼굴은 못보고 지나가게 되는. 그러니 뭐 슬몃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만 일단은 원기회복에 그저 다행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아니 사람이 기력이 있어야 사람을 만나건 말건...(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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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그리하여 이래저래 기합을 빡 넣고 출근하게 되었답니다. 휴가때 푹 쉬기도 했었고 휴가때 회사에 신청한 새 노트북이 배송되기도 했고(4년만에 ㅠㅠ) 새마음 새뜻으로 이제 정말 제대로 하반기를 시작해보자, 어디 한번 기운내서 달려보자 하는 심정으로. 그리고 일찍 일어나서 기세등등하게 노트북을 들고 출근길로. 익숙한 지하철역을 지나, 회사 정문으로 들어서며 느낀 기분이라면

더워... oTL 5분만에 지치는 기분이다! 이런 폭염지옥속에서 사람들은 출근하고 있었던건가!

그나마 아침에 비가 내려서 이게 덜 더운것일 거라고 생각하니 이건 더 의식이 혼미해지는게... 휴가 내내 바닷물에 풍덩거리고 있지 않으면 집에 틀어박혀 은둔하고 있었더니 날 더운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아주 그냥 출근하려니까 온몸의 땀샘이 한순간에 열리는 기분이. 흐미. 피서가 절정일만 하군요. 이게 더 난감한건, 새로 출근하기 시작한 사무실은 냉방이 풀로 가동중인지라 들어서자마다 얼어붙는줄 알았다는거. 일하고 있으면 손이 다 시ㅋ려ㅋ 근데 한발만 문밖으로 나가면 폭염지옥. 아아아아 올 여름, 정말 끝내주는 날씨로군요. 휴가라도 없었으면 정말 삶의 의욕이 다 달아가버렸을지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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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 말입니다. 대체 뭔 일복 크리인지 또 제안P, 그것도 한달 조금 안되는 기간동안 주말없이 달려야 할 듯 합니다. 아무래도 올해는 뭔 마가 낀거야. 그것도 단단히 낀거야. 정말 추석 전엔 고사라도 한번 지내야겠어 ㅎㄷㄷㄷㄷㄷ 라는 느낌이 절로 드는 그런 시작입니다.

게다가, 무려, 제안 PM 께선 전설의 대굇수 워킹머신이신 C차장님!!!!!(...차장님 죄송)

남은 여름은 아주 그냥 더위보다 더 뜨겁게 일로 불살라버릴 것 같습니다. 물론 C차장님과 함께라는건 힘든만큼 재미있고 배울 것 많은 프로젝트의 보증수표와도 같은 것이라서. 오히려 휴가때 좀 늘어졌던 온 몸의 세포들을 살려주는데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기도 해요. 아 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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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전에 새 집 오픈해놓고 사실 글도 뜨문뜨문 쓰고, 휴가땐 아예 그냥 방치해두고 했지만 오늘부턴 부지런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입니다. 휴가때 쉬면서 이래저래 머리속으로 많이 생각을 굴리기도 했고, 어찌되었건간에 이제 좀 에너지가 돌아왔으니 꾸준히 그간 밀렸던 이야기들을 남겨봐야겠어요.

워낙 여기저기 질금질금해놓는걸 싫어하는지라, 딴에 깔끔단촐한걸 좋아하는지라 이글루쪽에 있는 글들도 싹 옮겨와버릴까 생각중입니다. 아 근데 또 그건 시간이 많이 걸릴텐데. 이글루는 왜 백업도 안되는거야 -_-;; PDF 백업같은걸론 옮겨오는게 역부족인데 말입니다아아아아. 아마 어느정도 널럴해질때까지 계속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뭔가 효과적인 백업 이전 방법 아시는분 귀뜸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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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지막으로 휴가때 특이사항 하나. 그게, 처음엔 술한잔 하고 잠좀 깨볼까 하고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게 그만

에스프레소의 맛에 눈떠버렸어♥

물론 불타는 여름빨이 있기때문에 아직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떠날 수 없지만, 점점 지날수록 에스프레소쪽으로 기울어질것 같은 기분입니다. 인생은 모름지기 쓴맛!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 쓴맛을 알아야 단맛도 아는거죠!

후덥지근 - 하니 도무지 의욕나기 어려운 계절이지만, 모두 힘내서 멋진 한주, 한달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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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으로 끝내는 휴가 후기


바다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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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응?)


신나게 먹고, 뽀지게 놀고, 미칠듯이 물에 뛰어들고, 아주 그냥 사지가 노곤노곤해지리만치 즐겁게 놀다왔습니다. 이제 한참 휴가철이네요. 휴가 다녀오실 분들 모두 즐겁게 다녀오시고 미친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길!!!!!

전 다시 반년간 오링난 잉여력 충전을 위해서(샤샤샤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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