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보통의일상'에 해당되는 글 44건
- 2011.08.26 날씨만으로도 싱나는 주말 2
- 2011.08.22 무변화 인간 4
- 2011.08.09 이별 후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 4
- 2011.08.05 단상 정리 2
- 2011.08.04 오후엔 달달한 까페모카를 마실테야요 10
- 2011.07.12 사람이 고파요, 사람이 6
- 2011.06.13 눈을 감아야 할때 눈을 감을 수 있는 지혜를 8
- 2011.05.31 연애, 그 둘만의 역사 4
- 2011.05.25 독한 세상이다, 참.
- 2011.05.16 나는 블로거다(...) 10
날씨만으로도 싱나는 주말
그러니까, 사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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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어색한 저녁의 바람이었다. 싱거운 여름이었다. 마치 끝도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심지가 젖어버리기라도 한듯, 한여름의 무더위는 단 한번 맹렬하게 폭발하지도 못한채 스물스물 사라져가는 모양새다. 불면의 밤도, 만물이 타들어갈 듯 내리쬐던 햇살도 없었다. 이쯤되면 정말 '싱거운' 여름이었다 할만 하다. 더위에 약한 탓에 여름이 사계중 가장 못마땅한 계절임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어쩐지 이렇게 지나가버리는 여름은 달갑지 아니하다. 그것은 온전한 성격의 문제다. 나는 어쩐지 제자리에서 제모습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것 같은 것들이 변해가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다. 뻔질나게 들리던 단골 가게들이 사라질 때마다, 즐겨 먹던 군것질거리들이 단종이란 최후를 맞이할 때마다 그 왠지 모를 허전함에 매번 그것들을 되새길 적마다 씁쓸한 입맛을 쩝쩝 다시는 인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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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달달한 까페모카를 마실테야요 (10) | 2011.08.04 |
이별 후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
이별 후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그동안 주고받은 편지나 선물같은 것이 아니다. 휴대폰이며 메일이며 어디며에 등록되어있는 그의 연락처와 주소들을 휴지통으로 이동시키는건 맘 내킬때 단순한 손가락 놀림 몇번으로 끝이 나는 일이다. 그보다 더, 이별 후 가장 우선적으로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의 기대다. 헤어졌지만... 그래도... 로 시작되는 모든 기대들을 버려야 한다. 그것이 당신을 좀 더 큰 상처로부터 보호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아직, 이별 후에도 어떤 일련의 기대감들을 품고 있다면 그것이 어떤 종류의 기대건간에 그것을 내려놓길 바란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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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고파요, 사람이 (6) | 2011.07.12 |
오랫만에 여름의 맨얼굴과 대면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씨다. 하기사 지겹게도 내린 비였다. 태풍의 영향인지 어제 내린 비의 영향인지 여전히 느껴지는 찐득한 습기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여름다운 날씨라 할만하다. 생각해보면 여름은 청춘을 쏙 빼닮았다. 양동이로 쏟아붓는듯한 빗줄기가 쏟아지는 장마도 그렇고, 장마 후의 자비없는 폭염이 또한 그렇다. 적당함을 모른다는 것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또 나는 항시, 내 주변의 청춘들에게 여름다움을 바라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겉잡을 수 없이 불타오르거나, 장마철의 강바닥마냥 깊게 잠기거나, 그런 굴곡들 자체가 청춘이어서 그렇다는 것을, 또 청춘을 떠나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을 알고 어쩌면 괴로울지도 모르는 그 시간들을 가급적 유쾌하게 겪어내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올해의 지루한 우울과 가슴이 다 타는 듯한 뜨거움을 견디어낸 나무들이야말로 한해 한해 거듭해갈수록 더 생생한 푸르름을 자랑하게 될 거라 자신있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이다.
*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이들일수록 타인의 호의를 쉽게 감지하게 된다. 굶주린 사람이 음식냄새를 가장 빨리 맡는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그것도 항상 장점일 수는 없다. 이를테면 누군가로부터의 호의를 빨리 감지해내기는 하지만 그 호의의 유형에 대해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 마땅히 내쳤어야만 하는 호의를 덥썩 받아들여 여러모로 낭패를 보게 되기 십상이다. 허나 그런 부분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가며 경험을 쌓음으로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기본적으로 그런 것 - 사람과 사람사이에 느끼는 좋은 감정이나 나쁜 감정 - 들에 감이 좋은 것은 역시 많은 경우에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것이다. 어떤 사람들을 보면 그, '빈 것'을 참 견디어내지 못한다. 남한테는 있고 나한테는 없는것, 나한테 모자란것, 나한테도 제법 있으나 더 가지고 싶은것. 하지만 그렇게, 어떤 것들은 스스로에게 부족하고 모자란것이 멀리 보아 스스로에게 나쁘다고만은 죽어도 할 수 없는 노릇이라는 거다. 조금 덜 사랑받았던 것, 조금 덜 가지고 자랐던것, 그런것들이 스스로에게 독이 되는 경우는 오히려 스스로 그런것들이 부족하고 모자라니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쫓길수록 오히려 더 그 빈 것들이 더 크게 느껴져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모자라고 부족한 것에 대해 분명히 인지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 모자라고 부족한 것들을 채우는데 지나친 조급증을 부리면 정작 그 비어있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까지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스스로를 모조리 비워낸 듯한 느낌조차도 멀리 보아서는 좋은 것들을 남길 수가 있다는 얘기다.
*
눈은 마음의 창이다. 눈빛만큼 감추기 어려운 것도 없다. 어떤 사람에 대해 깊이 알고 싶거든 가능한 똑바로 눈빛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여라. 눈빛에 써있는 메세지들을 가만가만 읽어보라. '관찰'하듯 바라보란 얘기가 아니다. 당장 그 눈빛에 담겨있는 무언가들을 스스로 읽어내지 못한다고 답답해하며 가슴 칠 필요도 없다. 눈맞춤이란것은 꽤나 놀라운 효과가 있어서, 눈을 맞추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시간이 평온하고 안정적일수록 서로에게 서로의 눈빛에 담겨있는 암호를 해독하는 코드가 저절로 입력되고는 하는 법이다. 상대가 허락하는 만큼 상대와 눈을 맞추면 되는거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당신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시야를 옮기려는 상대의 멱살을 붙잡고 고개를 돌릴 생각같은 것은 하지도 마라. 물론, 당신이 어떤 마음을 담아 상대를 바라볼적에 상대 역시 당신의 눈을 통해 그 마음을 충분히 읽어낼 수도 있다는 사실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당신이 아직 상대에게 감추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예를 들어 세상의 무수한 누군가의 '오빠'들은 이런 질문을 들을 때도 있을 것이다. '오빠는 가슴 큰 여자가 좋아 다리 예쁜 여자가 좋아?' 그런 순간에 그냥 되는대로, 입에서 튀어나오는대로 얘기하기 전에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면 정답이 적혀있을 것이다. '나야 당연히 네가 좋지' 라고.
*
이보게 자네, 매력있는 나쁜남자와 그냥 진상 찌질이와의 차이를 아는가?
뭔데?
니가 좋아하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나쁜남자. 니가 싫어하면 그냥 진상 찌질이.
천잰데?
*
간만에 광합성을 한듯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어쩐지 오늘은 '모두 섹시한 금요일 밤 보내세요' 라고 인사하고 싶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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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아야 할때 눈을 감을 수 있는 지혜를
사회 생활 초반에 일했던 회사에서 대표님이 얘기해주셨던 일화다. 신혼때의 일이셨단다. 맞벌이를 하셨던 중이었던지라 아침에 와이프분께서 먼저 출근을 하고 자신은 좀 늦게 집을 나서곤 했었더란다. 하루는 둘다 늦잠을 자는 통에 와이프는 눈뜨자마자 허둥지둥 준비해서 집을 나서고 자신은 그제야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가려고 화장실을 갔는데 아니 이게 왠일인가. 변기를 열었는데 크고 아름다운 그것 (-_-;) 이 둥둥 떠다니고 있더라는 것이다. 경황없이 나서다가 화장실 물을 내리고 가는걸 깜빡하고 갔더라는 것. 사실 뭐 새신부라고 응가를 안하는것도 아니고 자신도 딱히 뭐 굉장히 놀라거나 한것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신혼이 신혼이었고 처음 보았던 것이었던지라 좀 당황스럽긴 했었다고.
이게 근데 그냥 혼자서 보고 놀래고 어헣허헣 웃고 넘어갔으면 그뿐인 건데 그게 또 그게 아니었던지라. 아침에 경황없이 출근한 와이프분께서 이게 이게 (-_-;) 내가 물을 안내린것 같은데... 설마 설마? 를 하루종일 반복하고 계셨더라는 거다. 퇴근 후에 집에 들어와서 TV를 틀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하루 일을 마친 와이프가 들어오는데 이게 들어오면서부터 왠지 자기 눈치를 보는 것 같고(...) 눈을 안 마주치려고 하고 그렇더라는 것이다. 속으로는 쿡쿡 웃음이 나오면서도 전혀 모르는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시치미를 떼고 있는데 저녁을 먹고 나서 자리를 물리고 둘이 쇼파에 앉아있는데 그제야 참지 못하고 슬쩍 물어보더란다. '저... 음... 그러니까... 그... 아침에 화장실에서... 음... 혹시.. 아니 그러니까 내가...' , '아니 왜? 뭘 그리 뜸을 들여?' , '아니 그러니까... 내가... 혹시... 물 안내리고 갔나 해서...' 사실 그때쯤에야 거의 웃음이 터져 나오기 직전이었는데 여기서 웃어버리면 몇날 몇일 와이프 얼굴 보기 힘들것 같아서 혼신의 힘을 다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응? 아냐 물 내리고 갔었는데 뭘' 하고 계속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추궁을 해도 끝까지 부인을 하셨다는 훈훈한 미담(?) 이었달까.
우리는 어떠한 관계 속에서라도,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만 보고 살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에 대한 애정을 오래,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눈을 감아야 할 때 눈을 감을 수 있는 지혜다. 물론 우리는 관계 속에서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았을때, 눈을 감기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조율을 시도해볼 수 있다. 또 그런, 조율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그냥 눈을 감아버리는 것은 많은 경우에 좋은 방법이라고 권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어떤 것들은 분명히, 끊임없이 부딪치고 다투며 그 모습들을 개선해나가려고 하는 것보다 그저 한번 웃으며 슬그머니 눈을 감고 넘어가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본인의 황금변을 확인시켜준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하루정도야 그냥 웃고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즐거운 에피소드가 된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떠나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떤 것들에 대한 애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려면 반드시 우리는 눈을 감는 것이 좋은 상황에서 눈을 감는 방법에 대해 깨우쳐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어느정도 배변훈련은 시키더라도 가끔 엉뚱한곳에 똥오줌을 갈긴다고 해서 몽둥이 찜질부터 시작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굉장히 애지중지하던, 선물받은 낡은 책상에 생긴 자그마한 흠집정도는 그저 세월의 훈장인 셈 치며 너그럽게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지속적인 열정을 유지하려면 대머리 박부장의 괜한 생트집 정도야 안들려 안보여 하며 시크하게 넘어가는 법부터 깨쳐야 하는 것이고 단골 가게의 반찬에 나온 한올쯤의 머리카락은 에이 아주머니~ 혹은 조용히 휴지에 감싸 구석으로 밀어놓는 정도도 괜찮다는 것이다. 즐거운 피서를 즐기고 싶으면 물보다 많은 인파야 적당히 부대낄 준비가 되어야 하는 것이고 애인이 예쁘고 곱게 입고 다니길 원한다면 좀 짧다 생각이 드는 미니스커트에도 요쏘쎅시 하며 쿨하게 넘어가 줄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어떤 것들에 대한 애정이 빠르게 반감되는 원인 중 하나는 굳이 볼 필요가 없는 것들에 대해서까지 굳이 보고싶어하는 사람의 속성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당신이 무언가에 대해 애정을 품는다면, 그것들에서 스스로 보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시선 조절을 할것인가에 따라 그 애정의 유통기한이 달라질 것이다. 물론, 슬프게도, 어떤것들은 거기에서 죽어도 눈을 돌리고 싶다 해도 반드시 보아야 하거나, 보게 되거나 하는 것들이 있겠지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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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그 둘만의 역사
연애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연애의 과정속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오롯이 둘만의 역사로 남는다. 이것은 그 연애가 어떤 성격을 띈 것이었냐와도 무관한 것이고, 연애라는 것의 기본 정의와도 관계 없는 이야기다. 단 하루밤의 뜨거운 연애였건 수년에 걸친 잔잔하고 고요한 연애였건 어찌되었건간에 서로간에 그 관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과정속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둘만의 것이란 이야기다. 물론 우리 개개인의, 개인의 역사가 그러하듯 연애의 끝맺음에 따라 그 역사들은 일부 사람들에게,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지기도 하고 그 역사를 듣고 보는 이들이 느끼는 감정들 또한 무한의 가지수를 가진다. 물론, 대단히 서글프게도,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는 어떤 가슴 시린 가사처럼 둘이 함께 공유한 역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에 대한 감정은 시간이 흐른 뒤에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다반사다. 한 사람에겐 지우고 감추고 싶은 흑역사가 되지만 어떤 이에겐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지기도 하는거다. 하지만, 어찌되었건간에 중요한것은, 연애가 끝나고 나서 그 역사의 한페이지를 들춰볼적에 스스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것과 무관하게 그 시간들에 그 사람과 함께했던 모든것들은 둘이 함께 공유한다는 거다. 그것이 설령 지나고 나서 미치도록 짜증나고, 아예 시간을 온전히 삭제하고 싶은 감정에까지 들더라도 그럴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별을 고할 수는 있지만 서로가 함께했던 시간을 빼앗아갈 수는 없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나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배려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 둘만의 역사를 둘만의 역사 그대로 남겨두는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약하고 약한 사람이기에 가슴 아픈 이별을 겪었다거나 그도 아니고 아예 황당하고 기가 차기 짝이 없는 이별을 당했다거나 하는 경우에 우리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위로를 구할 수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거다. 당장 내가 죽겠는데 상대에 대한 예의부터 따질 수 있는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하겠나. 물론 그 순간에도 정말 에라이 개개끼야 (혹은 솽뇬아) 너 한번 어디 엿먹어봐라 하는 심정으로 폭로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상대와 알지 못하는, 알 가능성이 가급적 희박한, 혹은 비밀유지가 잘 될 수 있는 지인들 정도에게 이야기를 하고 털어버리는 것이 매너라고 생각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당장 내가 죽겠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짚신벌레라도 잡고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에 그런 저런 둘만의 이야기를 하는것 정도야 사실 원치 않게 스스로의 이야기가 타인에게 건너간것을 알게 된 그 상대라 하더라도, 그것이 최소한 어느정도 애정을 담보로 한 연애과정 후의 일이었다면 납득할 만 하지 않겠나. 좋아하고 아꼈던 사람인데 힘들고 괴로워 뒷다마좀 깠다는데 그걸 또 이해조차 못해주면 그건 그것대로 거시기한 일일 테고.
하지만 이거야 뭐 스스로 생각하는, 나는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것이지 이게 무슨 어디 연애 법전같은데 기록되어 있는 것도, 이별 매너 가이드 Ver1.0 파일에 수록되어 있는 것도 아닌게다. 게다가 둘만의 역사를 참을 수 없이 어디 오픈하고 싶을때마다 구남친 구여친한테 전화 걸어 야 나 이 이야기 해도 되냐 하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할 적에, 행여라도 서로가 알게 된 후에 느끼게 될 감정들도 사람마다 다 다를것이다. 혹자는 에효 찌질하게 뭐 그런걸 떠들고 다니냐 걔는 하고 넘어갈거고 혹자는 어딘가에서 그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가슴 짠-한 그 시절의 다시 떠올려볼 수도 있겠지. 고로 이건, 누구에게 강요하거나 이게 옳다고 주장하거나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될 수가 없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실명도 아닌 익명으로 온라인 상에서 구남친 구여친 혹은 하룻밤 연애 상대들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 팍팍 써제낀다고 해도 그 사람이 누가 누군지 어떻게 알것이며(물론, 세상은 좁기에 정말 대단히 극히 드문 확률로 알게되는 경우도 있겠지마는) 그게 무슨 대단한 문제가 되겠는가. 욱 하는 마음에 실명 까고 사진 까고 동영상 까고(;;) 그랬다가 쇠고랑 차는 사람들이 까먹을만하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세상에서 쉽사리 그렇게 하지도 않지. 적어도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누구한테 이런거 충고하거나 할 마음도 없고, 그냥 이건 오늘 우연히 이글루에 갔다가 굉장히 해묵은, 하지만 기억속에 남아있던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걸 보고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쓰는건데.
난 그냥, 그게 안타깝고 안되었더라고.
가끔 온라인상의 어떤 글들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1,2,3으로 등장하는 그네들이. 물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 앞으로도 평생 알리가 없는 누군가들이지만 말이다. 그네들은 그렇게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자기 가슴을 물어 삼키던 어떤 남자가 온라인상에서 자신과의 역사를 한 단어로 -잤다- 요약해서 까놓고 키득대고 있을거란걸 상상이나 할까. 그들은 그렇게나 사랑하네 좋아하네 너 없인 못사네 했던 그네들이 돌이켜 보면 참 개쌍놈이었죠 ㅋㄷㅋㄷ 하고 있다는 걸 상상이나 할까. 어찌되었건 어떤 이들에겐 어떤 무게감으로,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 어떤 기억들이 한낱 술안주감, 아니 그것도 아니고 그냥 온라인에 찍 싸고 마는 똥글 하나 정도로 나뒹굴고 있을거라는 걸 감히 짐작이나 할까. 그걸 안다면 혹시 그네들은 충격을 받을까. 아니면 그네들에게도 똑같이 그정도의 무게감으로 남은 그런 이야기들일 뿐인걸까. 이런건 그냥 어느 고리타분한 아저씨의 쓸데없는 생각과잉일 뿐인걸까 진행형이 아닌 과거로 돌아간 어떤 관계들은 어떻게 그걸 굴려대거나 팔아먹거나 한다고 해도 전혀 거리낄것이 없는걸까. 그렇다면 타인에게 들은 타인의 사생활을 소설로 써서 누군가 대박을 쳐도 그 타인이 실존인물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다면 그 소설가는 스스로에게도 한점 거리낌 없을 수 있는걸까. 그것은 자연스러운 정신작용일까 혹은 다만 이기적인걸까. 만날 적에 이 놈년이 헤어지고 나서 나랑 떡친 얘길 사방에 떠들고 다니지 않을만한 위인인가를 먼저 검증한 후에 연애라는 프로세스를 밟는것이 정상적인걸까 아니 그것은 검증이 가능한 것일까 기타 등등. 을 떠올리다보면.
그저, 누군가들의 상상속에서 제멋대로 각색된채로 둥둥 떠돌아다니고 있을 익명의 그대들에게. 유감이라는. 그리고 조금 더, 앞으로의 인생에서의 연애들은 더 멋지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행여라도 또 이별을 경험한 후에라도, 행여라도 산뜻하고 쿨하게 돌아서고 난 후에라도 뒤통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기를. 건투를 빈다. 고 말할 도리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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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세상이다, 참.
*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명복을 빕니다.
*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속이 편치가 못하다. 괜히 마음이 우울하고 쓰리다. 사실 즐거운 주말 마무리였고 즐거운 한주 시작이었고, 사지가 오그라들게 바쁘긴 하지만 일도 꾸역꾸역 잘 밀어내고 있는 상황인지라 개인적으로야 충분히 업 될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스스로도 놀라우리만치 여파가 크다. 사실 이틀간 포탈 사이트만 띄워도 사방에 보이는 잡놈들 덕분에 인터넷 자체를 꼴도 보기 싫었고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이게 도저히 안되겠더라. 조금이라도 풀어놓아야 이 묵직한 마음의 무게가 덜어지려나 하는 마음에 이야기를 한다. 해당 이슈에 대해 더는 어떤 이야기도 보고싶지 않다 하시는 분들은 미리 패스하시라.
*
나는 그녀를 잘 모른다. 야구팬이기야 하지만 데일리 야구 소식은 아이러브베이스볼쪽을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편이고, 그냥 스쳐가듯 몇번인가 TV에서 보았다 하더라도 워낙 안면인식이 안되는 인간인지라 기억을 할리 만무하다. 또 워낙 연예인이건 누구건 스캔들이네 어쩌네에 대해 별 관심도 없기에 처음 사건이 터졌을때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트위터에서 언뜻 이야기만 들었더랬다. 디테일한것까진 모르고 그냥 둘이 썸씽이 났는데 임태훈이 발뺌하는건가 정도로 이해하고 흘려보냈다. 관련해서 트위터에 나쁜놈은 물구나무를 서도 나쁜놈이라고 썼던게 전부. 그런데 이렇게 충격을 받았던 이유는.
뭔가 일이 커지면서부터 대체 무슨일이야 싶어 찾아봤다가, 인터넷상에 넘쳐흐르는 왠갖 패러디와 조롱들을 보고, 그리고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거에서 어 어 하다가 임태훈 1군 올라왔던날 두산 구단이랑 임태훈 인터뷰하는거 보고 정말 사실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더랬다. '야야, 이거 큰일 나는거 아냐 이러다?' 솔직히 그런 생각 왠만큼 사태 돌아가는거 보고 있던 사람이었으면 한번쯤 다 들지 않았겠나. 아니 진짜 입장바꿔 생각해봐. 예를 들어 내가 회사에서 누구랑 썸씽이 났어, 내가 맘 주고 좋아했어, 근데 그게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참 듣기 더러운 형태로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상대 여자랑 회사에서 두 사람은 아무 관계가 없었다고 발표하고 일에만 전념한대. 난데없이 난 뇌내망상연애를 시전한 스토커가 된거야. 와 참. 죽지는 않더라도 죽고싶을 정도일테고, 최소한 회사는 더 못다니겠지. 근데 야구팬을 천만 잡고 국민중에 천만이 아는, 얼굴 다 팔린, 나이도 적당히 먹은 여성의 입장에서 그런 꼴을 당한다? 이쯤되면 위험한거 아냐? 라는 생각, 누구라도 한번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근데 그렇다고 내가 뭘 어떻게 하나. 야, 야, 이거 큰일나는거 아냐? 그냥 이러고 또 내 할일 해야지. 네이버 관련 기사 하나만 까도 덧글란에 미친놈들이 수두룩한데 내가 그거 다 쫓아다니며 신고를 할것이여 뭘할것이여. 이글루라도 열심히 쓰고 있었을적엔 최소한 거기다라가도 좀 적당히 해라 이것들이 한마디라도 갈겼겠지. 그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그거였다. 누군가 죽을 것 같아. 그리고 분명히 굉장히 많은 다수가 고의건 고의가 아니건 그걸 부추기고 있었어. 근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그리고 또 생각해보니까, 이 사회는 이미 제법 많이, 그렇게 누구에게 딱히 살해당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그 누군가들이 아주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찝찝한 죽음을 많이 경험했단 말이야. 근데 또 그렇다는 거. 그리고 그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굉장히 리얼하게 생중계되고 있었다는거. 딱 죽는 순간만 빼고. 이게 제일 충격적이었다. 와, 내가 정말, 무시무시한 세상에 살고 있구나. 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살아가고 있는 놈들이 이렇게나 많은 세상인데 참 사람 별거 아닌걸로 그냥 훅 보내버리는 사회에서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리고 그, '흉기'가 된게 그래도 여전히, 한편으로는 기대를 품고 살고 있는 넷이라는 것이. 오버 조금 보태서, 정말 소름이 끼쳤더랬지. 정말 소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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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불특정 다수의 책임을 말하면 이게 물타기네 잘못한놈은 따로 있는데 애궂은 네티즌 잡네 뭐 이런 얘기들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많은 이들이 칼꽂은 범인으로 꼽고 있는 '그'에 대해 말해본다면.
사실 얘에 대해선 길게 말하기도 싫다. 솔직히 말하면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 조차 꺼려져. 근데 내가 항상 생각하는 삶의 기본 원칙이란게 있어서 그걸 적용시켜보면 그래 그렇다. 난 얘가 계속 야구를 하건 말건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아. 사람이 한번 잘못으로 사회적으로 매장되거나 하는거에 난 언제나 반대해왔으니까. 그래 뭐,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그러면 뭐 또 공던지고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분명한건 난 다신 얘가 마운드에 서서 공던지는걸 내 눈으로 보진 않을거야. 기아랑 두산이랑 경기하는데 얘가 올라온다 그러면 티비 채널을 돌리던가 야구장에 있으면 담배를 피우러 나가던가 하겠지. 이건 그냥 개인적인 감정이다. 꼴도 뵈기 싫어. 내가 오죽했으면, 화요일엔 하도 열이 뻗쳐서 얘 미니홈피 찾아볼까 생각이 다 들더라. 태어나서 두번째로 악플 달뻔했다. 물론 아서라 말아라 하고 말았지만. 왜 그렇게 싫은거냐고? 불특정 다수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말하면서도 얜 왜 그렇게 싫은거냐고?
그래 뭐, 얘 인터뷰가 마지막 한방이 되었다는 얘기도 사실 아주 틀린말은 아니고, 떠돌아다녔던 루머가 사실이라면 이건 뭐 그냥 존나 찌질해서 싫기도 하긴 한건데 제일 큰 이유는 그게 아니다. 나같이, 아무 연관도 관심도 없는 그냥 일반 야구팬 한명조차 야, 이러다 큰일나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내몰리고 있었는데 그걸 방치했다는게 제일 싫어. 사실 온갖 루머가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다들 괜히 니탓이오만 하고 있는 이 상황이지만 분명한건 하나 있지. 설령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간게 '모두'라 하더라도, 그녀를 '살릴' 수 있었던건 걔 하나 뿐이었지. 그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지.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건, 그럴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어. 어려서? 운동만 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피식. 암튼 그래서 싫다. 야구를 계속 하건 뭘 하건, 메이저리거가 되건 만년 2군에서 썩건 20승 투수가 되건 뭘하건, 그냥 난 더이상 볼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 그냥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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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부터 입이 닳도록 얘기해 온거지만.
그러니까 넷에서 표현의 자유 나부랭이가 어쩌구 저쩌구 나대는것도 좋고, 설치는것도 좋고, 뭐 그래 적당히 서로 놀려먹기도 하고 갈구기도 하고, 그렇게 아웅다웅 사는것도 좋지. 근데 좀, 진짜, 누군가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할때엔 적당히좀 해라. 씹히고 뜯기고 하는 사람 맘좀 이해하라고. 연예인 스캔들 가지고 신나게 웃고 떠들고 할라면 그냥 니 친구들하고 술이나 처먹는 자리에서나 해. 넷에 찌질찌질 써갈기지 말고 쫌. 하기사, 이런 얘기를 알아먹을만한 애들이면 그렇게나 개 생지랄을 하고 있지도 않았겠지. 이건 뭐 정말 한 한시간 웹서핑만 해도 싸이코패스같은 애들이 한타스는 나와. 참, 거, 정말 세상 참.
그리고 왠만하면, 정말 힘들고 괴로울때에 인터넷에 기대려는 생각은 하지 말길. 누굴 까지 못해 안달난 눈알이 시뻘건 들개새끼들이 넘치는 곳이랍니다. 정말로 말이지요.
*
어제 야구도 안보려다가 퇴근하고 딱 들어가니까 베이스볼 투나잇 야가 하는데. 마무리 멘트 들으며 증말 짠하더라. 에효. 참.
진심으로 고인이 편히 쉴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진심으로.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들이 없기를. 정말 다시는.
P.S : 마지막으로, 여전히 정신못차리고 있는 놈들은 몽창 고자나 되어부러라. 에라이.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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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로거다(...)
* 꽃피는 봄이 오면
지난주까지만 해도 춘래불사춘이로세가 절로 입에서 흘러나오는 날씨였는데 주말을 전후하여 화끈하게 개었다. 5월 초에는 사실 이런저런 악재들로 고난의 행군이다 싶은 징검다리 연휴를 보내었는데 연휴를 보내고 나서는 그도 좀 정리되어 차분해졌으니 그저 다행이다 싶어 헛헛하게 웃는다. 맑아진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머리도 맑아 간만에 출근하자마자 분주하게 일을 처리하고 잠깐 블로그를 열었다. 마지막 글을 쓴지 20여일이 지난 걸 확인하고 화들짝 놀란다. 맙소사. 무슨놈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는가. 어쩐지 허전-한 공간이 안쓰러워 사실 주절주절 떠들만한 뭐 대단한 여유가 생긴건 아닌데 키보드를 도닥여본다. 미안. 꽃피는 봄이 오면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또 신나게 떠들어봐야지 했었는데. 이젠 봄을 넘어 어느새 후끈 달아오르는 날씨라니. 미안. 게을러서 미안해. 미안.
...과는 별개로, 요즘 나는 가수다의 음원들에 아주 그냥 푹 쩔어 산다. 방송만도 몇번을 봤는지 모르겠고 사무실에서도 매일같이 고 노래들을 무한반복 하고 있는데 매일같이, 그날그날 꽂히는 노래들이 다르다. 방송에서 처음 들었을때 음... 이건 좀, 이라고 했던 노래들조차 나중에 귀로만 즐기다보면 그게 그렇게 좋아서 듣고 돌리고 듣고 돌리고. 사실 오늘 아침부터 입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박정현의 '미아' 인데 지난주에 거의 사흘 이상을 꽂혀있던 꽃피는 봄이오면 이었던지라 첫 타이틀로 꼽고 써본다. 날씨도 딱이지 않은가. 꽃피는 봄은 왔다. 그리고 당신이 있어 나의 봄은 언제나 찬란하다. 이정도면 좋지 아니한가. 하하.
* 미아
길을 잃어 버린 나, 쉬운 길은 없어서 - 캬, 참 가사 참. 굉장히 간만에 쓰는 글인데 사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심정이 그런거다. 미아가 된 기분. 어쩌면 새해 들어 지금까지 뭔가 좀 길을 잃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 뭐랄까, 지난 4개월의 스스로를 돌아보면... '어리둥절' 이란 단어가 딱 떠오르는듯. 해가 바뀌고 새로 다가오기 시작한 고민들이, 일어나는 생각들이, 해내야 할 일의 양이 예상치를 훨씬 오버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심각했던건 일의 오버지만;; 5월초 징검다리 연휴에 사실 4월의 무리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통에 아직까지 피로가 덜 풀렸다 싶게 골골거리며 보낼 정도로 가혹하게 일이 많이 밀어닥쳤더랬다. 간간히 트윗같은걸 날렸지만 딱 그런 심정. 아, 작년에 젠장할 한 삼년 일할거 일년만에 다하는구나 하며 엄살을 떨었는데 그게 아니라 이제 그럴 때가 된 거로구나. 나이를 먹고, 책임은 커지고, 이제 그정도가 그냥 일상적인 업무 강도가 되는 거로구나 하는 생각. 적응이 늦었던거지. 끌끌.
아, 뭐 그렇다고 굉장히 지쳐버렸다거나, 굉장히 일에 염증이 생기거나;; 한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스스로의 일에 진정한 '재미'를 느끼게 되기 시작했고 덕분에 워커홀릭 증상이 살짝 심화되어가기도 하지만 의욕적으로, 많은 일에 욕심을 부려가며 하고 있다. 그러니까 핵심은, 음, 그래, 일만 했다. 이게 좀 낭패. 사실 그동안에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없었던 건 아닌데 요즘은 일 이외의 생각을 진득-하게 오래 붙들고 늘어지질 못했다. 바쁘기도 했지만 일 말고 해야 할 고민들도 사실 한번 물고 늘어지면 끝이 나지 않는, 좀처럼 답이 없는 심각해야만 할 고민들만 물고 있는지라. 그래서 이래 막히고 저래 막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긴 글을 멀리하게 되고 트윗만 슬쩍슬쩍. 근데 이게 답답하더라고. 주저리주저리 좔좔좔 풀어야 할 얘기들은 분명히 있는건데. 그러니까 언제나처럼, 뭘 쉽게 쓰질 못했더니 꼭 해야만 했던 생각들, 느껴야만 했던 무언가들도 우왕좌왕하다가 지나쳐서 미아가 되어버리더라고. 중간중간 이것때문에 답답하긴 했었는데 그때마다 또 이노무 일이;; 아 쓰다보니 나름 고생했구나 이매듭 34세. 토닥토닥. 수고했어.
...쨌든 그런 관계로. 길을 잃어버린 생각들의 끄트머리를 붙잡기 위해 시작한 긴 잡문이라는 얘기. 그런 얘기. 아 근데 박정현씨 너무 좋아. 사지가 오그라들도록 좋아! 마이크를 거꾸로 잡고 불러도 잘 부를것 같아! (...확실히 길을 잃은 듯 보여 자네 - )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글루에서 뜨며 이제 잡다한 일상글은 자제해야겠다 생각을 했던게, 워낙 이글루에서야 방문자도 많고 그래서 잡다한 일상을 미주알고주알 퍼 알리는것도 좀 껄끄러웠고 했던 이유도 있었고, 나이 먹고 좀 점잖아져야지 했던 이유도 있었는데 이렇게 좀 지나다보니 그걸 간과했더라. 기록이 안남아. 요즘 블로그를 보거나 가끔 이글루 들어가서 과거 글을 보며 흠칫 하게 되는게, 기록이 안남아. 이글루를 떠나고 나서 지금까지도 참 무수하게 많은 일들이 있었고 무수하게 많은 생각과 고민과 기타 등등들을 했음에도 기억나는건 제기랄 일한 기억밖에 없고(...) 아 어쩌다 삶이 이렇게 각박해졌나 하는 기분에 좀 흠칫했다. 그래서 이젠 그랬으면 좋겠다는 건데 어차피 여기야 정말 가끔씩 들러주는 분들 외에는 극소수 분들만 오시니 다시 슬슬 일상에 대한 기록, 일기처럼 이런저런 생각들을 두서없이 써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거. 힘 좀 빼고. 편하게, 쉽게, 그렇게. 아주 예전처럼 - 은 아니어도 좀 진득하고 꾸준하게.
그리고 그게 또,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란 인간은 아무리 바쁜 와중에서라도, 글을 꾸준히 썼을적에 뭔가 더 활기차고 뭔가 더 알차게 삶을 꾸려나갔던듯한 기분인지라. 아 물론 쳐 놀기도 많이 했지만;; 뭐랄까 그 에너지란거 있잖수. 에너지. 그게 달랐어. 목적도 없이, 이유도 없이, 그냥 조금씩이라도 매일매일 글을 써야겠다. 뭐라도 다시, 꾸준하게 습관처럼 남겨버릇하다보면 그게 또 쌓이고 쌓여 훗날 돌아보며 그래 이때 이런 생각들을 했었더랬지 하는 밑천이라도 되게. 이게 기록이 남지 않으니 스스로 열심히 살았는지 쳐 놀았는지(;;)도 알 수가 없어. 또, 그리고, 예전부터 생각해온. 그냥 두서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써볼 생각. 그냥 태어나서 지금까지 느꼈던 사랑의 모든것들에 대해서. 이제 좀, 그런 이야기를 써도 스스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다가 더 나이먹고 더 인생 팍팍해지기 전에 꼭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였던지라. 그래, 힘을 빼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꾸역꾸역 써야겠다. 정말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랬으면.
* 너를 위해
그건 그렇고, 확실히 다 죽어가던 감수성이 좀 살아나기 시작한건 아무래도 나가수 덕분인데 아흐으으 어쩜 노래들이 다. 근데 이게 당혹스러운 상황을 만들기도 하더라고. 요즘 주말 데이트는 거의 토요일에 하고 일요일엔 애인님이랑 같이 나는 가수다 본방사수가 메인 이벤트인데(;;) 왜 그, 재범형님이 너를 위해 부르기 전에 나와서 했던 인터뷰 있잖냐. 왜 이 노래 부르냐 그 질문에 답한거. 그냥 본인도 그런 경험이 있고, 살다보면 그런 사랑 한번쯤 누구나 하게 되지 않더냐, 너를 위해 떠나주고도 잊지 못하는 한사람쯤 있는거 아니냐. 그런 얘기. 근데 워낙 내 지난 연애사를 다 알고 계신 애인님인지라 막 장난을 치는게야. 그래서, 잊지 못하는 한사람 쯤은 있지? 막 그러면서. 아 이게 장난이란건 알고 있는데 순간 난감시러서 막. 아니 재범형님은 왜 쓸데없는 소릴 해서(...)
뭐 그런 거 왜에도 사실 또 나왔던 노래들이 워낙 헐트 뷁끼(;;) 하는 노래들이 많은지라 기분 좀 다운되고 좀 쳐지고 하는 날에 무한반복하고 있으면 막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 까진 아니지만 아무턴간에 그런 후유증도 있더라고. 지금 이걸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귓가에 이소라의 너에게로 또다시가 흘러나오는데 와 이 화창한날 들으니 갑자기 막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야. 과연 마교 교주(?!) 접때 언제냐, 연휴 마지막을 찌뿌드드하게 보내고 다음날 출근해서 꿀쩍-한 기분으로 앉아있는데 바람이 분다가 나오데그려. 아 진짜 막 마음 한구석에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것 같아서 쓰러지는 줄 알았네. 나는 가수다 청중 평가단들이 그렇게 울어제끼는 이유가 다 있어요. 거기 그 노래들이 그런 노래들이라니까. 아주 그냥 심장을 제대로 강타해버리는. 이별한사람들 들으면 단체로 한강가고 싶어지는 그런 노래들.
아 뭐, 너를 위해로 시작했으니 너를 위해로 마무리하자면, 나 예전에도 블로그에 비슷한 얘기 썼다가 욕을 쌔려먹었었는데(;;) 난 여전히 그런 생각이야. 너를 위해 떠난다는 말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아니 그게 모조리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는게 아니라, 그냥, 적어도 나는, 다시는, 앞으로의 생에서도 행여 다음 생에 태어나게 되어도, 저런 이유로 이별하진 않을거야. 막 저게 그냥 언뜻 보면 되게 멋있고, 간지나고, 막 쓰라린 슬픔의 로망스가 어쩌구 저쩌구 비련의 주인공이 어쩌구 저쩌구 아무튼 애들이 잘못 이해하면 쩔어주는 허세 간지가 풀풀 풍기는 뭐 그런건데 그거 그래봐야 남는거 하나 없다. 아무튼 그렇다고. 적어도 내 취향은 아냐. 저런건. 네버. 물론 그게, 내가 그래서 취향이 아니라 저런거 안해봤다는 얘기와는 전혀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또 꼭 맞다고만은 볼 수 없는 김수한무 두루미에 삼천갑자 동방ㅅ....(...자아 붕괴인가)
그러고보니 정말로 그 후로 삼청동을 한번도 안갔네. 나 좀 쓸데없는데 독한 남자인듯. 히히.
* 비밀
요건 나가수 노래는 아니지만 지난달 가장 오-래 꽂혀있었던 노래. 다른거 다 모르겠고 그냥 '비밀처럼 계절이 흘러 상처들이 아물어가면' 이 대목에 완전 꽂혀서. 젠장 비밀처럼 계절은 잘도 흘러 벌써 땀방울 솟아나는 여름이네.
더 횡설수설 하고 싶었는데 회의가 있어서 오늘 잡담은 이정도로 마무리. 아 간만에 주절주절 떠들었더니 속이 다 시원하네. 히히. 행여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모두 날씨만큼 상콤한 하루 되시길. 아 젠장 그러고보니 야구 얘기를 못썼네. 내가 아오 열이 뻗...(그만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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