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딜레마에 관하여

삶은 행복과 불행이 밀물과 썰물처럼, 반복되는 것이다. 그것이 행복의 딜레마다. 우리가 어떠한 행복을 느끼건, 그것이 크건 작건 질적으로 훌륭하건 그렇지 않건간에 그것을 느끼는 순간, 그 찰나가 지나고 나면 그것은 곧장 과거형으로 바뀐다. 행복해야 할 순간에 다가올 불행을 걱정하느라 그것을 만끽하지 못하는 것 역시 썩 권장해주고싶은 삶의 태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행복감이 이대로 쭈욱, 앞으로 영원까지도 이어질거란 망상을 한다거나 그러기만을 바라는것도 우스운 일인 것이다. 물론 사람의 욕심이란건 끝이 없고,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이란 것엔 어떤 영구적인 포만감같은것이 따라올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상 행복을 갈구하고, 때로는 그것이 행복한 순간에 더 큰 행복감을 원하느라 스스로 느껴야 하는,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니 어찌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행복이란 것의 찰나성은 그래서 결국 다음과 같은,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데 유익한 몇몇가지 깨달음을 남겨주는데 바로 이런 것들이다. 우선, 우리는 누군가가 행복해보인다고 해서, 누군가가 누리고 있는 행복이 내가 안고 있는 그것보다 커보인다고 해서 부러워하거나 시기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그는 그가 누린, 누리고 있는 행복감과 정확하게 같은 무게의 고난과 어려움을 앞으로 남은 생동안 반드시 감당해야 하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가 보유하고 있는 부의 크기와도,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의 수와도, 그가 가진 남들보다 세상살이에 유리한 어떤 장점과도 완벽히 무관하다. 그것은 그저 자연스러운 인과다. 높이 나는 새도 반드시 날개를 쉬어야 하는 때가 있고 밀려온 파도는 반드시 물러가야 하는 때가 있는 것과 같은. 물론 스스로의 노력여하에 따라서 그런 불행이나 어려움들을 혹자는 수월하게 받아들이거나 감내하고 혹자는 실제보다 더 부풀려 크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누구건간에 그런 행복과 불행의 교차에서 벗어날 도리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평범하고도 단순한, 하지만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하나 한다면.

큰 행복을 느낀 사람일수록, 그것도 삶이라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들 중 유난히 두드러지는, 마치 저 하늘에 유난히 반짝이고 있는 별처럼 반짝이는 행복을 느낀 사람이라면, 지금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의 생으로 내딛는 걸음은 조금 더 단단히, 굳세게 내딛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 느끼고 있는 그 행복감들은, 앞으로 내딛는 그 걸음들을 자꾸만 뒤로 잡아끄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들어 삶을 정체시키는, 썩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을 소모하는 어떤 무거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시간은 앞으로만 흐름을, 그리고 사람 또한 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계속 앞으로 앞으로 이어나가야 함을 분명히 깨닫고 더 힘차게, 굳세게 앞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것,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지금 느끼고 있는 그 행복들의 소중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 에너지를 두 다리에 가득 모아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제 아무리 떠나고 싶지 않은 행복이라 한들, 어느 순간엔 그것을 등뒤로 하고 걸어가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는것. 그것이 참으로 달갑지 않은 행복의 딜레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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