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정주의에 관하여

기죽지 마라. 조급해하지 마라. 지금 당장 미래에 대한 밑그림이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는다고 해서, 목표가 무언지, 아니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해서 미리 겁먹고 초조해하지 마라.

옆집 개똥이는 난 지상최강의 요리사가 될거야!(스티븐 시걸이라거나) 하고 뒷집 말똥이는 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거야! 라고 하는데 나는 특별히 재주도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하루하루 산소만 축내는 산소벌레일 뿐이지라는 괜한 생각 하지 마라. 목표의 원대함이 그 삶을 반드시 빛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꿈의 크기가 그 사람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거대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서 삶이 그 목표와 함께 종료되는 것도 아니다. 시대의 대표적 먼치킨인 김연아도 이제 다시 목표를 세워야한다. 삶은 크고 작은 목표들을 이루고 이루려 노력하는 끊임없는 반복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어떤 확고함 역시 마찬가지다. 청춘에는 더더욱 그런것이 자연스럽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결심하고, 다시 그림을 수정하고, 부딪치고 겪으면서 계속 흔들리고 주저할 수 밖에 없는 시절이다. 누구나 그렇다. 지상 최강의 요리사를 꿈꾸는 누군가도 때론 재능을 살려 특공대로 갈까 고민할 수도 있다. 난 결혼 안하고 혼자 살것같아란 모든 확고해보였던 생각들이 현실로 이뤄졌다면 지금쯤 인류는 이미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을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순간의 그 모든 불안정성을 가지고 그대 삶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어떤 분명함도 없는 상태에서조차, 존재하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이런 것이다. 이 빌어먹을놈의 삶이란 것을 끝까지 살아내어 '나만의 삶' 이라는 것을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다. 다행스럽게도 이 목표는 당신의 삶이 다하는 순간 이전엔 이룰 수 없다. 삶의 모든 순간은, 이 거대한 목표 앞에서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렇다. 나는 가장 안정적인 인생과정주의의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거다.

삶에서의 모든 괴롭고 힘든 순간에, 당신은 인생과정주의를 사용할 수 있다. 애인에게 차였을때, 오래 준비해왔던 시험에서 실패했을때, 집이 망했을때, 믿었던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았을때... 그 모든 순간에 당신은 매우 유용한, 고통을 줄여주고 숨을 고를 여유를 안겨주는 매직 워드를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순간도 지나가리라, 혹은 단지 과정일 뿐이야 - 라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것은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이면서도 공짜다. 놀랍지 않은가! 마인드컨트롤의 최종 비기라고 본다해도 좋을것이다. 인생과정주의란것은 말이다.

무엇을 향해 가는 과정이냐고? 그 질문에 답을 내기 위해 저 위의 긴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다시 한번 정리한다. 삶은 기나긴 여정이다. 당신이 눈을 감는 순간에 시민 A로써의 삶으로 마무리하건 슈퍼히어로로써의 삶으로 마무리하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삶의 전 과정이 완벽하게 동일한 삶 같은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그 삶을 더 빛나게, 나의 의지로,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은 당신의 그 기나긴 삶 전반에 걸쳐 당신의 의지가 끊이지 않아야 함을 의미하겠지만 말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후의 최후까지 나만의 삶을 완성시켜나가는것. 그 거대한 여정 속에, 지금 당신이 처해있는 어려움이나 괴로움들은 그저 찰나에 불과한 것이다. 기껏해야 별빛속의 새똥정도 말이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라. 초조해하지 마라. 그저 묵묵히, 인내를 가지고 끈질기게 걸어가라.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아 물론 그 인생의 길이가 당신의 나태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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