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코렛은 거들뿐


정신이 없다. 천만 다행으로 일요일 하루는 쉴 수 있었기에, 게다가 제안중인지라 발렌타인 데이 스페샬 데이트같은건 어차피 꿈도 꾸지 못할 것 같기에(더런 놈의 세상 코로 쵸코렛을 뿜어주마) 일요일을 이용해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출근 하자마자 전쟁통이다. 스토리보드 리뷰 하는데 제안서 미리 써 갔다가 괜히 타겟이 되어 씹히고, 오전에 출근해서 잠깐 최근 인터넷상의 이슈인 최고은씨 관련 논쟁을 읽고 나니 마음은 묵직하기만 하다. 답답하기도 하고 괜히 먹먹한 기분이 들기도 해서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튀어 올라와 죽죽 써내려가던 글들은 오후 리뷰 시작 덕분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간 사이에 여차 저차 되어 훌러덩 날아갔다. 사실, 점심에 구내식당의 의외의 이벤트, 발렌타인데이 기념 디저트 브라우니가 아니었으면 발렌타인데이였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릴 수도 있었을 법한 날이지마는.

그래도 나름 연애지상주의자에 본격 연애 권장 블로그 주제에 이런 날 깨작대는 글 하나라도 없이 넘어간다면 너무 밍숭맹숭한 것 같아 그냥 경쾌하게 한마디 남겨본다. 그러니까, 쵸코렛이 문제가 아냐. 요리왕 비룡이 만든 수제 쵸코렛이건, 다이아를 갈아 만든 쵸코렛이건(?) 그런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 물론, 발렌타인 데이에 남자들이 받고 싶어 하는 선물 1위가 사실 쵸코렛은 아니더라 하는 설문을 근거로 쵸코렛보다 킹왕짱 대단한 선물을 상납하란 얘기도, 그래서 남자들은 쵸코렛을 멀리하고 게이가 되...(-_-;)도 포인트가 아니고, 쵸코렛을 상납하고 화이트데이에 한몫 잡는것이 전략상 우위에 있다는 것도 아니고, 아 쓰다보니 이게 다 진심인 것 같지만 그게 아니고, 그냥, 매년 강조하는 것 같지만 발렌타인 데이에 중요한 것은.

온 세상 쵸코렛을 다 흐물흐물 녹여버릴 만한, 아니 사랑하는 이의 뇌까지 흐물흐물 녹여버릴 만한, 그런 달콤한 진심. 그게 제일이라는 것. 물론,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들이야 모두 아시겠지마는 :)

날씨가 좀 우중충하고 쌔- 하지만 뭐 발랑까진데이 데이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니. 부디 지금 행복한 연애 하시고 계신 분들은 아주 그냥 서로 통째로 쵸코렛이 되어 할짝할짝 아 아니 이게 아니라(...그만 좀 해!) 아무튼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 오늘을 다시 돌아보더라도 달콤한 기분에 사로잡힐 만큼 달달-한 하루 보내시고, 오늘 직구 던지시는 분들은 모두 랜디 존슨의 강속구마냥 정확히 미트에 꽂아 넣으실 수 있길 바라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괜히 발렌타인데인데 남들은... 하는 기분에 축 쳐지지 마시고 차가운 도시의 남녀가 되어 까페서 따끈한 코코아 한잔 하시며 내 님은 어디에 있나 서울에 있나 부산에 있나(...) 하며 운치를 즐기시고, 격하게 우정 쵸코 돌리고 받으신 분들은 뿌린대로 거두리라 이루게 되시고... 세상의 모든 아버님들 따님께 받은 쵸코렛 즐거이 씹어 드시고... 에 또 뭐가 있나. 아무튼, 어엿튼간에.

상업성이 어쩌고 저쩌고 해봐도, 그냥 사랑하기 좋은 날이 있으면, 그 날 자체로 그냥 즐겨주는 것도 나쁜게 아니니까요. 모두 행복한 발렌타인 데이 되시길. 사랑스러운 하루 되시길 바래요 :)

'가장보통의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인배 로드  (4) 2011.04.11
서른 넷의 생일  (14) 2011.03.21
겨울밤 이야기(기나긴 수다)  (4) 2011.02.11
2010년을 보내며  (10) 2010.12.30
트윗 공개  (18) 2010.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