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쉬운 일과 자수성가의 함정에 관하여

나에게는 쉬운 일이 타인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이 사실 하나을 항상, 제때 제때 떠올릴 수만 있다면 우리가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불행하게도 비단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잖아? 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종종 저 간단한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고, 나에게 쉬웠던 것이기에 너에게도 쉬운 일이야 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것은 상대에게 확실한 몰이해를 체감하게 해주고, 상대와의 마음의 간격을 깊고 넓게 벌리게 된다. 더 무서운 것은, 굉장히 많은 경우에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 하더라도, 아니 그게 왜, 그건 쉬운거라니까? 라는 식의 인식밖에 가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의 말과 글은, 불특정다수에게 어떤 상황 속에서 상처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놀라운 것은 스스로의 삶에서 뭔가 극적인 성공을 거둔 이들, 특히나 그것이 어떤 상황이나 여건, 운 등의 외적인 요건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스스로의 능력에 의해 그러한 성공을 거둔 이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오류가 바로 저러한 것이란 것이다. 물론 많은 경우에 소위 말하는 자수성가, 그렇게 성공한 이들이라면 남들에게 귀감이 되는 부분도 얼마든지 있고 배울만한 부분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씩 어떤 사안들을 대할때마다 심심치 않게 그런 생각들이 표출되곤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그들에겐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해당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굉장히 어려움을 느끼고 했었을 지라도, 이미 성공을 거둔, 실패와 고난들이 과거의 것이 된 상황에서는 어쨌든 이미 지난 일로 편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 아니던가.

그렇기에 그런 성공을 거둔 이들에게서 유독 그런, 사회의 문제들을 개인의 근성의 문제로 치환해서 해석한다거나 하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들은 분명히 잊고 있다. 그들은 남다른 노력을 통해 어떤 성공을 거두었지만, 같은 노력을 하는 누구나 그들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를테면 똑같이 백일동안 마늘과 쑥을 먹는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사람으로 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노력하면 모두가 성공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성공한 사람은 모두가 노력했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나는 그런것이 바로 자수성가의 함정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기울인 노력만큼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는것, 그리고 스스로가 노력함으로 인해 얻은 댓가들을 그 사람들도 같은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너무 쉽게 단정지어버리고 어떤 문제가 단지 그 사람의 노력 부족이라고 판단해버리는 것이 말이다.

사회 구조의 변화로 인해 자수성가라거나 개천에서 용 난다 하는 경우들이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 사회의 근간에 흐르고 있는 것은 자수성가나 개천에서 용 나는 것들에 대한 어떤 동경들이다. 그렇기에 또 그런 식의 성공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은 그만치 많은 이들에게 스스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이런저런 매체들을 통해서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스스로의 의욕을 북돋운다거나 하는 형태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스스로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이들은, 그런 성공을 통해 사회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사람들은 더더욱 언행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나의 성공을 온전히 스스로의 것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나에게 자연스럽고 쉬운 것들이 타인에게도 자연스럽고 쉬울 것이라 너무 쉽게 단정짓고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지를 말이다.

자수성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렇게 거창한 성공같은 것이 아니어도 인간은 쉽게 교만해지고, 그로 인해 무례해진다. 스스로 아주 작은 성공, 아주 작은 극복의 희열같은 것을 경험한 후에 그것에 대해 자부심을 품는 것은 좋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다시피 자만심과 자신감의 경계는 몹시 모호하고, 한발만 헛딛으면 자만이 자신이 되기도, 자신이 자만이 되기도 한다. 타인을 대할때에 나의 자신감이 자만의 경계로 넘어가 상대가 처해있는 상황이나 어려움에 대해 너무 쉽게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돌아보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이 사회는, 굳이 누가 물어보지 않더라도 내 문제에 대해 일일이 가르치려고 드는 오지랍이 충만한 사회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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