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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7.16 센티멘탈 그린 6
  3. 2010.07.12 8
  4. 2010.07.07 운수대통 16
  5. 2010.07.05 장마 4

무지

나는 모른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밀물이 먼저인지
썰물이 먼저인지
행복이 먼저인지
불행이 먼저인지
꿈이 먼저인지
삶이 먼저인지를
그리하여, 또
그리움이 먼저인지
눈물이 먼저인지를

그리워서 눈물이 흐를까
눈물이 흘러 그리운걸까
눈물이 마르면 이 그리움 멎을까
이 그리움 멎어야 눈물이 마를까를


2010.08.03 - 무지(無知) -

선후를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몰라도 좋을 일들이 있다. 사람들 속에서 웃고 떠들다가 갑작스레 왈칵 치밀어오른 눈물에 어리둥절해질적에 어느샌가 조금씩 가슴 가득 채워지고 있는 그리움들을 느끼게 될 때도 있고 그리움이 목까지 치밀어오르는 기분에 참다 못한 눈물들이 꺽꺽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나오는 날도 있을 것이다. 마냥 행복감에 취해서 활짝 웃다가 문득 어느새 그 눈물이 말랐나 하는 씁쓸함에 괜스레 잠들어있는 그리움이 자극받는 날도 있고 하루나 제대로 견딜 수 있을지, 금새 그리움에 짓눌려 고꾸라질것같이 다니다가 그게 언제냐싶게 또 그저 이렇게 웃게도 되는구나 하며 약간의 쓴웃음을 머금는 날도 있을 것이다. 선후를 알아도 개운할 것이 없고, 그걸 알겠답시고 머리를 쥐어뜯을 일도 없는. 그저 흐르는 눈물은 흐르는대로, 넘실대는 그리움들은 넘실대는대로,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채 살아가는것이 제일 좋은법. 말 그대로, 모르는게 약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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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멘탈 그린

나는 들었다
철로 옆, 가녀린 들풀들이
한사코 철로로 몸을 눕히다
이내 지축을 울리며 달려온 쇠바퀴에
갈갈이 찢겨 신음하는 소리를
열기에 짓눌려 스러질 삶이라면
차라리 저 달리는 기차 바퀴 한구석
작디 작은 초록의 흔적으로 남아
그 길을 함께 달리고 싶었노라고

그제사 나는 그 마음을 안다
보라, 아직도 이 가슴 안에
그밤 그대의 초록 원피스 자락이
한없이 울창하게 드리워져있지 않던가
마냥 서늘하기만 한 그늘은 아닌
탄내나는 가슴위로 어느새 우거진 녹음으로

가만히 자갈들을 그러모은다
담배에 불을 붙여 올리고 손을 모은다
여전히 철로 위로 저마다 몸을 누인다
멀리서 기차가 오는 소리 들린다

2010.07.16 - 센티멘탈 그린 -


사실, 모든 면에서 주체적인 삶의 완성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기에, 나는 스스로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악영향을 끼치는, 좋지 못한 방향으로 소모하는 사랑에 반대하는 편이다. 물론 어떤 사랑은 좋은 사랑이고 어떤 사랑은 나쁜 사랑이다 이렇게 획일적인 어떤 기준을 통해 구별할 수 있는것은 아니고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플러스마이너스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양날의 검같은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보게 되지 않던가. 무한한 고통을 겪으며, 귀중한 시간들을 참 안타깝게 소모하며 몸도 마음도 상하게 되는, 그런 사랑들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어찌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정말 그런 사랑들로 인해 괴로워하고 몸부림치는 이들을 대할적에 그만둬, 그건 미친짓이야 - 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한다. 그 말이 소용이 없을 거란 생각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슨 자격으로 타인의 사랑을 함부로 재단하랴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그런것이다. 답이 나오지 않는 사랑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걸어보는, 그의, 그녀의 가슴에 아주 작은, 스쳐지난 삶의 흔적중 가장 작은 일부가 되어 남겨지더라도 단지 그것만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렇게, 삶의 끝까지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었고, 내가 삶의 끝까지 가져갈 기억들이 있기에. 사실 뭐 그정도만으로도, 아무리 개고생으로 점철된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썩 나쁘기만 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않겠는가. 기나긴 삶동안, 서로 서로의 마음에 조금씩 자리를 잡고 함께 걸어간다는 것이 말이다. 그저, 단지, 그정도 뿐이라도.

흉측한 빌딩들과 먹구름이 그득한 도시는 온통 잿빛이다. 그래도 마음은 센티멘탈 그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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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지낸다고
많이 웃으며 지낸다고
웃다보니 눈주름은 한가득 늘고
속이 편해 뒤룩하게 살만 올랐다고
문득 가만히 눈을 떠보니
얼마나 웃으려고 애를 썼는지
저도 모르게 말려올라간 입꼬리
도로 거두기도 민망한 마음에
헛헛히 웃으며 시작하는 하루

2010.07.12 - 꿈 -



이제는 꿈 속에서밖에 만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살아가며 그런 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는건, 또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건 꽤나 견디기 괴로운 일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꿈 속에서밖에 만날 수 없는 이들을 꿈 속에서 만난 날이면 아침에 눈을 뜰적에 괜스레 씁쓸한 입맛을 다시곤 했더랬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꿈이 달콤할수록 현실의 공기는 차갑게 와닿는 법이므로.

어쩌면 나이가 들어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 이전보다는 괜한 마음의 불편함을 덜어내는 방법을 하나 둘씩 깨우쳐가는 듯 하다. 이제는 꿈 속에서나마 그리운 이들을 만날 수 있음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기꺼운 일인가 싶기도 하다. 꿈에서 웃다가 잠을 깨었는데 퍼뜩 입이 웃고 있음을 깨닫는 날이 있다. 어거지로 웃은 것이건 정말로 마음이 기꺼워 웃은 것이건 기왕 웃은거 도로 거두기도 민망하다 하는 마음에 그저 빙긋이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웃을 일은 웃을 일이다. 막연히 그리워할 대상 하나 가지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이란건 또 얼마나 밋밋하기 짝이 없는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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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대통

만약
그대의 삶에
가장 많이 사랑했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사랑했던 누군가와
가장 완벽한 타인이 되는
끔찍한 이율배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2010.07.07 - 운수대통 -



사실, 집에 불이 나서 모든게 잿더미가 된 이가 집에 도둑 들었다고 투덜거리는 이에게 뭐라 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되는것 같아서 별로 입에 올리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 세상의 무수한 이별들중에서 그 원인과 이유가 명백한 이별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것. 상대가 바람을 피웠거나, 헤어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치명적인 인격적 결함이나 습관이 있거나, 끝끝내 도저히 인내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다름'이 존재하거나 하는 경우,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도 누구나 어쩔 수 없네, 잘 헤어졌네 얘기를 하는 경우라면 그나마 그 이별은 굳이 따지자면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는 것이랄까.

문제는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이란 것은 시작도 끝도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히나 이별의 경우에 자신들도, 주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도 왜 헤어져야 했는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정말로 그 어떤 사람을, 어떤 개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애초부터 그렇게 되기로 되어있었던것처럼, 서로 마음을 나누고 확인하기 이전보다 극단적으로 등을 돌려야만 하는 상황같은것이 도래한다면 그건 정말 인생에서 손에 꼽을만한 최악의 불운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스쳐 지나가는 흔한 사랑얘기들 중에서도 얼마나 많이 들려오던가. 가장 사랑했기에 가장 완벽히 타인이 되어야했던, 그 끔찍한 이율배반속에서 몸부림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슬프고 괴로울땐, 힘들고 어려울땐,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라는 고함을 치고 싶을땐, 자신보다 더 큰 불운을 겪은 사람들을 돌아보는것도 좋은 방법. 이별로 인해 괴로울땐, 본인보다 더 불운한 이별을 겪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내었는지를 돌아보는것도 좋은 방법. 그저 그 괴로움들속에서 여전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심플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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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어쩌면, 사랑은
그리 장마와 닮아서

그치지 않을 기세로
그대 품에 쏟아져 내리다가
바다가 되지 못한 그대를 떠나
어느 강물이 되어 떠나가는지

지금쯤은 바다를 만났을까
한여름 장마같이 떠난 사람아

2010.07.05. - 장마 -



시절이 바뀌니 장마도 장마같지 않다. 이제 쏟아진김에 다시는 멈추지 않겠다 싶은 기세로 쏟아지던 거센 빗줄기들은 간데 없고, 오늘 찔끔 내일 찔끔 내리는 빗줄기에 찝찝한 습기만 가득하다. 어쩌면 사랑도 장마비마냥, 그 시절처럼 그렇게 온 몸을 다 내던져서 누군가의 가슴위로, 품 안으로 쏟아져 내리기 좀처럼 어려워진 세상이다. 멎을 것을 걱정하며 내리는 빗방울을 본 적 있는가. 흘러가기 좋은 강물 위만 찾아 내리던 빗줄기를 본 적 있는가. 그렇기에 더더욱, 그렇게 모든것을 다 걸고, 당신이 내가 머물 유일한 자리라는 마음으로 모든것을 다 퍼부어보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누구를 떠나 어디로 흘러가고 있다 한들, 내가 그 바다가 되고 싶었으나 그 바다가 내 몫이 아니었다 한들, 흘러가는 강물 뒤켠에 서서 눈물 흘리며 손을 흔들었다 한들 역시 조금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습기 가득한 출근길에 장마면 좀 시원하게나 내릴것이지 라고 투덜거리다 어느 여름의 기억이 떠올라 슬몃 웃으며 쓴다. 아, 그 짜릿하리만치 서늘했던 기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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