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대통

만약
그대의 삶에
가장 많이 사랑했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사랑했던 누군가와
가장 완벽한 타인이 되는
끔찍한 이율배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2010.07.07 - 운수대통 -



사실, 집에 불이 나서 모든게 잿더미가 된 이가 집에 도둑 들었다고 투덜거리는 이에게 뭐라 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되는것 같아서 별로 입에 올리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 세상의 무수한 이별들중에서 그 원인과 이유가 명백한 이별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것. 상대가 바람을 피웠거나, 헤어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치명적인 인격적 결함이나 습관이 있거나, 끝끝내 도저히 인내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다름'이 존재하거나 하는 경우,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도 누구나 어쩔 수 없네, 잘 헤어졌네 얘기를 하는 경우라면 그나마 그 이별은 굳이 따지자면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는 것이랄까.

문제는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이란 것은 시작도 끝도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히나 이별의 경우에 자신들도, 주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도 왜 헤어져야 했는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정말로 그 어떤 사람을, 어떤 개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애초부터 그렇게 되기로 되어있었던것처럼, 서로 마음을 나누고 확인하기 이전보다 극단적으로 등을 돌려야만 하는 상황같은것이 도래한다면 그건 정말 인생에서 손에 꼽을만한 최악의 불운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스쳐 지나가는 흔한 사랑얘기들 중에서도 얼마나 많이 들려오던가. 가장 사랑했기에 가장 완벽히 타인이 되어야했던, 그 끔찍한 이율배반속에서 몸부림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슬프고 괴로울땐, 힘들고 어려울땐,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라는 고함을 치고 싶을땐, 자신보다 더 큰 불운을 겪은 사람들을 돌아보는것도 좋은 방법. 이별로 인해 괴로울땐, 본인보다 더 불운한 이별을 겪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내었는지를 돌아보는것도 좋은 방법. 그저 그 괴로움들속에서 여전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심플한 조언.

'소오강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미울음  (11) 2010.08.09
무지  (4) 2010.08.03
센티멘탈 그린  (6) 2010.07.16
  (8) 2010.07.12
장마  (4) 201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