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지낸다고
많이 웃으며 지낸다고
웃다보니 눈주름은 한가득 늘고
속이 편해 뒤룩하게 살만 올랐다고
문득 가만히 눈을 떠보니
얼마나 웃으려고 애를 썼는지
저도 모르게 말려올라간 입꼬리
도로 거두기도 민망한 마음에
헛헛히 웃으며 시작하는 하루

2010.07.12 - 꿈 -



이제는 꿈 속에서밖에 만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살아가며 그런 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는건, 또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건 꽤나 견디기 괴로운 일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꿈 속에서밖에 만날 수 없는 이들을 꿈 속에서 만난 날이면 아침에 눈을 뜰적에 괜스레 씁쓸한 입맛을 다시곤 했더랬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꿈이 달콤할수록 현실의 공기는 차갑게 와닿는 법이므로.

어쩌면 나이가 들어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 이전보다는 괜한 마음의 불편함을 덜어내는 방법을 하나 둘씩 깨우쳐가는 듯 하다. 이제는 꿈 속에서나마 그리운 이들을 만날 수 있음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기꺼운 일인가 싶기도 하다. 꿈에서 웃다가 잠을 깨었는데 퍼뜩 입이 웃고 있음을 깨닫는 날이 있다. 어거지로 웃은 것이건 정말로 마음이 기꺼워 웃은 것이건 기왕 웃은거 도로 거두기도 민망하다 하는 마음에 그저 빙긋이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웃을 일은 웃을 일이다. 막연히 그리워할 대상 하나 가지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이란건 또 얼마나 밋밋하기 짝이 없는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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