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이글루에 남겨놓은 최후의 만담이 2월 10일이니 거의 5개월이나 지난 셈이다. 이런저런 생각끝에 최후의 만담을 남기고, 당시 한달정도만 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야지 했던 것이 참 무섭게도 빠르게 흐른 시간 덕분에 벌써 5개월이다. 어쩐지 글을 쓰려고 새로 열어놓은 메모장이 꽤나 크게 느껴지는 듯한, 막막한 듯한 느낌마저 드는 걸 보니 오래 쉬긴 쉬었나보다. 정신없이 일하고, 일하고, 또 일했던. 정말로 전례가 없다 싶을정도로 일만으로 가득 채웠던 지난 5개월의 일들이 잠깐 머리를 스쳐간다.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딱 최후의 만담을 남기고 나서부터 정말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쏟아졌던 일의 홍수속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지나간 시간들이 벌써 어제의 어제들로 남겨졌다는 것이 황당하기까지 하다.

꽤나 개그스러운 과정을 거쳐, 겨우겨우 그래도 써봄직한 마음이 드는 새집을 장만해놓고는, 이런 저런 일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자락에 어느날의 문답들이 퍼뜩 떠오른다.

- * -


"왜 블로그를 쓰는거야? 계속 그렇게 글을 쓰는 이유가 뭐야?"
"그냥 뭐랄까, 그렇잖아. 물론 온라인이라서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점점 예민해지고, 까칠해지고... 그러면서도 또 조금만 깊숙히 들여다보면 다들 외롭고, 슬프고, 혹은 화가 나있고. 그냥, 피곤한 세상이니까. 그냥 단순히, 우연히 지나치며 읽게 되는 글 하나에서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뭐 그런 바람이랄까."
"응 그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래"

- * -


블로그란 것을 쓰게 된지, 온라인에서 소통이란것을 위해 노력하게 된지 얼추 7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황당하리만치 많은 일들을 겪기도 했고, 놀라운 인연들을 만나기도, 덕분에 꽤 가슴아픈 상실들을 경험하기도 했더랬다. 의도치않게 누군가들에게 상처가 되어버린 날들도 있었고, 그냥 저냥 수다처럼 써댄 글들이 과분한 관심과 호응을 받기도 했고, 그저 지나치는 일상의 에피소드에서 우연히 튀어나온 삼촌이란 호칭이 어느순간 너무나 익숙하게 들리는 호칭이 되어버리기도 했었더랬다. 꽤나 많은 둥지를 틀었더랬고, 그만치 많은 둥지를 어느 순간에 탁탁 털어 정리해버리고 엉덩이를 떼곤 했다. 그리고 또 이야기가 차오를 무렵에는 어딘가에 자리를 틀고 앉아 별 것 없는 이야기들을 대수롭지 않게 흩어놓곤 했었더랬다. 단순히 한번 웃고 지나칠만한 개그글들도 있었더랬고, 어떤 것들은 살아가며, 사람들과 부대껴가며 느끼고 깨달은, 나름의 개똥철학들을 담아놓은 것들도 있었더랬다. 또 어떤것들은 스스로의 마음속에 짐덩이를 내려놓으려 확확 토해내듯 썼던 것도 있었더랬고, 또 어떤것들은 약간의 바람들, 약간의 희망들을 얹어서 키보드를 도닥거렸던 것들도 있었더랬다. 그리고 그 무수한 이야기들의 근간에 흐르고 있는 가장 큰 바람은 그런것이었다. 단지, 나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단순히 나이를 한살 더 먹었을뿐인데, 황당하리만치 삶이 분주해져버리기 시작한 나날들인지라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얼마나 더 오래, 얼마나 더 부지런히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며 그, 아주 오래된, 언제나 가슴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근원적인 바람을 다시 곱씹어본다. 그저, 단순한, 아주 작은, 그냥 한번의 풉 하고 흘려버리는 웃음을 통한 것이건, 조금쯤은 가슴을 다독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한 것이건,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을지라도, 어떤 커다란 기대도, 믿음도 없을지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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