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어쩌면, 사랑은
그리 장마와 닮아서

그치지 않을 기세로
그대 품에 쏟아져 내리다가
바다가 되지 못한 그대를 떠나
어느 강물이 되어 떠나가는지

지금쯤은 바다를 만났을까
한여름 장마같이 떠난 사람아

2010.07.05. - 장마 -



시절이 바뀌니 장마도 장마같지 않다. 이제 쏟아진김에 다시는 멈추지 않겠다 싶은 기세로 쏟아지던 거센 빗줄기들은 간데 없고, 오늘 찔끔 내일 찔끔 내리는 빗줄기에 찝찝한 습기만 가득하다. 어쩌면 사랑도 장마비마냥, 그 시절처럼 그렇게 온 몸을 다 내던져서 누군가의 가슴위로, 품 안으로 쏟아져 내리기 좀처럼 어려워진 세상이다. 멎을 것을 걱정하며 내리는 빗방울을 본 적 있는가. 흘러가기 좋은 강물 위만 찾아 내리던 빗줄기를 본 적 있는가. 그렇기에 더더욱, 그렇게 모든것을 다 걸고, 당신이 내가 머물 유일한 자리라는 마음으로 모든것을 다 퍼부어보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누구를 떠나 어디로 흘러가고 있다 한들, 내가 그 바다가 되고 싶었으나 그 바다가 내 몫이 아니었다 한들, 흘러가는 강물 뒤켠에 서서 눈물 흘리며 손을 흔들었다 한들 역시 조금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습기 가득한 출근길에 장마면 좀 시원하게나 내릴것이지 라고 투덜거리다 어느 여름의 기억이 떠올라 슬몃 웃으며 쓴다. 아, 그 짜릿하리만치 서늘했던 기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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