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블로거다(...)

* 꽃피는 봄이 오면

지난주까지만 해도 춘래불사춘이로세가 절로 입에서 흘러나오는 날씨였는데 주말을 전후하여 화끈하게 개었다. 5월 초에는 사실 이런저런 악재들로 고난의 행군이다 싶은 징검다리 연휴를 보내었는데 연휴를 보내고 나서는 그도 좀 정리되어 차분해졌으니 그저 다행이다 싶어 헛헛하게 웃는다. 맑아진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머리도 맑아 간만에 출근하자마자 분주하게 일을 처리하고 잠깐 블로그를 열었다. 마지막 글을 쓴지 20여일이 지난 걸 확인하고 화들짝 놀란다. 맙소사. 무슨놈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는가. 어쩐지 허전-한 공간이 안쓰러워 사실 주절주절 떠들만한 뭐 대단한 여유가 생긴건 아닌데 키보드를 도닥여본다. 미안. 꽃피는 봄이 오면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또 신나게 떠들어봐야지 했었는데. 이젠 봄을 넘어 어느새 후끈 달아오르는 날씨라니. 미안. 게을러서 미안해. 미안.

...과는 별개로, 요즘 나는 가수다의 음원들에 아주 그냥 푹 쩔어 산다. 방송만도 몇번을 봤는지 모르겠고 사무실에서도 매일같이 고 노래들을 무한반복 하고 있는데 매일같이, 그날그날 꽂히는 노래들이 다르다. 방송에서 처음 들었을때 음... 이건 좀, 이라고 했던 노래들조차 나중에 귀로만 즐기다보면 그게 그렇게 좋아서 듣고 돌리고 듣고 돌리고. 사실 오늘 아침부터 입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박정현의 '미아' 인데 지난주에 거의 사흘 이상을 꽂혀있던 꽃피는 봄이오면 이었던지라 첫 타이틀로 꼽고 써본다. 날씨도 딱이지 않은가. 꽃피는 봄은 왔다. 그리고 당신이 있어 나의 봄은 언제나 찬란하다. 이정도면 좋지 아니한가. 하하.

* 미아

길을 잃어 버린 나, 쉬운 길은 없어서 - 캬, 참 가사 참. 굉장히 간만에 쓰는 글인데 사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심정이 그런거다. 미아가 된 기분. 어쩌면 새해 들어 지금까지 뭔가 좀 길을 잃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 뭐랄까, 지난 4개월의 스스로를 돌아보면... '어리둥절' 이란 단어가 딱 떠오르는듯. 해가 바뀌고 새로 다가오기 시작한 고민들이, 일어나는 생각들이, 해내야 할 일의 양이 예상치를 훨씬 오버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심각했던건 일의 오버지만;; 5월초 징검다리 연휴에 사실 4월의 무리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통에 아직까지 피로가 덜 풀렸다 싶게 골골거리며 보낼 정도로 가혹하게 일이 많이 밀어닥쳤더랬다. 간간히 트윗같은걸 날렸지만 딱 그런 심정. 아, 작년에 젠장할 한 삼년 일할거 일년만에 다하는구나 하며 엄살을 떨었는데 그게 아니라 이제 그럴 때가 된 거로구나. 나이를 먹고, 책임은 커지고, 이제 그정도가 그냥 일상적인 업무 강도가 되는 거로구나 하는 생각. 적응이 늦었던거지. 끌끌.

아, 뭐 그렇다고 굉장히 지쳐버렸다거나, 굉장히 일에 염증이 생기거나;; 한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스스로의 일에 진정한 '재미'를 느끼게 되기 시작했고 덕분에 워커홀릭 증상이 살짝 심화되어가기도 하지만 의욕적으로, 많은 일에 욕심을 부려가며 하고 있다. 그러니까 핵심은, 음, 그래, 일만 했다. 이게 좀 낭패. 사실 그동안에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없었던 건 아닌데 요즘은 일 이외의 생각을 진득-하게 오래 붙들고 늘어지질 못했다. 바쁘기도 했지만 일 말고 해야 할 고민들도 사실 한번 물고 늘어지면 끝이 나지 않는, 좀처럼 답이 없는 심각해야만 할 고민들만 물고 있는지라. 그래서 이래 막히고 저래 막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긴 글을 멀리하게 되고 트윗만 슬쩍슬쩍. 근데 이게 답답하더라고. 주저리주저리 좔좔좔 풀어야 할 얘기들은 분명히 있는건데. 그러니까 언제나처럼, 뭘 쉽게 쓰질 못했더니 꼭 해야만 했던 생각들, 느껴야만 했던 무언가들도 우왕좌왕하다가 지나쳐서 미아가 되어버리더라고. 중간중간 이것때문에 답답하긴 했었는데 그때마다 또 이노무 일이;; 아 쓰다보니 나름 고생했구나 이매듭 34세. 토닥토닥. 수고했어.

...쨌든 그런 관계로. 길을 잃어버린 생각들의 끄트머리를 붙잡기 위해 시작한 긴 잡문이라는 얘기. 그런 얘기. 아 근데 박정현씨 너무 좋아. 사지가 오그라들도록 좋아! 마이크를 거꾸로 잡고 불러도 잘 부를것 같아! (...확실히 길을 잃은 듯 보여 자네 - )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글루에서 뜨며 이제 잡다한 일상글은 자제해야겠다 생각을 했던게, 워낙 이글루에서야 방문자도 많고 그래서 잡다한 일상을 미주알고주알 퍼 알리는것도 좀 껄끄러웠고 했던 이유도 있었고, 나이 먹고 좀 점잖아져야지 했던 이유도 있었는데 이렇게 좀 지나다보니 그걸 간과했더라. 기록이 안남아. 요즘 블로그를 보거나 가끔 이글루 들어가서 과거 글을 보며 흠칫 하게 되는게, 기록이 안남아. 이글루를 떠나고 나서 지금까지도 참 무수하게 많은 일들이 있었고 무수하게 많은 생각과 고민과 기타 등등들을 했음에도 기억나는건 제기랄 일한 기억밖에 없고(...) 아 어쩌다 삶이 이렇게 각박해졌나 하는 기분에 좀 흠칫했다. 그래서 이젠 그랬으면 좋겠다는 건데 어차피 여기야 정말 가끔씩 들러주는 분들 외에는 극소수 분들만 오시니 다시 슬슬 일상에 대한 기록, 일기처럼 이런저런 생각들을 두서없이 써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거. 힘 좀 빼고. 편하게, 쉽게, 그렇게. 아주 예전처럼 - 은 아니어도 좀 진득하고 꾸준하게.

그리고 그게 또,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란 인간은 아무리 바쁜 와중에서라도, 글을 꾸준히 썼을적에 뭔가 더 활기차고 뭔가 더 알차게 삶을 꾸려나갔던듯한 기분인지라. 아 물론 쳐 놀기도 많이 했지만;; 뭐랄까 그 에너지란거 있잖수. 에너지. 그게 달랐어. 목적도 없이, 이유도 없이, 그냥 조금씩이라도 매일매일 글을 써야겠다. 뭐라도 다시, 꾸준하게 습관처럼 남겨버릇하다보면 그게 또 쌓이고 쌓여 훗날 돌아보며 그래 이때 이런 생각들을 했었더랬지 하는 밑천이라도 되게. 이게 기록이 남지 않으니 스스로 열심히 살았는지 쳐 놀았는지(;;)도 알 수가 없어. 또, 그리고, 예전부터 생각해온. 그냥 두서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써볼 생각. 그냥 태어나서 지금까지 느꼈던 사랑의 모든것들에 대해서. 이제 좀, 그런 이야기를 써도 스스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다가 더 나이먹고 더 인생 팍팍해지기 전에 꼭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였던지라. 그래, 힘을 빼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꾸역꾸역 써야겠다. 정말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랬으면.

* 너를 위해

그건 그렇고, 확실히 다 죽어가던 감수성이 좀 살아나기 시작한건 아무래도 나가수 덕분인데 아흐으으 어쩜 노래들이 다. 근데 이게 당혹스러운 상황을 만들기도 하더라고. 요즘 주말 데이트는 거의 토요일에 하고 일요일엔 애인님이랑 같이 나는 가수다 본방사수가 메인 이벤트인데(;;) 왜 그, 재범형님이 너를 위해 부르기 전에 나와서 했던 인터뷰 있잖냐. 왜 이 노래 부르냐 그 질문에 답한거. 그냥 본인도 그런 경험이 있고, 살다보면 그런 사랑 한번쯤 누구나 하게 되지 않더냐, 너를 위해 떠나주고도 잊지 못하는 한사람쯤 있는거 아니냐. 그런 얘기. 근데 워낙 내 지난 연애사를 다 알고 계신 애인님인지라 막 장난을 치는게야. 그래서, 잊지 못하는 한사람 쯤은 있지? 막 그러면서. 아 이게 장난이란건 알고 있는데 순간 난감시러서 막. 아니 재범형님은 왜 쓸데없는 소릴 해서(...)

뭐 그런 거 왜에도 사실 또 나왔던 노래들이 워낙 헐트 뷁끼(;;) 하는 노래들이 많은지라 기분 좀 다운되고 좀 쳐지고 하는 날에 무한반복하고 있으면 막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 까진 아니지만 아무턴간에 그런 후유증도 있더라고. 지금 이걸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귓가에 이소라의 너에게로 또다시가 흘러나오는데 와 이 화창한날 들으니 갑자기 막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야. 과연 마교 교주(?!) 접때 언제냐, 연휴 마지막을 찌뿌드드하게 보내고 다음날 출근해서 꿀쩍-한 기분으로 앉아있는데 바람이 분다가 나오데그려. 아 진짜 막 마음 한구석에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것 같아서 쓰러지는 줄 알았네. 나는 가수다 청중 평가단들이 그렇게 울어제끼는 이유가 다 있어요. 거기 그 노래들이 그런 노래들이라니까. 아주 그냥 심장을 제대로 강타해버리는. 이별한사람들 들으면 단체로 한강가고 싶어지는 그런 노래들.

아 뭐, 너를 위해로 시작했으니 너를 위해로 마무리하자면, 나 예전에도 블로그에 비슷한 얘기 썼다가 욕을 쌔려먹었었는데(;;) 난 여전히 그런 생각이야. 너를 위해 떠난다는 말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아니 그게 모조리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는게 아니라, 그냥, 적어도 나는, 다시는, 앞으로의 생에서도 행여 다음 생에 태어나게 되어도, 저런 이유로 이별하진 않을거야. 막 저게 그냥 언뜻 보면 되게 멋있고, 간지나고, 막 쓰라린 슬픔의 로망스가 어쩌구 저쩌구 비련의 주인공이 어쩌구 저쩌구 아무튼 애들이 잘못 이해하면 쩔어주는 허세 간지가 풀풀 풍기는 뭐 그런건데 그거 그래봐야 남는거 하나 없다. 아무튼 그렇다고. 적어도 내 취향은 아냐. 저런건. 네버. 물론 그게, 내가 그래서 취향이 아니라 저런거 안해봤다는 얘기와는 전혀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또 꼭 맞다고만은 볼 수 없는 김수한무 두루미에 삼천갑자 동방ㅅ....(...자아 붕괴인가)

그러고보니 정말로 그 후로 삼청동을 한번도 안갔네. 나 좀 쓸데없는데 독한 남자인듯. 히히.

* 비밀

요건 나가수 노래는 아니지만 지난달 가장 오-래 꽂혀있었던 노래. 다른거 다 모르겠고 그냥 '비밀처럼 계절이 흘러 상처들이 아물어가면' 이 대목에 완전 꽂혀서. 젠장 비밀처럼 계절은 잘도 흘러 벌써 땀방울 솟아나는 여름이네.

더 횡설수설 하고 싶었는데 회의가 있어서 오늘 잡담은 이정도로 마무리. 아 간만에 주절주절 떠들었더니 속이 다 시원하네. 히히. 행여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모두 날씨만큼 상콤한 하루 되시길. 아 젠장 그러고보니 야구 얘기를 못썼네. 내가 아오 열이 뻗...(그만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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