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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3.02.27 Y에게
  3. 2011.12.01 C에게
  4. 2011.05.18 S에게 2
  5. 2011.04.11 K에게

H에게

Dear. H


햇수로 7년째인가. 너와 같은 회사, 같은 팀에 몸담고 일하게 된게 말이다. 분명 팀장님께 너를 추천하고, 네 입사가 확정되기까지의 시간동안에는 분명 우리가 대학시절만큼은 아니어도 각자 먹고 사는 길이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더 많은 시간들을 함께할 수 있으리란 기대에 꽤나 부풀었더랬다. 근데 젠장할 이건 뭐냐. 자그만치 7년이나 일을 하고 나서야 겨우 한달 반 가량을 같은 사무실에 붙어 있을 수 있었다니. 물론 이전에도 몇날 몇일씩 어디서 부대끼고 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조금은 여유로운 상황에서 함께 뒹구르기는 처음이 아니냐. 거 참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가 않는도다. 하기사, 너무 계속 붙어 있었더라면 외려 지겹기도 했겠다마는(웃음)


쨌든 덕분에, 한동안 개인적으로도, 일과 관련된 문제로도 이런저런 풍파에 휩쓸려 꽤나 심란했을법한 가을이었는데 정말로 덕분에 그럭저럭 잘 보낸 것 같다. 이건 고맙지만 굳이 낯 간지럽게 이런저런 말들을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어 그저 이 자리에 혼자 끄적이며 남겨보는 편지다. 당연하지 않으냐. 내가 이런 말을 네 눈 앞에서 한다고 쳐봐라. 기껏해야 '미친거 아냐~' 소리나 듣고 말겠지. 그리고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이지만, 그저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말이다. 


사랑하니까, 좋쟈? 그쟈?


사실 워낙 요상하게도 그 방면으로는 감이 좋은 인간인지라, 네녀석이 뜬금없이 프로젝트 중에 누구 기억하냐고 물었을 때부터 설마란 감은 잡았더랬다. 그리고 다른 놈의 입에서 흘러나온 네녀석의 연애 소식에 그렇게 되었구나 하였더랬지. 누구에게 먼저 이야기를 했고 안했고 그런 유치한 문제를 떠나서, 처음엔 우려만 가득했더랬다. 네가 만나는 그 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도 걱정했던 이유는 뭐 하나만 들 수도 없다. 10년이 넘은 연애를 마치고 한동안 연애따윈 이제 개나 먹어라 하는 것 같았던 네 모습도 모습이었고, 그분의 상황도 상황이었다. 아마 네 스스로가 더 잘 알겠지만, 누구라도 그저 이야기를 듣고서야 우려란 마음이 먼저 불쑥 일어나게 되는 상황이었지. 나야 말할 나위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찮게도 둘이 거나하게 취한 날, 밤길을 달려 마주한 그분과 네 모습에, 정말로 오랫만에 보는듯한, 매우 근사하게 잘 어울리는 둘의 모습에 사실 그 다음번 아내님과 함께 만나러 가기 전부터 나는 이런저런 우려들을 이미 내려 놓았더랬다. 이제 겨우 세번인가 만났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내가 본 그분은 백점 만점에 99점 드릴 수 있다. 좋은 사람 같다. 미모도 미모거니와 많이, 활짝 잘 웃는 것, 그리고 이런저런 좌충우돌을 너그럽게 포용하는 모습까지. 외려 내가 더 신났더랬지 뭐냐. 단언컨데 근 10년동안 본 커플중에 가장 근사하게 잘 어울린다. 네가 이런 저런 고민들을 품고서도 거침없이 빠져들만한 이유가 있었던게지. 낄낄. 


그 봐라. 사랑하니까, 좋쟈. 


복잡한 고민같은건 우선 뒤로 미뤄둬라. 나는 아마도 네가 요즘 그리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생각해보면 정말로 흔치 않은 기회다. 이런저런 주변 상황과 무관하게 그저 순수하게 누군가가 좋아서, 좋고 좋고 좋아서 만나고 또 만나고. 마음껏 행복해하고 어깨를 으쓱거리는. 어디건간에 데려가서 자랑하고 싶고 그래서 스스로를 조금 더 돌보고 아끼게 되는 그런 사랑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인생에서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하물며 나이를 서른 중반을 넘긴 남자에게 그런 사랑이란 건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우선은 그 마음 그대로 즐겨라. 어른의 연애라는 것에 너무 구애받지 말아라. 너무 서두르고 조급해하면 외려 좋아할 수 있을 때 충분히 좋아하지도 못한 채 사랑을 망치게 된다. 충분히 행복해하길. 지금의 그 충만함들을 마음껏 느끼길. 


물론, 앞으로를, 먼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을 세워 나가는 것도 필요하긴 할게다. 하지만 너무 걱정을 앞세우지는 말아라. 다만 매일 매일의 행복 속에서 확신을 다져나가면 된다. 이 사람이 내게 있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를. 내가 이 사람과 함께 함으로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가를. 나의 미래가 이 사람과 함께여야만 하는 이유를 꾸준히 찾아가고, 거기에 조금씩 확신을 더해가면 된다. 그리고 그 사랑에 긍지를 가지면 된다.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와 평생을 함께 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은 무궁무진하게 많아 보이지만, 아주 근원적이고 핵심적인 것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상대와 그 믿음을 공유하고, 상대의 신뢰에 보답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면 된다. 그것만 있다면, 나머지는 모든것이 알아서 그리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만들어질것이다. 장담컨데. 


그러니까, 이런 말을 네놈 얼굴을 보면서 할 수는 없잖나(긁적긁적).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고. 그래도 이놈아, 사랑하니까 좋쟈?


어찌되었거나, 몇 해만의 따땃한 겨울이 되겠구나. 아니, 따땃하기보다 뜨거울까. 뜨거운 겨울이 되길 빈다. 각자 새 일들이 시작되었으니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보기 쉽지 않겠구나. 아니, 망년회때는 볼 수 있으려나. 어찌되었거나 부디, 굉장히 오랫만에 진심으로 응원하는 커플이라는 영예를 안겨줄테니 행복하게 연애 잘해라. 그리고 절대 잊지 마라. 당구는 내가 이겼다. 네놈은 3연패중이다. 패배의 아이콘놈 연애할 시간 있으면 혼자 동네 당구장 가서 연습이라도 더 해둬라 퀫퀫퀫퀫. 너같은 놈은 엉덩이로 당구를 쳐도 이길 수 있다아 -o- ...


... 헛소리가 길어지는고나. 전력을 다해 사랑하고 온나 애송이놈. 낄낄. 


- 승자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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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에게

Dear. Y

출근은 잘 했나 모르겠구나. 가뜩이나 멀리 출근이라 고될텐데 이야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너무 늦게 들여보낸 것이 아닌가 조금 마음이 쓰인다. 오늘의 이야기는, 어제 이야기한 것 처럼 네가 회사를 떠난 후에도 서로 꾸준히 연락하고 가끔 술잔이라도 기울일 수 있을만한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된다고 하면 언젠가는 네게 보여줄 수도, 혹은 외려 부끄러워 묻어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일게다. 아쉬운 마음만치, 나도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 다 하지는 못한것 같아서 말이다. 

어제는 인생 선배로써 - 라고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극히 보통의, 멀쩡히 잘 다니던 그래도 어디 가서 이름 내세워도 부끄럽지는 않을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이 서른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새로이 무언가를 공부해서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겠다는 후배에게 회사 선배로써 해줄 수 있는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일반적인 견해에 대해 이야기를 한 듯 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만난 사이가 아니라는 가정 하에 그냥 좀 살아본 동네 아는 형(?) 정도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남겨두려 한다. 위에 이 글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고 쓴 이유는 그런 이유다. 아마 네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놀라운 성공을 이뤄낸다면 이건 그냥 쓸데 없는 동네 형의 잔소리에 불과할 테니까 말이다. 중언부언 말이 길어지는 것 같으니 요약해서 세가지만 남겨본다. 

첫째는 이거다, 우선순위를 신중하게 따지고, 과감하게 버려라.

사실 연애나 사랑이라는건 둘만의 무언가가 항상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확실히 이럴것이다, 저럴것이다란 이야기를 하기가 힘든거다. 그래서 그저 슬쩍 지나가듯 얘기했지만, 솔직히 말해 지금 네가 선택하려고 하는 길과 네 또 다른 꿈인 일찍 안정적인 가정을 갖는 것은 어긋나있는 교차로다. 다른 길이다. 어느쪽이건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하고, 안타깝게도 다시 돌아가서 다른 경로로 가보는 것은 쉽지가 않다. 너와 네 연인의 나이와 환경을 보자. 정말 운이 좋아서 네가 최단기간에 공부를 마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인정받는 정도까지 도달한다고 해도,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도 4-5년은 족히 걸릴거다. 긴 시간이고, 무언가들이 굉장히 빠르게 다가오고 멀어지며 순간순간의 선택을 해야만 하게 되는 나이다. 연인과 많은 대화를 해라. 그리고 단호하게 결단을 내려라. 이런저런 욕심들을 주렁주렁 달고 가기엔 고되고 먼 길이다. 

마찬가지로 2년간 이곳에서 얻은 사람이나 네트웍 같은것, 누구와 좋은 관계를 맺었고 누구에게 배려를 받아 빚만 지고 가는 것 같고 이런 미련들따윈 싸그리 뒤로 미뤄둬라. 삶이란것이 그런것 아니겠냐. 무언가를 쥐려면, 손에 있는 것을 우선 내려놓아야 한다. 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펼쳐놓고, 진지하게 우선순위를 매기고 우선순위에 따라 계획을 세워라. 35세까지 그 분야에서 성공을 하고, 그때 곁에 있는 좋은 사람과 가정을 꾸리겠다 뭐 이런 계획이라도 좋다. 반대의 선택을 한다면 대략 몇해간 어려울 것인지 가정을 세우고, 가정을 토대로 경우의 수를 따지고, 결과물로 나온 비전들을 너와 함께 할 사람에게 공유해라. 물론 쉽지 않겠지. 하지만 애초에 쉬운 무언가를 찾는다면 지금의 그런 고민들조차 없었을테니 너무도 당연한 난이도 아니냐. 

둘째, 후회를 두려워하지 마라.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 충고할때 그런 이야기를 하지. 후회없는 선택을 하라고. 나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생각해봐라. 세상에 후회없는 선택이란것은 극히 가벼운 사안들에 대해 드물게만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이란건 언제나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뇌하고 먹지 않은 짜장면과 짬뽕에 대해 아쉬움을 남기는 동물이다. 무겁고 어려운, 중요하고 큰 선택일수록 선택되지 못한 어떤 가능성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은 그 크기에 비례하여 남을 수 밖에 없다. 후회할 것이 두려워서 선택하는 것을 미루지 마라. 

어쨌거나 네가 무엇을 선택하건 반드시 후회는 남을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반드시 한번쯤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겠지. 그런 순간에 밀려드는 후회에 가슴을 치며 쓴 술잔을 기울이게 될지, 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앉았구만 하며 멋적은 웃음을 짓게 될지는 선택 후의 네 자세에 달린거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모든것을 다 걸고 도전했다면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났더래도 네 선택에, 삶에 자부심과 긍지란 것이 남을 것이다. 후회로 남을까 두려워서 - 는 어느 날의 크나큰 후회보다 훨씬 삶에 이롭지 못하다. 영양가가 제로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후회는 자연스레 남을것이다. 그걸 줄이려면, 보다 신속하고 단호한 선택이 필요하다. 

셋째, 꿈꾸던 직업이 행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라.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지면 내 인생은 행복할거야' 란 말을 난 별로 믿지 않는다. 사실 꽤나 많은 경우에 저 말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의 변명이고 위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살기 위한 일을 하면서 단순히 직업의 선택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 믿는건 터무니없는 망상이다. 좋은 직업을 가지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긴 하겠지만, 그것이 바로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행여라도 네 도전과 도전의 결과물들이 네가 기대했던것 만큼의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해도 당황하거나 네 성취의 가치를 폄하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가능한 많은 행복의 루트를 확보해라. 최소한의 자원 투자로 최대한의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내가 너를 정확히 본 것이 맞다면 너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고, 관계 지향적 인간이다. 그런 이들은 사람을 떠나서는 좀처럼 행복해할 수 없다. 새로운 도전 속에서도 꾸준히 새로운 관계들을 획득해나가라. 사람들이 네 행복의 비상식량이요 식수가 될 것이다. 다만 그것에 너무 기대는 것도 좋지 않다. 좋은 취미를 갖도록 노력하고, 일과 사람을 떠나서도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을 충분히 확보해둬라. 

잔소리가 길었다. 어제 너는 그렇게나 퇴사하더라도 꾸준히 연락할거라고, 좋은 형이자 멘토로 남아달라고 이야기했었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거다. 사회에서 얻은 연이라는 것은 그렇다. 서로의 니즈가 있을 때는 유지가 용이하지만, 그게 사라지고 나면 유지비용이 증가하지. 그것도 서로 말이다. 나는 나대로 바쁜 일과 남아있는 후배들을 위해 더 시간을 쏟으려 노력할 것이고, 너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들속에서 여유를 갖기 어려울거다. 어느날인가 연락이 끊기고 소식을 들을 수가 없으면 보란듯이 잘 살고 있겠거니 하마. 물론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이 지겨운 놈아 왜 또 바쁜데 연락질이여 이런 말을 툭툭 집어던져도 서로 타박하며 싱글벙글 웃을 수 있을 만치 오랜 연으로 이어져서 어느 날엔가는 잘난 후배 모습을 보며 야 그때 괜히 쓸데없는 얘기 더 하지 않길 참말 잘했제 하며 이 글을 읽어볼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빈다. 건투를 빈다. 새로운 삶에 행운이 가득하길. 

- 선배, 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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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에게


Dear. C

오랫만에 남기는 글이구나. 지난주 통화했듯 나는 부산에 내려와 있다. 확실히 나이를 먹긴 먹었는지 타지생활이 예전만큼 신나고 즐거운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의 술부림에 이래저래 맞춰주는것도 썩 달갑지만은 않고, 한달짜리 짧은 일이라 일이 아주 없이 널럴한 것도 아닌데다가 역시나 조금 외롭구나. 건강한 고독권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언제나 사람은 외로움을 느껴야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인연들의 소중함을 상기하기 마련이지 않던. 그래서 부산 내려와서, 친구중 제일 먼저 떠올랐던건 역시 너였다. 그러니 또 굉장히 오랫만에, 취한 밤에 전화를 하였더랬겠지. 2주차가 다 지나가는데 아직 바다 한번 못간건 좀 분통터지는 일이긴 한데, 오늘쯤은 추워도 한번 살랑살랑 가볼까 생각중이다. 안부는 이정도로 하고. 

이래저래 취기가 오른 밤이긴 했는데, 그래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가 밝게 들려서 다행이었다. 어떨런지는 모르겠지만 가을에 너를 괴롭혔던 이런저런 번뇌들은 좀 가셨을런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다행스러운 일 아니냐. 어떻게 보아도 겨울은 풀리지 않는 번뇌들을 붙잡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기엔 좋은 계절이 아니다. 밤은 길고, 공기는 싸늘하고, 부쩍 시리고 아픈 계절이지. 그래서, 그런저런 번뇌들이 조금은 가라앉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더하며, 지난 번 보았을때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저 못하고 남은 말들을 이곳에 남겨본다. 아마도 언젠가 네가 이 글을 보면, 또 그땐 그러했었나 하며 서로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바르게 살고자 한다는 것, 가급적 누구도 상처주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는 것. 그 마음이 나쁠리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며 생각하는 그 무수한 모든 생각들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생각들에 너무 매어 있으면 그만치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과거의 나란 인간이 얼마나 무수한 강박들에 시달려왔는지는 잘 알겠지만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내가 그것들을 조금씩 놓을 수 있게 된 후 내가 네게 우려했던 것은 항상 그 부분이었다. 나야 과거의 그 시간들 속에서도 그런 강박들에 짓눌리고 짓눌리다가 어느 한순간 펑 하니 터지고 와르르 무너지고 하는, 어떻게 보면 일련의 해소에 해당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네게는 그런 모습조차 없었으니 말이다. 강한 것은 부러질터인데, 저리 강하다 부러지면 또 얼마나 그 꺾인 부분이 아프고 괴로울까. 그래서 매번 잔소리라는건 잘 알고 있지만 적당히 놓고 적당히 풀어주라고 얘기하지 않았더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인지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두고 스스로를 너무 괴롭게 만드는 네 모습을 보며, 좀처럼 스스로를 풀어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참 오지랖 넓게 걱정도 많이 하였더랬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번 보았을때 네가 했던 이야기와 네 표정들, 네 모습들은 외려 참 다행스러웠다. 그래도 너도 나이를 먹는구나. 그래도 시간이란게 조금씩 조금씩은 사람을 둥글게 둥글게 만들어놓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였더랬지. 그래서 조금은 안도하며 편하게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웃으며 넘어가긴 했지만, 그래서 이 말들이 조금 남았다. 어쩌면 이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세상의 모든 미운 것들을 용서하는 것은 성자의 몫이다. 그것은 타인을 향해서건 스스로를 향해서건 마찬가지다. 타인은 그렇다치고 나같은 경우는, 스스로의 어떤것들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제법 많이도 있다. 물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올 한해에 저지른 잘못 역시 아마 실물로 드러난다면 몇 권짜리 너덜너덜한 노트에 기록되어 있을 법한 내 인생의 과오 노트의 새 페이지에 기록되겠지. 그리고 매번 그것들을 들춰볼 적마다 부끄럽고 괴롭고 미울 것이다. 네가 알듯 그런 연유로, 과거의 나는 무의식중에 스스로를 참 많이 다치게 하지 않았더냐. 그런데 그것이 이제는, 그렇게 스스로를 해하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게는 되지 않는다. 어쩌면 적당한 타협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그보다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세상에는 용서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는것도 있다고. 

타인을 향한 미움을 오랫동안 유지하는건 사실 그 자체로 스스로에게 꽤나 마이너스다. 오히려 그런것들은 빨리 잊고 지우는게 영양가가 있지. 하지만 그렇게 잊을 수 없는 스스로의 과오나 잘못같은 것들을 대할적에, 나는 어느순간 그것들에 대해 저런 입장을 취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 잘못들을 스스로 용서하진 않으나, 그것들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들을. 그것이 또 굉장히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데 꽤나 효과적이란 것을. 이해라는 것은 그렇다. 사람은 모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알고 있는 모든것들을 다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내면의 괴물이라 부르는 나의 어떤 이기심, 욕망과 같은 것들에 직면하는 순간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라는 존재 자체를 깨닫게 되는, 그리고 나아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출발점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는 거다. 아직도 너를 괴롭히고 있는 어떤 무거운 마음들이 있다면, 네 스스로의 부족함에 스스로 절망하거나 괴로워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쉽게 용서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것이 너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바로 너라는 존재 전체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가면 되는거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많이 알고, 많이 이해하면 할 수록 우리가 타인에게 어떤 재앙이 되고 어떤 상처가 되는 경우는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물론 우리는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무수한 관계들을 맺을것이고, 상처 하나 없이 기쁨만이 존재하는 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지만 최소한 스스로도, 상대에게도 오랫동안 아물지 않을 상처 남기는 일들은 피할 수 있을게다. 분명히. 

잘난 듯 떠들어댔지만 네가 잘 알듯 나 역시 멀고도 멀었다. 올해의 나는 완전히 낙제점이다. 바쁘게 지냈지만 실속이 부족했고, 조금 숨 고를 적이 되었을땐 부질없는 감정들에 질질 끌려다녔다. 하지만 그것들 또한,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것들이 어떻게 내게 남겨질지가 달라지겠지. 함께 노력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해가자꾸나. 언젠가는, 언젠가는 살게 되는 방향이 아닌 우리가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그런 작은 노력들이 하나 둘 모여 이끌어주리라 믿는다. 

오랫만에 네게 남기는 글이라 쓸데없이 길어졌구나. 삼주 남짓 남은 부산생활이다. 잘 마무리하고 올라갈테니 서울에서 보자꾸나. 그러고보니 네 생일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일은 지나서야 볼 수 있겠지만 미리 생일 축하해둔다. 곧 보자꾸나. 

- 부족한 친구, 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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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에게

Dear. S

그러니까, 우여곡절끝에 겨우겨우 두번 얼굴을 봤지만 야근 때문에 늦게 가는바람에 네가 그때마다 꽐라가 되어있길래 못했던 얘길 하는건데.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의 목적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라면 역시 개인의 행복이다. 사람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더 쉽게, 편하게, 근사하게 등등이 최종적으로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 가정한다면)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반대로 그 관계가 스스로의 행복한 삶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그 관계를 파기할 자유가 있다. 물론 관계의 유형에 따라 관계의 파기시 물질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들은 있을 수 있으나 그러한 관계들조차 책임을 이행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면 역시 관계에 포함되어 있는 두 사람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다는 이야기다. 매우 복잡하고 특별한, 예외적인 관계들을 제외하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맺는 관계들은 모두 같은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 친구를 사귈적에도 그렇고 연인을 사귈적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가 결혼이라고 부르는 관계 역시, 미묘한 차이정도는 있으나 그것이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라는 기본적인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대단하고 엄청난, 상상을 뛰어넘는 도덕성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이혼'이라는 사실만으로 어떤 사람에 대해 부당한 편견을 가지거나 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다. 사랑해서 만나고 연애하고 헤어질 수도 있듯 사랑해서 만나고 결혼하고 그러다가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헤어질 수도 있다. 남자건, 여자건 마찬가지다. 이혼을 했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 뭔가 엄청난 흠결로 취급되는 것은 부당한 일이고 사회적인 폭력이다. 나는 내가 세상 사람들의 부당한 편견을 모조리 바꾸거나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니까.

마, 괜찮아. 인생 끝나는거 아이다. 가슴 쫙 펴라. 주문처럼 외워. 나는 더 행복해질 자격과 권리가 있다. 별거 없다. 큰일나는거 아이다. 괜찮다고. 기죽고 그러지 마라. 십수년전에 내가 처음 너를 봤을때도, 그리고 지금도, 넌 충분히 많은 장점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라고. 그깟거에 기죽지 마라. 너는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했지만, 선택의 결과가 좋지 못했을 뿐이야. 다음의 선택에 더 신중하면 되. 특별히 운이 대단히 없는것도, 무슨 불행의 별 아래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괜찮아. 그러니까 기운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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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To. K

지금쯤은 퇴근을 했겠지. 팀을 옮긴 이후에 가끔씩 얼굴은 보았어도 한번 제대로 술잔 나누며 얘기 한마디 못해서 새 팀의 일은 어떤지, 그래도 우리 팀에 있을 때보다는 좀 편한지, 퇴근은 제때 제때 하는지, 연애는 다시 시작 했는지(웃음) 알 길이 없구나. 분명히 얘기하지만 그건 부족한 이 선배 탓이다. 너야 이런 얘길 하면 아니라고, 자신도 연락 못했는데 무슨 말씀이시냐고 손사래를 치겠지만 원래 그게 그런 법이다. 떠난 사람이 떠나기 전의 무언가에 손을 내미는 것은 그만치 어려운 일이지. 차인 놈은 찬 사람에게 연락하는데 거리낌이 없어도 찬 사람은 차인 사람에게 다시 연락하기 쉽지 않은 것 아니더냐. 하하. 비유가 좀 괴상하다마는. 일단은 언제나처럼 말로만이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내보며.

아, 나는 좀 어떠냐고. 나는 별로 달라진것이 없다. 여전히 일에 치여 살고, 여전히 바쁘다. 주말에도 나와서 저녁까지 제안서를 쓰고 들어갔고, 오늘도 자정이 다 되어가는 이 시간까지 여전히 제안룸에서 사람들과 함께 대낮같은 사무실에서 제안서 쓰는데 정신이 없다. 올해 들어 제안만 벌써 세번째다. 부산에 갔다 올라와서, 구정 지나고서는 꼭 술 한잔 하자고 얘기하고는 그만 또 연락할 엄두도 못내고 넘어간것에 대한 소소한 변명쯤은 될까. 뭐 일 외의 것들도 사실 크게 변한것이 없다. 너와 함께 대전에서 고생하던 그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치 안정적으로, 오랜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 빼고는. 하하. 아, 물론 상대는 네가 아는 그분이 맞다. 그 외에야 뭐. 여전히 술도 잘 마시고, 여전히 이런저런 욕심도 많고, 여전히 가끔은 허세도 잘 부리고, 여전히 일들이, 나름대로 재미있다. 뭐, 가끔 소식을 나눈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알겠지마는.

그저, 뜬금없는, 부치지도 않을 메일의 이유는, 그냥, 그저, 그냥 이런거다. 하하.

L에게 소식을 들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우리 팀에 신입사원이 5명이나 들어왔다. 작년 말에 입사한 C씨를 포함하면 신입사원이 6명이다. 세상에나 이런 날이 오다니. 기대가 되기도, 걱정이 되기도 한다. 기대야 뭐 오죽 오랫만에 신입사원을 받았어야 말이다(웃음). 파릇한 아가들이 한꺼번에 다섯이나 들어와서 병아리처럼 돌아다니고 있는 걸 보면 그냥 그것만으로도 무럭무럭 자라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걱정은 뭐 대충 짐작할 만 할게다. 너도 알다시피, 내 이후로 입사한 사람 중 아직 이 팀에 남아있는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내 친구놈이었던 H밖에 없지 않던. 뭐 그래봐야 셋이었다만. 글쎄 신입사원들을 처음 본날이 언제인줄 아냐. 나 과장 진급 심사 앞두고 팀에서 심사 PT 리허설 한다고 해서 제안쓰던 와중에 내려왔던 때였다. 인사하며 내가 바로 위 선배니까 뭔 일 있으면 얘기하라고 - 해도 어려워하는 기색이 잔뜩이더라. 그러니 자연스레 걱정이지. 가뜩이나 그나마 있는 나는 또 얼마나 바쁘게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인간이더냐.

그게 그리하여 그렇게 걱정이 왈칵 이는지라 요즘은 제안쓰는 와중에 선배 노릇좀 해보겠답시고 나름 갖은 애를 쓰고 있다. 또 걱정인건 전공자가 아닌지라, 너만치 처음부터 팍팍 잘 따라올 수가 없는지라, 당장 교육부터 무사히 들여보내려면 사전 시험부터 통과시켜야 할텐데 1차 시험 결과를 보니 어이쿠야 싶길래 이래 저래 잔뜩 신경을 쓰는 중이다. 주말에 나와 제안서 쓰면서 발로 코딩해가며 시험문제 만들고, 틈나는대로 내려가서 물어보는거 답변해주고, 커피 먹이고 밥 먹이고 해 가면서. 그게 우습게도, 나름 또 스스로 뿌듯한게다. 야, 애쓴다. 우리팀 누구도 지금껏 입사 후에 이런 대접 못받아 봤을게다 음껄껄껄 하면서, 그러면서 갑자기 생각이 퍼뜩 드는것이.

참으로 네겐, 많이 부족한 선배였구나.

바쁘다 뭐다 해도, 마음만 있었으면 충분히 지금만큼은 할 수 있었을 것을. 참으로 무심한 선배였구나. 오히려 걱정 안시키고 너무 잘한다고, 그만 그것만 믿고는 알아서 잘 하겠지. 그리도 참으로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더랬구나. 작년에 네가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제야 놀라서 이야기를 걸어 봤지만 그때는 이미 민망할 따름인지라. 게다가 뻔히 네가 얼마나 고생을 했고, 어렵게 어렵게 힘든 상황들을 버텨냈는지 오며가며 들었으니 잡을만한 명분조차 마땅치 않았음에 뒤늦게 땅이나 쳤을 뿐이었다. 뒤늦게 팀장님 및 팀 윗분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는 꼭 네 얘기를 꺼내며 그리 보낼 놈이 아니었다고, 아쉬운 사람 놓쳤다고 투덜거리곤 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죽은 자식 불알 더듬기에 다름 아닌게 아니더냐. 그게 요즘에 와서야 그렇게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신입사원들이 삐약삐약 짹짹 하는 걸 볼때면 외려 더 그렇다. 너는 내 첫 후배다. 그리고 가장 좋은 후배일게다. 아마도 말이다.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실은 요즘 K차장님이 네게 다시 돌아오라고 말을 건네고 있다고 들었다. 솔직히 그 얘길 듣자마자 이참에 확실히 다시 데려와야겠다, 당장 술이라도 한잔 하며 꼬드겨야겠다 말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했는데 그게 참 또 그쯤에서 걸린다. 어찌되었건 네가 이 팀을 등진 가장 큰 이유는 지쳐서일게다. 헌데 아직은, 특히나 올해는 여전히 팀에 과부하가 예상되는 게다. 그래, 꿈이나 비전이나 뭣이나 이런것들은 우선은 다 접어두자. 그런건 스스로 찾아서 가는 법이니까. 그래도 최소한, 이곳을 등졌을때보다는 조금은 나아져야 부를때 낯이 서는것이 아니겠냐. 그 마음에 슬몃 말을 걸어 이야기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은데 차마 그게 입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어쩌면 그냥 오랫만에 술이나 먹자고 해서 술을 먹다 보면 절로 입에서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다만. 아니, 아마 그럴 것 같다만. 그래도 아닌건 아닌게다. 네가 분명히 이 팀에서 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고, 같은 비전을 바라보고 싶다고 다시 받아달라고 얘기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지만, 야 이제 좀 살만하다, 이제 좀 발뻗고 같이 여유롭게 일도 하고 그래야지? 할 자신이 아직은 없다. 어쩌면, 영원히 그럴 기회가 없을 지 몰라도.

그래서 못난 선배는,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부치지도 못할 편지만 끄적대는게다. 다만, 글을 읽지 못해도, 말을 듣지 못해도 마음만은 전해지기를. 뜨거운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는게 내 신념중 하나 아니더냐. 그저 그런 마음으로 남겨보는 글이다. 부디, 다시 한번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그때 못다한 선배 구실좀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만약 그럴 기회가 다시 오지 않더라도, 어디에서건 네가 가진 능력대로 다 발휘해서 쭉쭉 잘 나가기를. 너야 워낙에 성실한 녀석이라 걱정같은것은 애초에 할 일이 없었지만 말이다(웃음). 그렇게 바래본다. 진심으로. 참 고마운 후배다 너는. 부족한 선배를 이해해주길 바란다. 따뜻한 봄날 되기를.

못난 선배.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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