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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7.15 목빠지는 목요 만담 7
  3. 2010.07.09 새집에서의 첫 만담 23
  4. 2010.05.24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0

철야, 여름휴가 전 마지막 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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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다. 한두 해 야근을 해온것이 아님에도 사무실에서 맞는 밤은 언제나 조금은 특별한 느낌이다. 아주 약간의 외로움과 삶의 끈적함이 실감난다는것, 고작 그정도의 차이만으로도 보통의 밤과 사무실에서 지새는 밤의 느낌이 이렇게나 달라진다는것이 놀랍기만 할 뿐이다. 아,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다. 세상의 모든 야근중인 로동자들이 비슷한 기분을 공유하리란 보장은 없겠지.

삶의 끈적함이야 뭐 녹초가 된 몸으로 사무실에 앉아있는 스스로를, 그래도 뭔가 끈임없이 손가락을 놀려 무언가 일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느낄적에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인데 아주 약간의 외로움 <- 이 부분이 매번 느낄때마다 조금은 재미있고 새롭다. 그건 사람들과 같이 밤을 지새우냐, 홀로 지새우냐와는 완전히 무관한 문제다. 이를테면 지금 내가 앉아서 키보드를 도닥거리고 있는 사무실에도 피로에 떡이 되었지만 야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고 있는 사람들이 그득 존재하고,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지만 그런것들과는 무관하게 느껴지는 감정이란 것이다. 썩 달갑기만 하지도, 그렇다고 썩 싫기만 하지도 않은 그런 약간의.

*

어쨌든 중요한건 내가 그래서, 가끔 사무실에서 지새우게 되는 그런 밤들을 썩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매일같이 새라고 하면 사양이다만(웃음). 위에서 이야기한 약간의 외로움, 그리고 대낮과 비교하면 놀라우리만치 줄어들어버린 소음, 그런 아주 작고 소소한, 하지만 사무실에서 지새는 밤 이외에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어떤것들을 느낄 수 있고, 바로 그것들이 피로로 떡이 된 와중에도 가만가만 웃으며 그 밤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랄까.

그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고층빌딩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담배를 피우러 옥상에 나가 난간에 빨래처럼 팔을 걸쳐놓고 담배연기를 모락모락 피워올리며 바라보는 야경, 혹은 노트북에 빨려들어갈 듯이 일하다가 퍼뜩 고개를 쳐들었을때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 태어나서 몇 번을 보았는지 셀 수도 없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이 보게될지 어림짐작조차 하기 힘들지만 매번은 아닐지라도 많은 경우에 경이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어둠이 짙게 내리깔린 도시를 밝히는 형형색색의 불빛들.

물론, 내가 맞이했던 무수한 밤들중 가장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밤을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괴롭고 힘들었던 시절에 사람 하나 차 한대 다니지 않는, 가로등조차 제대로 켜있지 않은 어느 시골길을 먼 곳에 켜있는 불빛 하나만을 바라보고 걷다가,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빛의 조각을 손으로 쥐어 부서뜨린 듯 별들이 가득 하늘을 메우고 있었던 그 밤을, 그 밤의 하늘을 꼽겠지만 사실 도시의 야경은 그런 것들과는 또 다른 맛이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빛나는 별들은 없지만, 밤이 새도록 꺼지지 않고 반짝거리는 이 골목 저 골목의 네온사인들이, 어쩌면 삶의 치열함같이 뜨겁게도, 혹은 삶의 냉엄함처럼 차갑게도 느껴지는 그런 맛. 휘청휘청 갈지자로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 취객의 등뒤로도 걱정어린 시선 한번을 던지고 싶은 기분이 드는 그런 기분. 아, 뭐라 말할 수 없는, 그저 도시의 그 밤, 그 풍경에서만 느껴지는. 그런 기분.

아, 당연히, 너무나 당연스럽게도, 이렇게 감상적으로 변해버릴 수 있는 것 역시 그 밤이 가지고 있는 매력중에 하나임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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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넘게 지리하게 이어진 제안P가 내일로 끝이다. 체력은 애초에 바닥난지 오래고 숨 고를 틈도 없이 달려온 덕분에 바닥에 바닥까지 닥닥 긁어 쓴 정신력도 이제 거의 한계다. 내일 아침이면 아마 내일의 죠 포즈로 의자에 몸을 기댄채 불태웠어 새하얗게를 읇조리고 있겠지. 누가 탁 치면 억 하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하하. 정말, 천만다행으로 마지막까지 요동치던 휴가일정이 우선 모레부터 시작이 되긴 하지만 여전히 불안불안하다. 상반기에 프로젝트 끝내고 갔던 휴가때 달랑 이틀 집에서 폐인되어있다가 호출받아 복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하지만, 버뜨, 그러나, 이번만큼은 죽어도 휴가사수다. 나올래 사표쓸래 하면 사표쓸 각오. 이번에도 쉬지 못하면 이건 일을 떠나서 아예 인생에 회의가 생길듯. 크아아앙.

운좋게 계획대로, 모레부터 한 10일간 휴가를 다 쓰게 된다 하더라도 할일이 너무 많아서 휴가가 짧게만 느껴지는 지경이다. 근 반년을 사람을 못만나고 지냈으니 -_-; 게다가 애인님이랑 여름휴가기간도 3년만에 처음 맞췄지. 집에서 할일도 한가득이지. 계획 정비도 다시 해야지. 어 뭐야, 갑자기 우울해져. 이건 휴가인데 일할때보다 더 바쁜 휴가가 될지도 몰라 oTL 사실 정말 필요한건 혼자 좀 그간 입은 내상을 치료하는 시간인데.

*

애니웨어, 어쨌든. 삼촌(간만에 하려니 어색하군 ㅋㅋ) 살아있구요. 하드고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의 정점을 찍고 있습니다. 오늘밤 새하얗게 불태우고,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요즘 근성이 딸리는것 같아서 모 차장님께서 강추하신 그렌라간 극장판을 보고 있는데, 과연 마지막 혼이 불타오르더군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으아!!!!!!!!!!!!!!!!!!!!!!!!!!!!!!!!!!!!!!!! 나의 키보드는 개야근을 돌파할 키보드!!!!!!!!!!!!!!!!!!!!!!!!!!!

네놈은 하루하루 월급을 축내는 도둑일뿐이지...라고 하면 낭패 -_-

더운 여름이지만 슬슬 여름휴가기간이고, 모두 힘내자구요. 뽜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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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0) 2010.05.24

목빠지는 목요 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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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빠지는 목요일입니다. 점심먹기 전까지 살짝 시간이 남는 관계로 만담이나 좀 해볼까나요.

진행중인 제안P가 슬슬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 한주만 더 월화수목금금금을 하면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여름휴가가 되겠네요. 근 한달을 그렇게 폭풍처럼 달리다보니 제안룸엔 피로누적으로 쓰러지는 분들이 속출하고(-_-;) 이건 뭐 전쟁이 따로 없네요. 정말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의 일을 하게될게다! 가 와닿고 있는 올 한해의 중반, 거의 절정을 찍을만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제길 이제 하반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놀랍지 않아아아아...
oTL

저번에도 프로젝트 끝나고 휴가 냈다가 중간에 붙잡혀들어왔는지라 이번 휴가만큼은 아예 전화기를 박살을 내고(...까진 아니지만) 잠수를 타버릴 작정입니다. 아 정말 살면서 이렇게 휴가를 간절하게 기다려본적이 없는것 같아요 -_-; 이제 딱 일주일 정도 남았는데, 제길 지구의 친구들아 힘을 빌려줘! 라고 원기옥이라도 모으고 싶은 기분이군요. 흐엌엌엌.

*

얼마 전 대인배 친구녀석이 다른 제안P를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부르짖더군요.

"내가 가게에서 단돈 천원도 못깍는 놈인데! 날더러 일억을 깍으라고!"

-_-; 뭐 제안을 쓰다 보니, 이런저런 업체와 이런저런 견적 협의같은것도 많이 하고 있는데 사실 이게 꽤나 곤욕입니다. 위에 얘기한 저 대인배녀석만큼은 아니어도 본인도 꽤나 에누리같은거 못하는 성격인지라. 예를 들어 옷같은걸 산다고 해도 진짜 에지간히 뻥튀기가 섞였다 하는 경우에는 에이... 그러지 말고 정도 한마디 해보지만 왠만하면 그냥 주세요 -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걸랑요. 아니 다같이 먹고 살자고 하는건데 어헣허헣 하는 정도의 마인드. 아아 이 손해보기 쉬운 성격이란 oTL 근데 막 견적협의같은거 하고 그러면 몇억 몇천 단위로 얘기가 오락가락 하니 그런 얘기가 오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피로가 팍팍 쌓인다는.

사실 올해들어 좀 스스로의 위치를 자각하고 있는게, 이제 슬슬 짬도 먹어가고... 하면서 회사에서의 업무 롤이 변해가면서, 아무래도 그냥 혼자 머리 푹 파묻고 열심히 부지런히 하기만 했던 일들보다는 같이, 앞장서서, 뭐 그런 일들이 늘어나다보니 이래저래 세상에 쉬운일이 하나도 없구나 하는 기분이에요. 아, 그냥 어제 업체쪽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견적팀에서 자기들한테 이런저런 얘길 하더라, 솔직히 서운하다, 뭐 그런 얘길 하는데 아니 내가 견적협의한것도 아닌데 -_-; 뭔가 괜히 이유없이 원망을 사고 있는 기분에 기분이 찝찌부부부부부부. 아으, 정말 영업같은건 못할 성격이야.

근데 웃긴건 어제 애인님께서도 비슷한 얘기로 나 영업같은거 못하는거 알지? 흐엉엉엉 막 이러시는데 어쩐지 그냥 웃음이 풉 하고. 우린 제법 잘어울려요(...) 아 사실 이렇게 되면 둘중에 하나는 잇속에 좀 밝아야 할텐데 그러면 내가 좀 더... -_-; 란 생각이 들기도 하긴 했지만 말이에요.

*

어제는 팀에서 야구장 가는 날이었는데 또 일때문에 못갔더랬지요 ㅠㅠ 아 얼마나 원통하던지. 혼자 사무실에서 기우제를 드리...진 않았지만 -_-;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아는 또 패배. 아 하긴 팀에서 갔으니 어차피 갔어도 맘껏 응원하긴 좀 그랬겠지만. 야구장 치맥(치킨+맥주)은 불로장생인데!!!!!

원통한 마음에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같은팀 대인배 친구놈에게 말을 걸었죠.

나 : 어젠 재미있었냐?
놈 : 응, 신나게 응원하고 왔지
나 : ? 너 평소에 야구 안보잖아? 응원팀도 없지 않아?
놈 : 아, 난 기아의 왼쪽 첫번째 치어리더를 응원했다.

님 좀 짱인득. -_-)b

*

일때문에 주말에도 맘편히 데이트도 못하는 애인놈(...)에게 불평 한마디 안하시는 애인님께 요즘은 유난히 더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힘내라고 응원해주실때마다 그게 어찌나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런지. 그래도 다행히 올해 여름휴가 기간은 같이 맞출 수 있어서 여름휴가를 더더더더더더더 기다리고 있다지요. 신나게 놀고, 낮술도 하고 히히히히히힣히히히힣힣

죽어도 휴가사수를 위해서 오늘도 힘내서 달려봐야겠습니다. 무지하게 더운 날들의 연속이네요. 오늘은 열대야도 있을 지 모른다고 하던데. 지치지 말고 모두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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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에서의 첫 만담

*

아주 그냥 에어컨 없는 곳에 한 십분만 서있으면 노릇노릇 익어버릴 것 같은 날들이에요. 스팸메일 및 집들이 공지 확인하시고 한분 두분 새 집에 찾아주고 계신데 모두 어케 다들 더위 잘 이겨내고 계신가 모르겠네. 전 뭐 폭염지옥 + 일 지옥(...) 속에서 여전히 부유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도 아주 기양 상콤한 소식이 또 들려왔더라구요. 투입기간이 20일까지 연장되었다는. 이로써 5주 연속 월화수목금금금이 달성되는 순간이에요. 왓더 헬? 내가 주5일 근무 회사에 다니는건지 주5일 근무 회사에 다니는 쿰을 꾼건지...

참 웃기지만 웃을 수가 없는게 -_-; 올해는 워낙 주말이고 뭣이고간에 제대로 쉬어본 기억이 드물다보니 이쯤되니까 그냥 막 덤덤해지는거에요. 아 뭐 그렇지 뭐 내래 이 간나들에게 고급인력 휴근비의 매운맛을 보여주가쒀... 도 아니고 그냥 쏘쏘. 주중은 워킹데이고 주말도 워킹데이로다 중생아 네 어디디서 까지르고 있... -_-; 하며 티벳여우가 되버릴것같은 기분입니다. 그래도 지금 같이 일하고 계신 분들이 워낙 다들 성격도 좋으시고 즐거우신 분들이라 나름 일할때는 또 웃으며 일하고 있답니다. 하하.

*

뭐 이바닥 일을 하다보니, 짧건 길건 새 프로젝트에 가서 새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항상 거쳐가게 되는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누가 더 개고생했나 배틀!!!!! (-_-;)

...뭐, 간단히 그냥 군대얘기같은거라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그냥 전에 이러저러한 프로젝트를 해봤는데 아주 기양 관 짜는줄 알았다, 난 송장 치울 뻔 했다, 난 백골이 진토되는줄 알았다(?) 뭐 이런 얘기들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하게 되는것. 약간씩 과장이야 들어가겠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얘기는 아닌. 그런.

어쨌든 한번 불붙기 시작해서, 저마다 그동안 넘어온 산 이야기를 좔좔좔 풀어내고 있었더랬지요. 또 그날의 핵심 이슈는 지방 떠돌아다닌 쪽으로 모아지고 있더랍니다. 개고생했다 하면 둘째치면 서럽지!(-_-;)란 기분으로 저역시 배틀에 참가. 입사 다음해부터 서울 땅을 밟지 못하고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를 외치던 날들에 대해 얘기했더랬지요. 오오, 우와, 흐미... 음, 역시 예상대로. 이정도면 이 배틀은 나의 승리...라고 생각할때쯤 묘한 미소를 짓고 계시는 모 과장님이 눈에 들어와서.

나 : 과장님은 어디 지방은 안다니셨나요?
모 과장님 : 아 난 뭐 별거랄 건 없지만... 1년동안 군부대만 아마 60군데정도? 으허허허허허허허허헛

...졌다 oTL 군부대 60곳이라니. 상상하는것도 싫어진다 ㅎㄷㄷㄷㄷㄷ. 넵. 뭐 뛰는 놈 위에 나는놈, 산 위에 하늘, 뭐 그런 법이지요.

*

월드컵이 거의 끝나가는군요. 문어보다 못한 펠레(-_-;)의 마지막 저주가 적중이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생각해보면 원래 축구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지라 월드컵때도 우리나라 경기만 보고 마는 정도였는데 이번 월드컵은 참 열심히 봤었더랬네요. 이번엔 우리나라 대표팀이 상당히 선전한 것도 있고, 우리나라 탈락 후엔 개인적으로 독일 대표팀이 맘에 들어서 하드고어하게 일하는 와중에도 새벽에 일어나서 관전한후 다음날은 좀비모드로 일하곤 했더라는. 아 그렇게 보다보니 이게 또 축구도 재미있네. 축구란 경기의 매력을 알것 같아요! 예전엔 골 들어갈때만 재미있다고 싫어했는데! 오오 이런 재미로 보는거였구나! 그래! 이건 다!

기아 때문이다 oTL 16연패라니.... 작년 우승은 쿰속의 쿰이었냐;;;;;

아니 진짜 내가 에지간하면 그냥 스포츠야 이길때도 질때도 있는거지 어헣허헣 한다지만 올해 기아는 레알 쓰레기아 소릴 들어도 어쩔 수 없는득. 아 진짜 하루죙일 일하다 저녁에 천근만근한 몸을 질질 끌고 퇴근했는데 오늘도 졌ㅋ어ㅋ 하면 되요 안되요? 다음주에 팀에서 야구장 가는것도 일때문에 참석 못해서 분통이 터지는데 이쯤되면 다행스러울 지경. 내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얘들이 밤에 안자고 몰래 축구보고 그래서 그러는거같아(...) 월드컵 끝나면 좀 괜찮아지려나(그럴리가)

*

간만에 만담이라 좀 길게 썰을 풀까 했는데 또 일이 팍팍 휘몰아쳐오네요. 오늘만 또 삐대면 주말인데(...넌 아니잖아) 하루 잘 버티시고 광란의 뿌라이데이 나잇 보내시길 바랍니다. 새집에서의 첫 만담은 이정도로. 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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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이글루에 남겨놓은 최후의 만담이 2월 10일이니 거의 5개월이나 지난 셈이다. 이런저런 생각끝에 최후의 만담을 남기고, 당시 한달정도만 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야지 했던 것이 참 무섭게도 빠르게 흐른 시간 덕분에 벌써 5개월이다. 어쩐지 글을 쓰려고 새로 열어놓은 메모장이 꽤나 크게 느껴지는 듯한, 막막한 듯한 느낌마저 드는 걸 보니 오래 쉬긴 쉬었나보다. 정신없이 일하고, 일하고, 또 일했던. 정말로 전례가 없다 싶을정도로 일만으로 가득 채웠던 지난 5개월의 일들이 잠깐 머리를 스쳐간다.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딱 최후의 만담을 남기고 나서부터 정말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쏟아졌던 일의 홍수속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지나간 시간들이 벌써 어제의 어제들로 남겨졌다는 것이 황당하기까지 하다.

꽤나 개그스러운 과정을 거쳐, 겨우겨우 그래도 써봄직한 마음이 드는 새집을 장만해놓고는, 이런 저런 일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자락에 어느날의 문답들이 퍼뜩 떠오른다.

- * -


"왜 블로그를 쓰는거야? 계속 그렇게 글을 쓰는 이유가 뭐야?"
"그냥 뭐랄까, 그렇잖아. 물론 온라인이라서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점점 예민해지고, 까칠해지고... 그러면서도 또 조금만 깊숙히 들여다보면 다들 외롭고, 슬프고, 혹은 화가 나있고. 그냥, 피곤한 세상이니까. 그냥 단순히, 우연히 지나치며 읽게 되는 글 하나에서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뭐 그런 바람이랄까."
"응 그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래"

- * -


블로그란 것을 쓰게 된지, 온라인에서 소통이란것을 위해 노력하게 된지 얼추 7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황당하리만치 많은 일들을 겪기도 했고, 놀라운 인연들을 만나기도, 덕분에 꽤 가슴아픈 상실들을 경험하기도 했더랬다. 의도치않게 누군가들에게 상처가 되어버린 날들도 있었고, 그냥 저냥 수다처럼 써댄 글들이 과분한 관심과 호응을 받기도 했고, 그저 지나치는 일상의 에피소드에서 우연히 튀어나온 삼촌이란 호칭이 어느순간 너무나 익숙하게 들리는 호칭이 되어버리기도 했었더랬다. 꽤나 많은 둥지를 틀었더랬고, 그만치 많은 둥지를 어느 순간에 탁탁 털어 정리해버리고 엉덩이를 떼곤 했다. 그리고 또 이야기가 차오를 무렵에는 어딘가에 자리를 틀고 앉아 별 것 없는 이야기들을 대수롭지 않게 흩어놓곤 했었더랬다. 단순히 한번 웃고 지나칠만한 개그글들도 있었더랬고, 어떤 것들은 살아가며, 사람들과 부대껴가며 느끼고 깨달은, 나름의 개똥철학들을 담아놓은 것들도 있었더랬다. 또 어떤것들은 스스로의 마음속에 짐덩이를 내려놓으려 확확 토해내듯 썼던 것도 있었더랬고, 또 어떤것들은 약간의 바람들, 약간의 희망들을 얹어서 키보드를 도닥거렸던 것들도 있었더랬다. 그리고 그 무수한 이야기들의 근간에 흐르고 있는 가장 큰 바람은 그런것이었다. 단지, 나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단순히 나이를 한살 더 먹었을뿐인데, 황당하리만치 삶이 분주해져버리기 시작한 나날들인지라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얼마나 더 오래, 얼마나 더 부지런히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며 그, 아주 오래된, 언제나 가슴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근원적인 바람을 다시 곱씹어본다. 그저, 단순한, 아주 작은, 그냥 한번의 풉 하고 흘려버리는 웃음을 통한 것이건, 조금쯤은 가슴을 다독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한 것이건,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을지라도, 어떤 커다란 기대도, 믿음도 없을지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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