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좋아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8.26 날씨만으로도 싱나는 주말 2

날씨만으로도 싱나는 주말


그러니까, 사랑니. 

그제, 그간 주기적으로 조금씩 자라나며 입돌아가는 괴로움을 선사해주던 사랑니를 드디어 뽑아부렀더랬다. 마취를 하고도 무슨 혼을 잡아뽑는 느낌에 고생고생하며 뽑아냈고, 이게 무슨 진화가 덜된건지 뭣인지는 모르겠지만 뽑고 나서는 의사쌤조차 '헉' 하고 놀랄만큼 커다란 이빨이 쑥 하고 나왔더랬다. 출근했다가 조퇴한지가 대체 언제인지, 아니 사회 나와서 그랬던적이 한두번이나 있었을까 가물가물한데 사랑니에 눌려있던 신경들이 있어서 하루정도는 한쪽 얼굴이 좀 이상한 기분일거라고 했던 의사쌤 말대로 얼굴 반쪽이 무슨 아수라백작처럼 지잉 - 하고 울리는데다가 피 한뚝배기 하실레예(...) 하듯 쉴새없이 꿀꺽꿀꺽 넘어가는 피를 견디지 못하고 GG. 

겨우겨우 집에 휘청대며 들어와서 여전히 피를 쳐묵쳐묵하며 침대에 누워 있는데 참 거 말 그대로 사랑니로구나 생각이 들더라. 많은 이들이 사랑니 뽑을 적이면 항상 그런 생각들은 했었더랬겠지만. 곱게 자라면 다행이지만 좀 삐뚤게 자라면 뽑아내야 하고, 뽑아내긴 더럽게 힘들고, 아프고 힘들고. 있던 자릴 혀로 더듬어보니 찝찔한 피맛만 느껴지고 뭔가 허-하니 비어있고. 햐 참 거. 그나마 다른게 있다면 사랑니는 기껏해야 네개란것 뿐인가. 앍. 그러고보니 나 오른쪽 아래에 그제 뽑은 녀석이랑 비슷한 녀석이 하나 또 있었더랬지. 흐미 제기랄. 아 이건 또 언제 뽑아야혀. 

*

날씨만으로도 그냥 마냥 싱난다! 라고 외칠 수 있는 날들이다. 해가 저물고 옥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느낄적에, 아침 출근길에 집을 나서는데 후끈한 온기가 아닌 서늘-한 기분이 들때, 점심 먹고 잠깐 거리를 걷는데 짱짱한 햇살에서 살짝 비켜 나무 그늘 아래 서면 시원-한것이 그냥 돗자리 깔고 싶은 기분이 막 들때. 아 너무 좋아. 최고다 정말 으허허허헣 ㅠㅠ 미친 우기(;) 때문에 덥지는 않았지만 아주 그냥 끈적축축후덥한 나날들에 사람이 막 그냥 시들어가는 기분이었는데 이렇게 날씨가 급 사랑스러워질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뭐 태풍이 두어개 더 온다는 얘긴 있지만서도. 

또 요렇게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엉덩이가 들썩거리는게 어딘가 여행이라도 가고싶다. 가을엔 역시 섬이제. 어디 인적 드문 섬같은데 들어가서 콧노래를 부르며, 땀이 등골에 송글송글 맺힐때까지 걷다가 또 길가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잠깐 쉬다가. 늦은 밤이면 바닷가 가서 조개구이라도 먹은 후에 조용-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에 벌렁 누워 별보고 있기. 아 생각만해도 너무 좋은데 추석연휴까지 어떻게 떠날만한 여유가 없다. 주말마다 이런저런 일정들이 있기도 하고, 다음주엔 워크샵도 있는데다가 추석연휴엔 애인님이랑 떨어져서 가족들이랑 온천이라도 가기로 했고. 기왕이면 다음 프로젝트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떻게 좀 어디 바람이라도 쐬고 오고 싶은데. 그러고보니 혼자 어디 간지도 이젠 정말 오래되었구나 ㅠㅠ

*

물론 그러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랑을 빨리 접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면, 방법을 가르쳐달라면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집착하고, 집착하고, 또 집착하라고. 

*

아 뭔가 더 쓰고 싶은데 오후에 교육 있어서 나가야 할듯. 날씨 조오은데 바람쐬듯 다녀와야겠다. 저녁엔 홍대 약속! 간만에 홍대 마실 나가것구나 어헣허헣. 

모두 날씨만큼이나 쌍-콤한 주말 보내세요!

'가장보통의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센치 돋는 금요 만담  (4) 2011.09.30
거창한 운명애같은것은 아니더라도  (4) 2011.09.05
무변화 인간  (4) 2011.08.22
이별 후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  (4) 2011.08.09
단상 정리  (2) 2011.08.05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