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생활 1주차


부산생활 일주일째다. 사실 이래저래 가볍게 다녀오자, 한달이니 그냥 가서 작년의 먹부림이나 재현하고 오자 하며 내려온 부산행인데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의 소감은... 으읔 -_-; 이거야 원. 예상은 했지만서도 한달짜리 컨설팅이다보니 의외로 일정이 촘촘하다. 물론 같은 팀 분들이 3분이나 더 계셔서 일이 빵꾸날 걱정은 없는데 그래도 음, 또 워낙 일 다른사람한테 밀어놓고 딩가딩가 놀고 그러는 성격은 아니라서. 우야튼둥 이게 참, 제법 일이 있다니까. 게다가 차라리 혼자 슥삭슥삭 해버리고 치우면 좋을 것 같은데 과장님과 같이 일을 나눠 해야하다보니 이런저런 협의할 일도 생기고... 암턴 그러하다. 쓰읍. 

근데 사실 골치아픈건 일보다는 다른 문제. 위에 말했듯 같은팀 분들이 3분이나 계시다보니... 그리고 그 음, 뭐 지방 출장이란게 그렇지. 나처럼 혼자놀기를 유난히 즐기는 인간이 아니면 이게 숙소 가서 횡한 방에 혼자 떡 하고 들어가면 심심한게지. 그러다보니 곱게 들어가질 않아요. 어쨌든 저녁도 먹어야하니 저녁 먹으러 가죠 - 하고 반주나 한잔 하자 그러다보면 어김없이 반주는 소주 2병쯤은 먹어야되는게지!!!!! 이러면서 폭풍러쉬 -_-; 아흙. 그야말로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한 술자리만 겨우 8일동안 몇번이나 있었는지. 내려오는날 사람들의 얼굴에 피로가 역력해보였던게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난 혼자 놀래요 이러고 쏙 빠져버리는것도 어불성설이고 말이다. 

아니 그러니까! 8일이나 있었는데, 부산까지 왔는데 혼자 바다 한번 보러가지 못했다니 이게 무슨 소리냐!!!!! 이 내가!!!!! 세미나 참석하러 해운대까지 갔었는데 바다는 멀-찌감치서 한번 슥 보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니! 술을 먹어도 그냥 바닷가에서 먹고 일찌감치 해산~하면 얼마나 좋아. 주말은 또 이사준비때문에 꾸역꾸역 올라가야되니 이번주는 바다보긴 글렀구나. 에잉. 다음주엔 없는 친구를 팔아서라도 칼퇴근 한번 해서 혼자 바다나 가야지. 해운대, 광안리 이런데는 프로젝트 유관자들 몰려올 수 있으니 어디가 좋을라나. 송도해변이나 가볼까나. 아무튼 다음주엔 반드시! 한주에 한번은 바다를 봐 줘야~ 그래야 충전이 되지. 

*

그러니까 그런 불편함의 일환으로 이런것도 있는게다. 뭐 둘이서 할 수 있는 놀이는 언제든 혼자서라도 할 수 있다 - 는 주의로 영화도 혼자 잘 보고 술도 혼자 잘 먹고 돌아다니기도 혼자 잘 돌아다니고 그러는데 그런 중에서도 좀 묘하게도 이건 좀 혼자 하긴 거시기한데 하는게 있다는 거다. 나의 경우엔 노래방. 아 이상하게 노래방엔 혼자 못가겠더라. 워낙 노래야 뭐 부르는것도 듣는것도 좋아하니 충분히 혼자 가서 부르고 싶은 노래만 주욱 골라서 부르고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게 이상하게 그렇게 안되네. 이것도 한번만 가면 그 뒤로부터야 쉽겠지만, 음, 쓰다보니까 막 혼자 가볼까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일어나긴 하는데 -_-;

그래서 어쨌든 이게 사람들이랑 놀다가 노래방이라도 가자고 해볼까 하면... 아 왜 그런거 있잖아. 회사사람들이랑 노래방가면 막 그냥 좀 들떠서 잘 노는 그런 노래들 위주로 가야 할 것 같은 기분. 그것도 먼저 내려오신 모 대리님이 내가 오기 전 한번 노래방 가서 무려 피흘리며 탬버린을 쳐서 -_-; 막 진짜 잘 논다고 그러는데... 아니 그렇게 맞춰주려면 맞춰줄수도 있긴 한데 그게 요즘은 점점 더 귀찮다니까. 그러다보니 이게 그런저런 이유로 인해 점점 노래방을 가는 횟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구나. 따져보면 애인님도 노래방은 좋아하시는데 그런 어떤 흥겨움쪽을 좀 선호하시는 편이고. 

어제는 나름 흙돼지구이집에 갔었는데 완전히 먹부림 실패. 고기는 쏘쏘했는데 이게 멜젓이 FAIL. 그리고 장정 넷인데 어딜 가서건 고기집게는 먼저 잡고 굽는지라 굽다보니 많이 먹지도 못했네. 2차 집은 말그대로 배를 채울만한 아이템은 아니었고. 이게 되게 어설프게 취기는 오른 상태에서 해산하고 나니 괜히 배는 고프지. 그렇다고 더 먹자고 붙잡기도 뭐하다 싶어 그냥 혼자 숙소 근처 포장마차에 들렀더랬다. 닭갈비를 시켜놓고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고 나서 집에 가는데 이게 막 이상하게 노래를 부르고 싶은거야. 흥얼거리는 정도로는 성에 안차고. 그러고보니 가을쯔음이면 한번씩 노래방 가서 김광석스페샬 - 을 주우우욱 부르고 오곤 했는데 올 가을은 이래저래 그럴 기회도 없었네. 한 사흘 어떤 덧글을 찾고싶어서 이글루의 내 블로그를 정주행한 덕분도 있고, 객지에서 혼자 걷는 밤거리 덕분도 있었고, 딱 좋은만큼 센치해져서 어제쯤 노래방 갔으면 제대로 소울 뿜었을텐데(-_-;;). 결국 아쉬운 마음을 접고 들어가 누워서 흥얼흥얼거리가다 잠이 들었더랬네. 에잉. 

회사사람들하고 친하고 안친하고를 떠나서 그냥 마음 맞는 친구랑 노래방가서, 서로 신경 안쓰고 부르고 싶은 노래만 주욱 부르고 나왔었으면 - 했던 밤이었는데. 요런게 또 딱딱 그 타이밍에 하지 못하면 다른때 가도 그만치의 어떤 충만함이 없어요. 에음. 아쉽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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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이 제일 재미있어.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순간 얼마나 빵 터졌는지. 혼자 있던 포장마차에서 아주머니가 화들짝 놀라실정도로 순간 뿜어버렸다. 아 정말 그래. 내가 쓴 글이 제일 재미있어. 그래서 부지런히 더 많이 쓰고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해봐도 예전만큼이야 쓰진 못하겠지만 조금은 더 부지런해지자.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되는게지 결국. 

공감의 형성이,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의 존재라는것이 사람을 얼마나 즐겁게, 유쾌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가를 새삼 절감했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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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뭐 썩 잘 못지내고만 있는건 아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대박 발견은 R모님의 재발견. 이분, 올해 경력으로 팀에 입사하신 분인데 처음 이미지는 완전히 교회오빠였다. 얼굴도 뽀-얗고 동안이신데다 수줍 수줍하시면서 평소엔 굉장히 예의바르고... 모든 면에서 교회오빠. 막 초반 회식땐 사람들이 그런 충고까지 했어. 너무 교회오빠이미지가 굳어지면 좋지 않다. 나름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 뭐 그런 충고까지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완-전, 완-전 정체를 감추고 있었다. 나보다 한달 먼저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는데 내려와보니 막 슈퍼스타가 되어있는거야. 어리둥절했지. 그리고 이번 주 두어번 술자리를 가져보고 아 - 하는 심정에 사로잡혔다. 이분, 나와 같은 류였어. 평소엔 조심 정중 깍듯 막 이런 이미지인데, 술이 어느 한계 이상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 미친듯한 애교 작렬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왕대박이다. 저정도까지 극단적 변화가 일어나는 사람 찾기도 쉽지 않은데. 

이게 나로써는 외려 다행인데 사실 한달밖에 안되는 기간이고 혼자 좀 즐기겠다는 마음이 강했었기에 일단 조용-히, 조용-히 있는듯 없는듯을 컨셉으로 해야겠다, 클로킹 실력을 자랑해야겠다 그렇게 마음먹고 왔는데 이미 술자리의 슈퍼스타가 되어계셔서 회식만 하면 시선을 모두모으시니 내가 뭐 이러저러해야겠다 할 필요가 없어. 특히나 프로젝트 회식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여자분들에게 완전히 타겟으로 잡혀계셔 ㅋㅋㅋㅋㅋㅋ 하긴 그렇게 어마어마한 애교가 쏟아져나오는데 ㅋㅋㅋㅋㅋㅋ 맨정신으로 돌아와서 다음날 당혹스러워하시는걸 보는데 이게 진짜 아 내가 그맘 알겠다 싶고 ㅋㅋㅋㅋ 근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나도 좀 바뀌기도 했다. 예전엔 그게 좀처럼 컨트롤이 안되어서 애를 먹었었는데, 요즘도 스스로 상태 안좋을땐 여전히 문제기도 하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지긴 했어. 자동 변신보단 수동 변신으로. 음음. 이런것도 진화의 일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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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저러해도, 객지생활이 쉽지만은 않은 법이지. 아 금요일쯤 되니까 좀 지치긴 한다. 주말에도 이사때문에 이래저래 바쁘겠지만, 애인님한테 어리광좀 부려야지. 한 두시간만 아무 말 없이 안아달라고 졸라야겠다. 온기가 필요해. 날씨도 춥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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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한달 이상 있고픈 생각은 없긴 한데... 투입기간 연장 얘기가 나왔단다. 근데 팀장님께서 '매듭이는 꼭 한달만에 올려보내라'를 강조하셨다고. 이게... 그렇게 강조하셨다니 왠지 두려워진다 ㅎㄷㄷㄷㄷㄷㄷㄷ 팀장님이 나를 그렇게 찾는건 누군가 들어가기 굉장히 어려워하는 지옥 프로젝트가 나왔다는 소리같은데 ㅎㄷㄷㄷㄷㄷㄷㄷ 안녕하세요 매듭입니다. 팀에서 지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_-;;;;; 이래야 할 것 같은 기분. 

그래도 뭐, 만나고 싶은 사람이 한가득이니. 바쁜 연말일정에 원하는 약속을 딱딱 빼서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진 모르지만 우선 서울로 가야지! 올해 크리스마스는 서울에서 보내야!

*

모두 감기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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