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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29 신념에 관하여

신념에 관하여

신념의 옳음은 무엇으로 증명할까?


정치, 사상, 종교... 매일같이 무수한 신념의 충돌들이 일어나는 세상이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이라면 적거나 많거나의 차이일 뿐이지 매한가지다. 오늘도 세계의 어딘가에서는 저 신념의 충돌이란 것으로 매일같이 피비린내가 자욱하다. 물론 단순한 신념의 충돌만이 아닐 게다. 허나 이득을 위해 일어나는 충돌의 경우에도 엄밀히 따지자면 내가 이득을 취해 너보다 잘살겠다는 굳건한 믿음이 있으니 그 또한 따지고 보면 신념의 충돌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그 무수한 순간에 매번 상대의 목을 따거나 폭탄을 끌어안고 적진으로 돌격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탕수육 소스를 부어먹느냐 찍어먹느냐를 가지고 싸우다가 탕수육 대신 상대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니가 옳으네 내가 옳으네를 가지고 다투지 말고 서로의 신념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는 찍어먹고 나는 부어먹으니 주방장 요리 나올때 반반씩 갈라 주시오 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게다. 이거야 뭐 대충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먹을만한 일반론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니 그렇다 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것이 반드시 옳기에 반드시 누군가들에게 관철시켜야 하고,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것이 옳은 것이다 라고 인정받아야만 한다고 믿는 신념이 있다면 어떨까?


이건 단순히 내 생각일 뿐이지만,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그렇게 대답할 것 같다. 일단 오래 살라고. 오래오래 살면서 스스로 그 신념을 지켜나가는 것이 굉장히 모두를 위해 좋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라고. 그것이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과도 끈질기게 소통해나가면서, 그것의 옳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들을 보완해 나가면서, 하나씩 둘씩 동조하는 이들을 만들고 무리를 이뤄나가면서. 또 그렇게 구성된 무리가 그 신념을 무리 밖의 사람들에게 너무 급하게 강제하거나, 무리 밖의 사람들을 배격하거나 하게 되는지 경계하고 또 경계하면서. 그렇게 스스로의 삶 자체를 하나의 신념으로 가득 채워 끝내 너를 미워하거나 증오하는 어떤 이들까지도 너의 그 신념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할 정도로. 변치 않고 오래오래 끝까지, 많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지금 당장보다는 천천히, 하지만 더 끈질기고 강하게. 그렇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묻건데, 인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이제 와서야 모두가 믿는 어떤 이들의 신념들중에, 그것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광신처럼 번져서 천지개벽처럼 이뤄진 것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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