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에 관하여


소문이 좋지 않았던 이를 만난 적이 있었다. 주변에서 뭐하러 만나느냐고 말을 들었다. 약속을 했으니 봐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더랬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소문에 대한 이야기는 딱히 꺼내봐야 좋을 것이 없다 생각이 되어 꺼내질 않고 있었는데 먼저 이야기를 꺼내더랬다. 무척이나 말끔하게, 소문의 일부가 사실임을 인정하고 어떤 부분들은 억울하기도 하지만 본인의 잘못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 그저 아쉬울 뿐이라 하였다. 그러냐고 웃으며 이야기하고, 살며 한번 실수정도 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느냐며 위로를 건네고 돌아왔더랬다. 워낙 사는 세계가 다른 사람이었던지라 더 가까워질 수는 없었으나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꽤 친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지금도 생각을 한다. 

소문이 영 좋지 않게 났던 적이 있었다. 소문이 증폭되는 과정을 리얼타임으로 듣다보니 영 억울하고 분한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사실 또 따져보면 그런 소문이 나게 된 책임도 스스로에게 영 없지는 않았던지라 그저 입을 다물었더랬다. 조금 더 정직하게 말하면 사실은 귀찮았더랬다. A-B-C-D 이런 식으로 소문이 흘러가며 A의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 한뭉터기, B의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 한뭉터기, C의, D의... 이런 식으로 소문이 무슨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꿈틀대며 몸집을 불리는데 그 와중에 뛰어들어 이놈 저놈 붙잡고 이건 아니고 이건 맞고 설명하기 귀찮았더랬다. 어차피 모조리 내 사람이 될 이들도 아닌데 알아서 떨어져 나갈사람은 떨어져 나가고 남을 사람은 내게 묻겠지라고 생각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더랬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건 예상처럼 그리되었더랬다. 

누군가가 굉장히 악의적인 소문을 내어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이를 만나게 되었더랬다. 굉장히 놀라웠던 것은 무엇 하나, 그 소문이 그렇게 쉽게, 더 독하게, 악의적으로 번져나갈 수 있을만한 성격이 아니었던 거다. 그것은 지나치게 엉성하고, 뜬금없고, 좀처럼 믿어질 수 없는 성격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확실하게 한 사람을 압사시킬 정도로 부풀려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다수의 이득'이었다. 한 사람을 그렇고 그런 것으로 만들어버림으로 인해 꽤나 많은 이들이 집단의 소속감이라거나, 동지애라거나, 선의의 피해자란 타이틀이라거나, 뭐 그런 식의 다양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더랬다. 정확하게 그 이유만으로 소문은 괴물이 되어 한 사람을 짓밟았다. 나는 우선 도망치라고 권유했더랬다. 그렇게,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문이란 괴물을 키워낸 집단으로부터. 그 뒤로 소식을 들을 수 없어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도 잘 도망칠 수 있었기만을 빌 뿐이다. 

이런저런 삶의 과정속에 소문이란 것에 대해 내가 깨달은 것은 그것뿐이다. 때로는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나랴 하는 말이 들어맞을 때도 있고, 모든 소문이 근거없는 헛소문이기만 한것도 아니다. 가끔은 소문의 순기능 덕분에 어떤 사람들이 좋지 못한 경험을 모면하기도 하고, 그것이 천만 다행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단 하나, 단 한가지만큼은 분명하다. 어떤 사람을 판단하는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때, 그 선택이나 판단의 기준이 [소문]만 가지고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것을 기반으로 스스로 그 상황, 그 사람에 대해 조금 더 파악하고 직접 경험해보고 부대껴봐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사회의 많은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스스로의 무엇도 없이 단지 어딘가에서 듣게 된 [소문]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재단하고 결정짓는다. 그래서 오늘도 이 사회 어딘가에선 사람들이 키워낸 그 소문에 소리소문없이 짓밟혀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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