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가 싫다 -_-;
내가 아부지한테 쇠의자로 얻어맞고 귀 뒤에서 콸콸 쏟아지는 피를 느끼며 병원 침대에 드러누워 12바늘을 꼬매는 동안에도 '아놔 이걸 또 사람들한테 뭐라고 얘기하냐' 따위의 한가한 고민이나 할만치 무딘 인간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과는 싫다. 싫어! 그냥 싫어! 그 냄새, 그 지이이잉 하는 소리! 러ㅏ내ㅑ조래ㅑㅂㅈ륒두루ㅏㅣㅈ둘 싫다고! 싫어! 왜 신은 인간에게 강철 이빨을 허용하지 않았...
휴으 -_-;
얼마 전 뭔가 뜨거운 국물을 먹다가 갑자기 찌리 - 하는 통증이 오길래 부들부들 떨면서 치과 예약 잡아놓고 이핑계 저핑계로 미루기를 2주간이나. 잠깐 그랬던 거였는지는 몰라도 또 안아프길래 그냥 쨀까 하다가 치과 간지도 오래 되었고 해서 댕겨왔는데... 으앜 싫어! 기다리게 하지 마! 소리 들리게 하지 말라고! 차라리 수면마취를 시켜줘!!!!! 의술이 이렇게나 발전했는데 어째서 스켈링은 여전히 그 전기톱 소리나는 그 뭐시기를 입에 쑤셔넣어야 되는거냐! 레이쟈 이런거 없냐! 으엌ㅋ커커키ㅓ림아ㅓㄹ;ㅣㅇㄻㄴㅇ
하악 -_-;
다행히 생각보다 상태가 양호해서 당분간 잇몸치료 받는걸로 그쳤지만... 어제 저녁부터! 내일은! 치과가야 한다는 생각에! 출근까지 하기 싫어서! 내가! 꿈도 뭔가 호러물이고! 앙! 그런 의미에서 남겨보는, 이래저래 잡담글.
*
새 길 찾아 떠난다는 후배놈에게, 일주일 후 뵙겠습니다 -_- 하며 유예기간을 줬더니 정확히 일주일 후에 역시 가겠습니다 하기에 쿨하게 팀장님 접견시켜드렸다 - 는 개뿌리. 쿨하지 못해 미안하다 이놈아. 여러모로 아쉽기 짝이 없다. 나름 촉망받는 인재였던 것도 그렇고, 경기권 프로젝트로 출퇴근도 여의치 않은데 가게 되어서 좀 우려했던 부분이 이런 형태로 나타나버린 것 같아서도 그렇고, 이제 좀 뭘 맡겨도 미덥구나 싶게 제구실 할때 되었는데 간다는 것도 그렇고, 본인의 입장을 생각해봐도 한 한해만 더 해보면 제법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어찌되었거나 선택이 그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것도 그렇고. 팀장님은 같이 술한잔 하면서 한번 맘 돌려봐주길 바랬던 눈치셨는데 또 그, 선배 가오라는게 그런게 아니잖슴까. 맘 떠나는 놈 잡아보자고 이런 말 저런 말로 본인으로써도 어렵게 결정 내린것을 흔들고 뒤집고 하는것도 선배로써 할짓이 아니지예 - 라는 생각으로 그냥 사무실에 쳐박혀 있었더랬지.
이게 하필이면 아버지한테 받았던 데미지가 좀 회복된다 싶은 시점에 크리티컬로 들어온거라 지난주쯤에는 정말 일이고 나부랭이고 의욕이 뚝 떨어져버렸더랬다. 마침 이번주에 올해 신입사원 입문교육 떠나는 아해들이 있어서 그간 짬짬이 교육도 해주고 그러고 있었는데 의욕이 뚝 떨어져버리고 나니까 그것도 버겁더라. 후배 잘 키워놓으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꿈 찾아 떠나겠지. 꿈 찾아 떠나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 -_- 뭐 이런 기분. 그와중에도 도리는 해야지 하면서 교육 가기 전 주의사항 일러 주고 살뜰히 밥 챙겨먹인 후에 보내긴 했다마는.
뭐 근데, 막상 팀장님 면담에서도 맘을 돌리지 않고 한달 후 퇴사 확정! 이렇게 되고 나니까 또 뭐 그냥 좀 차분해 지더라. 갈 사람은 가는거고,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의 몫이 있는거고. 언제나 그렇게 받아들여 왔잖냐 -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떠나는 사람 바람에 휩쓸리지 않게 남은 애들 잘 다독이고 그래야지. 회자정리 거자필반이요 인연이 닿으면 언제 어떤 모습으로건간에 다시 함께 일하게 되거나 만날 기회도 생기것지. 안그런가 자네. 다만 행운을 빌지. 굳이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장가는 좀 빨리 가라. 타이밍 놓치면 그냥 안녕인것이여. 특히나 남녀간의 타이밍이란것은, 한번 어긋나면 그 생에선 그것으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자네도 얼추, 머리로는 알고 있을텐데?
*
몇주 전 우연찮게 블로그 돌아다니다가 굉장히 역한 글을 보고 울컥해서 떠난지 오래된 그곳에 로그인해서 글까지 휘날릴뻔 했는데 그냥 아서라 - 라는 심정이 되어 그만뒀더랬다. 그 얘길 우연찮게 즐거운 술자리에서 하다가 글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글쓴이 닉넴이 뭐였는지조차 잊어버린(그땐 술취해서 그런게 아닌가 했긴 했는데;) 걸 알고 정말 싫었나보다 - 라고 하고 넘어가버렸더랬지. 근데 오늘! 치과 스트레스로 아침부터 일도 못하고 블로그나 둘러보고 있던 오늘! 찾았다. 그 글을 찾은게 아니라 뭔가 개인적으로 읽기엔 참 거시기한 문체의 글을 문득 보고 어? 하며 몇페이지 넘겨보다가 아 이거였구나 했더랬지. 새삼 다시 읽어봐도 오만과 허세와 오지랖과 느끼함이 비빔밥처럼 어우러져서 -_- 개짜증이 나는 글. 뭐 근데 그게 그냥, 이글 저글 몇개를 들여다보니 그냥 이 냥반도 별 생각 없이 감수성 발동하셔서 끄적인 것이겠구나. 뭐, 세상에 넘쳐나는게 뻘글들인데 일일이 스트레스받을 이유가 없지 하는 생각에 그냥 픽 웃고 덮고 말았다. 행여 죽자고 달려들었으면 꼴 우스울뻔 했다. 그저 개인의 감상글에 달겨들어봤자;그냥 뭐 그러고 다시는 갈 일 없는 그 블로그 창을 닫았는데 그러고 나니 좀 찝찌름 - 하여 여기에나 좀 깨작대고 말련다.
난 어떤 사람의 외형(생김새나 차림새)으로 그 사람의 삶이나 사상, 환경들을 넘겨짚는건 그 사람이라는 하나의 인격체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 간단히 예를 들면 이런거야. 내가 길을 가다가 엄청시리 야한 여자를 봤어. 짧은 미니스커트에, 현란한 무늬의 망사 스타킹에, 짙은 화장에... 그런 여자를 보고서 '와 섹시하다!' 혹은 '와 한번 자고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뭐 본능의 영역이고 그런것이니 패스. 만약 그 여자의 이미지가 네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어떤 경험들과 결합해서 '술집여잔가?' 뭐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 거기까지도 머리속에 조건반사적으로 생성되어버리는 어떤 생각을 스스로 모조리 통제할 순 없을테니 잘하는건 아니어도 그렇다 치자 이거야. 근데 그런걸 어디 가서 읊조리거나 이놈 저놈이랑 얘기하며 마치 그런 것이 그런 것인것마냥 - 얘기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얘기지. 존나게 고상한 말투로 '아, 저 여인은 얼마나 많은 남성을 가녀린 육신 위에 얹었더랬을꼬' 이따위 소릴 지껄여봐야 더 역겨울 따름이라고. 반대도 마찬가지인 거지. 서울역에 있는 노숙자를 보고 '저 사람은 어쩌다 저렇게 되었을까?' 라고 생각해볼 수는 있을지언정 '아! 정말로 비탄에 가득한 얼굴이로구나. 분명 사업 실패 따위로 가족과 자식들에게까지 버림받았을테지' 이따위 얘기를 주절주절 하는건 잘못되었다는거다. 막말로 누가 자네를 보며 '아! 참으로 마주하기 어려운 얼굴이로구나. 저 사람은 태어나서 여자를 만나본 적이나 있는걸까?' 이따위 얘기를 어디 가서 누가 하고 있다고 하면 소름 끼치지 않겠냐고.
스스로의 오만을 싸구려 동정 따위로 포장해서 스스로 뭐라도 되는냥 굴지 말란 얘기야.
*
WBC... 는 할 말이 없다 -_- 노 코멘트. 아 생각만 해도 위염이 일어나는;;;;;
그나마 우리 애들 다친데 없이 돌아와서 다행이지. 하으, 시즌 개막까지 한달 남았구나. 하기사 뭐 WBC에서 연전연승 했다 해도 사무실에서밖에 못보는 신세였을테니 잘된걸지도.
*
그나저나, 이 재가 된 집중력을 어떻게 다시 끌어모은다 -_-;
뜬금없이 노래방 가고 싶은 날이로고(먼산)
'가장보통의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있는 인생 (4) | 2014.07.22 |
---|---|
냉면 (2) | 2014.07.21 |
1년만의 우울 (7) | 2013.02.25 |
가족의 탄생 - 2 - (30) | 2012.03.31 |
가족의 탄생 - 1 - (2) | 2012.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