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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05 단상 정리 2

단상 정리


오랫만에 여름의 맨얼굴과 대면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씨다. 하기사 지겹게도 내린 비였다. 태풍의 영향인지 어제 내린 비의 영향인지 여전히 느껴지는 찐득한 습기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여름다운 날씨라 할만하다. 생각해보면 여름은 청춘을 쏙 빼닮았다. 양동이로 쏟아붓는듯한 빗줄기가 쏟아지는 장마도 그렇고, 장마 후의 자비없는 폭염이 또한 그렇다. 적당함을 모른다는 것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또 나는 항시, 내 주변의 청춘들에게 여름다움을 바라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겉잡을 수 없이 불타오르거나, 장마철의 강바닥마냥 깊게 잠기거나, 그런 굴곡들 자체가 청춘이어서 그렇다는 것을, 또 청춘을 떠나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을 알고 어쩌면 괴로울지도 모르는 그 시간들을 가급적 유쾌하게 겪어내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올해의 지루한 우울과 가슴이 다 타는 듯한 뜨거움을 견디어낸 나무들이야말로 한해 한해 거듭해갈수록 더 생생한 푸르름을 자랑하게 될 거라 자신있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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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많이 타는 이들일수록 타인의 호의를 쉽게 감지하게 된다. 굶주린 사람이 음식냄새를 가장 빨리 맡는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그것도 항상 장점일 수는 없다. 이를테면 누군가로부터의 호의를 빨리 감지해내기는 하지만 그 호의의 유형에 대해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 마땅히 내쳤어야만 하는 호의를 덥썩 받아들여 여러모로 낭패를 보게 되기 십상이다. 허나 그런 부분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가며 경험을 쌓음으로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기본적으로 그런 것 - 사람과 사람사이에 느끼는 좋은 감정이나 나쁜 감정 - 들에 감이 좋은 것은 역시 많은 경우에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것이다. 어떤 사람들을 보면 그, '빈 것'을 참 견디어내지 못한다. 남한테는 있고 나한테는 없는것, 나한테 모자란것, 나한테도 제법 있으나 더 가지고 싶은것. 하지만 그렇게, 어떤 것들은 스스로에게 부족하고 모자란것이 멀리 보아 스스로에게 나쁘다고만은 죽어도 할 수 없는 노릇이라는 거다. 조금 덜 사랑받았던 것, 조금 덜 가지고 자랐던것, 그런것들이 스스로에게 독이 되는 경우는 오히려 스스로 그런것들이 부족하고 모자라니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쫓길수록 오히려 더 그 빈 것들이 더 크게 느껴져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모자라고 부족한 것에 대해 분명히 인지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 모자라고 부족한 것들을 채우는데 지나친 조급증을 부리면 정작 그 비어있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까지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스스로를 모조리 비워낸 듯한 느낌조차도 멀리 보아서는 좋은 것들을 남길 수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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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마음의 창이다. 눈빛만큼 감추기 어려운 것도 없다. 어떤 사람에 대해 깊이 알고 싶거든 가능한 똑바로 눈빛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여라. 눈빛에 써있는 메세지들을 가만가만 읽어보라. '관찰'하듯 바라보란 얘기가 아니다. 당장 그 눈빛에 담겨있는 무언가들을 스스로 읽어내지 못한다고 답답해하며 가슴 칠 필요도 없다. 눈맞춤이란것은 꽤나 놀라운 효과가 있어서, 눈을 맞추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시간이 평온하고 안정적일수록 서로에게 서로의 눈빛에 담겨있는 암호를 해독하는 코드가 저절로 입력되고는 하는 법이다. 상대가 허락하는 만큼 상대와 눈을 맞추면 되는거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당신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시야를 옮기려는 상대의 멱살을 붙잡고 고개를 돌릴 생각같은 것은 하지도 마라. 물론, 당신이 어떤 마음을 담아 상대를 바라볼적에 상대 역시 당신의 눈을 통해 그 마음을 충분히 읽어낼 수도 있다는 사실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당신이 아직 상대에게 감추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예를 들어 세상의 무수한 누군가의 '오빠'들은 이런 질문을 들을 때도 있을 것이다. '오빠는 가슴 큰 여자가 좋아 다리 예쁜 여자가 좋아?' 그런 순간에 그냥 되는대로, 입에서 튀어나오는대로 얘기하기 전에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면 정답이 적혀있을 것이다. '나야 당연히 네가 좋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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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자네, 매력있는 나쁜남자와 그냥 진상 찌질이와의 차이를 아는가?
뭔데?
니가 좋아하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나쁜남자. 니가 싫어하면 그냥 진상 찌질이.
천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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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광합성을 한듯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어쩐지 오늘은 '모두 섹시한 금요일 밤 보내세요' 라고 인사하고 싶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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