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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8 S에게 2

S에게

Dear. S

그러니까, 우여곡절끝에 겨우겨우 두번 얼굴을 봤지만 야근 때문에 늦게 가는바람에 네가 그때마다 꽐라가 되어있길래 못했던 얘길 하는건데.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의 목적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라면 역시 개인의 행복이다. 사람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더 쉽게, 편하게, 근사하게 등등이 최종적으로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 가정한다면)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반대로 그 관계가 스스로의 행복한 삶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그 관계를 파기할 자유가 있다. 물론 관계의 유형에 따라 관계의 파기시 물질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들은 있을 수 있으나 그러한 관계들조차 책임을 이행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면 역시 관계에 포함되어 있는 두 사람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다는 이야기다. 매우 복잡하고 특별한, 예외적인 관계들을 제외하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맺는 관계들은 모두 같은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 친구를 사귈적에도 그렇고 연인을 사귈적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가 결혼이라고 부르는 관계 역시, 미묘한 차이정도는 있으나 그것이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라는 기본적인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대단하고 엄청난, 상상을 뛰어넘는 도덕성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이혼'이라는 사실만으로 어떤 사람에 대해 부당한 편견을 가지거나 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다. 사랑해서 만나고 연애하고 헤어질 수도 있듯 사랑해서 만나고 결혼하고 그러다가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헤어질 수도 있다. 남자건, 여자건 마찬가지다. 이혼을 했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 뭔가 엄청난 흠결로 취급되는 것은 부당한 일이고 사회적인 폭력이다. 나는 내가 세상 사람들의 부당한 편견을 모조리 바꾸거나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니까.

마, 괜찮아. 인생 끝나는거 아이다. 가슴 쫙 펴라. 주문처럼 외워. 나는 더 행복해질 자격과 권리가 있다. 별거 없다. 큰일나는거 아이다. 괜찮다고. 기죽고 그러지 마라. 십수년전에 내가 처음 너를 봤을때도, 그리고 지금도, 넌 충분히 많은 장점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라고. 그깟거에 기죽지 마라. 너는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했지만, 선택의 결과가 좋지 못했을 뿐이야. 다음의 선택에 더 신중하면 되. 특별히 운이 대단히 없는것도, 무슨 불행의 별 아래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괜찮아. 그러니까 기운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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