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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09 이별 후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 4

이별 후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


이별 후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그동안 주고받은 편지나 선물같은 것이 아니다. 휴대폰이며 메일이며 어디며에 등록되어있는 그의 연락처와 주소들을 휴지통으로 이동시키는건 맘 내킬때 단순한 손가락 놀림 몇번으로 끝이 나는 일이다. 그보다 더, 이별 후 가장 우선적으로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의 기대다. 헤어졌지만... 그래도... 로 시작되는 모든 기대들을 버려야 한다. 그것이 당신을 좀 더 큰 상처로부터 보호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아직, 이별 후에도 어떤 일련의 기대감들을 품고 있다면 그것이 어떤 종류의 기대건간에 그것을 내려놓길 바란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서도. 

사랑을 하고, 연인이란 이름으로 어떤 시간들을 함께 공유했던 관계였다면 그것이 아무리 쿨하고 시원하기만 한 관계였다 하더라도 이런저런 끈적함들이 남아있게 마련이다. 절대 가위로 서걱서걱 잘라내듯 한순간에 모든것들을 정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란 거다. 그렇게 남겨진 것들을 들춰보면 바로 그 기대감들이란것도 어느 정도, 따져보면 제법 큰 정도로 자리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헤어진 그 사람이 빠른 시일 안에 새로운 연인을 찾지는 않을거란 기대감, 나만큼이나, 혹은 나보다 더 슬퍼하고 괴로워할거라는 기대감, 반대로 구질구질해지지 않게, 쿨하고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해줄거라는 기대감, 헤어져도 친구로 지내자던, 연애를 하고 있을 적에 했던 이런저런 약속들을 지켜줄거라는 기대감 등등 말이다. 지난 사랑을 돌이켜보는 것도 좋겠다. 당신은 과거 어떤 이별 후에 어떤 기대감들을 품었더랬나? 그리고 그 기대감들은 얼마나 충족되었더랬나?

우리는 안다. 자타가 공인할 만큼, 참 어디 모자란데 없이 멀쩡한 사람이더라도 아픈 이별 후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당혹감을 선사할 만큼 망가져버리곤 하는 경우가 있다는것을. 어떤 이별들은 그렇게나 아프다는 것을. 당신도 어쩌면, 어떤 날들에는 이별 후 내가 왜이러지 내가 미쳤지 머리를 쥐어뜯고 이불속에서 하이킥을 날리면서도 그 아픔에, 슬픔에 그냥 몸부림치던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어떤 이별 후에 어떤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지는 누구도 감히 단언할 수 없다. 그 사람을 아무리 잘 아는 사람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정말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그야말로 식스센스급의 반전을 보이며 초진상 엽기남으로 돌변할 수도 있고, 오히려 연애할적엔 그다지 좋은 기억들을 남겨주지 못한 이였지만 의외로 이별 후에 오히려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물론 이별 후, 당신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그 일련의 행동들이 반드시 그 아픔때문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슬프게도 어쩌면 그/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사랑하고 연애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가진 모든 면들을 완전히 다 안다고 매번 자신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결국 분명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유를 찾을 수도, 찾을 필요도 없다. 백날 저 사람이 왜 저러지 머리를 쥐어뜯고, 실망스러운 마음에 가슴을 태워봐도 이미 되돌릴 길은 없다. 이러저러해서 그럴거야 - 라고 애써 스스로를 납득시켜 보려고 해도 제대로 될리가 없다. 결국 실망과, 배신감과, 풀어낼 길 없는 의문과 지난 연애에 대한 회의감들이 당신이 느끼고 있을 이별 후의 고통을 배가시킨다. 나날이 더해가는 고통속에 괴로워하다가 어쩌면 더 나은 관계로 머물 수 있었던 관계는 종료된다. 바로 이것이 당신이 이별 후에 가장 먼저 '기대감'을 버려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나는 당신이 이별을 당했건, 스스로 이별을 선택했건간에 이 사실 하나만큼은 인지하였으면 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을, 그리고 당신의 그 지난 사랑이 가급적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이별 후에는 그 어떤 기대감이라도 내려놓으시라. 살아가며 모든 경우에, 기대했던 만큼 커다란 실망만이 돌아오는 삶은 없겠지만 적어도 그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당신의 기대는 무너져내리고 당신은 기대했던 만큼의 아픔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 만약 과거의 사랑과 이별에서 다행스럽게도 그렇지 않았다면 그건 그냥 운이 좋았던거다. 당신이 매번 운좋은 사랑과 운좋은 연애만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별 후엔 그저 조용히 스스로에게 집중하시라. 상대가 이러저러하게 행동해주겠지라고 기대하지 마시라. 그저 조용히 아픔을 달래고 스스로를 돌보라.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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