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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5 일은 일, 사람은 사람.
  2. 2010.07.06 더 사람다운 기술, 더 따뜻한 서비스 8

일은 일, 사람은 사람.


팀 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일 굇수(?)'를 꼽으라면 C부장님과 C차장님이다. C차장님이야 일 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쳐 내가 자신있게 롤 모델이라고 얘기하고 다니시는 분이시고 C부장님은 조금 캐릭터는 다르지만 일단 '일'에 대해서만큼은 뭐 누가 토를 달 건덕지가 없이 끝장나는 분이시다. 사실 C부장님이 C차장님의 선배기도 하시고. 

일에 대해서는 뭐 그렇게 거의 쌍벽을 이룬다 하는데 위에 얘기했듯 두 분의 캐릭터는 엄청 다른게 좀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간단한 차이는 리더쉽의 차이. C차장님이 함께 으쌰으쌰 - 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면 C부장님은 파워 리딩(-_-;), 나를 따르라 스타일. 그 외에도 이래저래 참 다르신 두분인데(심지어 외모도 좀 마이 달라) 어느날 문득 발견한 두 분의 공통분모가 있었으니, 이런거였다. 

일과 사람의 분리 - 라고 해야 하나. 

처음에 그걸 봤을땐 참 적응이 안되었더랬다. 이를테면 스타일이 다르시니 일하다가 다른 사람 갈구는 횟수야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일단 갈구면 두 분 다 장난 아니게, 사람 뼈와 살을 분리할 기세로 갈구신다는 공통점은 있다. 근데 더 재미있는건 두 분 다 뒤끝이 없고 깔끔하다는 거다. 아니 뭐랄까, 정말 첨엔 과장 좀 붙이면 무슨 이중인격같았어. 일때문에 막 옆에서 보기에도 사지가 오그라들게 사람 갈군게 바로 몇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딱 그 몇시간 지나고 나서 저녁먹는 자리나 술자리나 가지고 그러면 이게 완전히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그런거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주변에서 보기엔 꽤 놀라울 정도. 그게 뭐 정말 갈궜으니 잘해줘야지, 채찍과 당근이제! 이러면서 의식적으로 하는거면 어느정도 티가 날텐데 그게 도무지 아닌것 같은거다. 의식적으로는 저런 표정과 저런 멘트와 저런 것들이 나올 수가 없어! 저건 분명 해리성 인격장애... 가 아니고, 아무튼. 

그게 참 놀랍기도 했던게 아니 어떻게 사람이 그러냐. 아무리 일때문에 티격태격한거라 해도 일단 치고받고 했으면 앙금같은게 남게 마련이지. 근데 그게 전-혀 없는거다. 아니 속으로야 어떨지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태도에서 전혀 그게 드러나질 않아. 이게 정말 처음엔 와 - 했었더랬다. 저것도 짠밥을 먹으면 되는건가. 짠밥을 먹고 통이 커지는건가 아니면 짠밥을 먹고 싫은 것도 티를 안내는 스킬이 느는 건가. 거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로세. 뭐 그런 생각들을 한참 전에 했었더랬다. 대략 두어해쯤 전이었나. 그런데. 연말 연시부터 헬로 끌려들어와서 어느 순간 갑자기. 

뭐여, 이런거였나. 어느 순간 카피하고 있구나 또. 

이게 그러니까 정말, 우리팀에서 하는 프로젝트도 아니고 옆팀 프로젝튼데 빵꾸가 났다는걸 처음엔 팀장님이 다른 대리님께 지원좀 해주라고 얘기했다가 아으 팀장님 제발, 거기 프로젝트 담당자가 쒯이에요. 말이 안통해요. 저는 도저히 발담구기 싫네요 하고 고사하는 바람에 또 러시안 룰렛 탄환을 (-_-;) 내가 맞고 온건데 왔더니 과연 명불허전인게다. 경험이 부족해서 우왕좌왕하는건 그렇다치고 도저히 이렇게 되기 힘든 프로젝트를 이모양까지 끌고 왔음에도 여전히 고집만 세고 좀처럼 뭘 같이 얘기하거나 하려 들지를 않고... 연말만 해도 정말 빡쳤더랬지. 솔직히 까놓고 양팀 팀장님들에게 딱 메일로 분석된 문제점만 딱딱 정리해서 보내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으로 갈아치우자, 차라리 내가 끌고 가겠다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더랬어. 

아으 근데 그게 정말 망할놈의 성격상 (ㅠㅠ) 고자질같은 느낌이 자꾸 들고 그래서 메일을 썼다 지웠다 하며 옆에서 한말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체크하고 체크하고 체크하고 계속 압박해가며 어느정도, 대형 똥 두개 빼고는 정리되어가는 분위기를 만들어놨는데 그게 어느 순간 보니 그러고 있더라. 업무시간엔 옆에 붙어서 계속 쪼고 말하고 은근히 갈구고 압박하고 그러고 있다가 뭐 맨날 야근이니 둘이 같이 저녁먹으러 가고 그러면 또 엄청 사근사근하게 대하고 있어(...) 워낙 말수가 적은 분인지라 먼저 막 이거저거 물어보고, 올해부터 팀이 바뀌어 같은 팀이 되었으니 이거저거 알려줘야겠다 싶어서 얘기도 해주고, 가족 얘기나 그런것도 먼저 물어보고 같이 얘기하고. 아 정말 처음에 와서 일 벌어진 모양새 보고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지 못하겠구나 우아아앙? 이런 기분이었는데. ㅎㅎ 그게 스스로 우습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니까, 일단 저거 좋다 그러면 잘 배우는 편이라니까. 좋아하는 사람의 어떤것들은 쉽게 닮는 스타일이고. 

하기사, 일이 죄지 사람이 무슨 죄가 있것냐. 그분이라고 좋아서 하루 네시간씩 출퇴근시간 써가면서 한살짜리 아이와 임신한 와이프를 두고 불철주야 하고 있것어. 뭐, 그런 생각을 하면 또 짠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사담을 나누다 보니 사람은 또 참 착해. 되게 순하고, 다만 말수가 원체 적고 말주변이 좀 없고... 그러니 뭐. 그래, 일이야 잘 되지 않으면 둘다 고생만 하고 욕만 쳐듣게 될 수 있으니 일은 일단 잘 되게 해야 하는건데 사람에 딱히 거릴 두진 말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마인드. 그래서 조금 숨고를 때 되면 철수하기 전에 황량한 벌판에 떨렁 하나 있는 통닭집에서 맥주라도 한잔 하자고 약속했다. 술도 잘 못드시는 분이라 뭐 아쉽긴 하지만. 남자끼린 그래도 소주잔을 들고 잔부림(?)을 해봐야 되는건데!

일은 일. 사람은 사람. 그리고 일은 일. 삶은 삶. 어찌되었건간에,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와중에서도 그래도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는것들이 쌓여서 재산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오늘은 왠지 흥겨운 기분. 뭐, 이런 맛이 있어야 일도 하는거제. 자, 오늘도 기운내서 막차시간까지 일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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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람다운 기술, 더 따뜻한 서비스  (8) 2010.07.06

더 사람다운 기술, 더 따뜻한 서비스

기술은 사람을 고립시키는가, 아니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가. 빛과 어둠처럼 그 두가지 측면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그 어둠을 줄이고 빛을 키워낼 수 있는가. 더 나은 기술, 더 나은 서비스를 통해 그런 기술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극복이 가능할것인가, 아니면 기술의 발전 자체가 필연적인 사람의 '고립'을 유발하는가.

- * -

바야흐로 스마트폰의 전성시대다. 포탈 뉴스나 출근길 무가지에서 하루라도 스마트폰 관련된 소식이 끊이는 날이 없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능의, 더 멋진, 더 놀라운 기능들을 탑재한 제품들이 쏟아져나온다. 손안에 들려있는 까만 기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검지를 이리저리 바삐 놀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미 왠만큼 사람들이 모인다 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이 되었고 일하는 도중에 전화를 받고 달려나갔다가 택배상자를 들고 의기양양한 개선장군처럼 들어오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이쯤 되니 얼리어답터와는 이만광년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써야 하는 백가지 이유'를 자꾸만 만들어내며 강림하려는 지름신의 유혹을 하루하루 이겨내기 힘들 지경이다. 아마도 언제나 최신의, 휴대용 IT기기에 대한 지름신의 유혹에 시달릴때 일어나는 해묵은 의문들이 아니었다면 벌써 쇼핑몰의 구매버튼을 클릭해도 열번은 클릭했을 일이다.

주변인들에겐 종종 얘기하곤 하지만 나는 휴대용 IT 기기에 대해 대부분 조금 거리를 두는 편인데 그 이유가 바로 저 위에 나열해놓은 의문들이다. 언뜻 보면 뭔가 굉장히 복잡해보이지만 사실 그냥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그런것이다. 의문이라기보다는 그저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혹은 함께 있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손에 들린 작은 기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뭔가 부지런히 검지를 놀리고 있거나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외로운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물론 그렇게 각자 나름대로의 목적을 가지고 대중교통 이용시간이며 뭣이며 자투리 시간을 바지런히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왕따같이 보인다거나 한다는 얘긴 전혀 아니다. 그저 뭐랄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지키며, 각자의 세계에 몰입해있는 그런 풍경. 그 전체의 모습이 그저 가끔씩 그렇게 비춰진다는 것이랄까.

하지만 또 생각을 달리해보면 요즘 같은 세상에서야 기술은 고립을 부추긴다기보다 사람들사이에 연결을 더 넓게, 더 빠르게, 더 쉽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니 마냥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만한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나만 해도 만약 지름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스마트폰을 쓰게 된다면 그동안은 워낙 이것저것 한번 뭘 쓰기 시작하면 주구장창 떠들어대는 습성때문에 외면해왔던 마이크로블로깅 - 그러니까 트위터에 가입해서 사용해봐야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예 스마트폰 구매 자체를 그걸 위한 용도로 맞추기 위해서 자판이 달려있는 옵티머스Q 발매소식에 굉장히 흔들리기도 했었더랬고.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과 쉽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고, 바다 건너건 대륙 건너건 지구상에, 인터넷이 닿는 곳에 존재하기만 한다면 누구와도 소통을 이어갈 수 있는 세상. 어떻게 보면 황당하리만치 놀라운 커뮤니케이션의 확산, 그것들이 기술 발달로 인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노릇 아니던가.

물론 거기에다가 블로깅을 시작한 이후로 쭈욱 생각해왔던 소통의 양과 질에 대한 문제, 기술이 소통의 양을 늘여줄 순 있어도 소통의 질적 향상에는 정작 크게 기여할 수 없는게 아닐까 하는 고민, 뭐 단편적인 에피소드에 불과하겠지만 얼마 전 읽은 스마트폰 과부가 늘고 있다는 웃지 못할 기사 같은것들, 그런 소소한 생각들이 결합되기 시작하면 저렇게나 생각의 고리가 커져버리고, 좀처럼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풀어낼 수 없는 질문들만이 머리속에 동동 떠다니게 되어 답답하게 되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확언할 수 있는것은 그런 정도일 것이다. 분명 기술의 발전이라고 하는것이 불러오는 것은 흑백의 양면이 있을것이고, 보다 바람직한 기술의 '활용'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는것.

그리하여 그쯤까지 생각이 흘러가게 되면 언제나 그 의문들 틈바구니에서 제일 크게 등장하게 되는 의문은 그런것이다. 어떤 기술을 통한 어떤 서비스로 사람과 사람이 사람을 향하게 만들것인가. 구리선 너머, 아니 전파 너머 이어지는 소통들의 질적 향상을 꿈꿀 수 있는 서비스는 어떤것들이 있을까. 그렇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사람들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것이 과연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바람직한 시도가 될 것인가 아니면 끝내 그 어두운 단면들을 극복해낼 수 없는, 한계를 넘지 못하는 어떤것이 될것인가. 그냥 딱 잘라 말해서, 좀 더 사람냄새 나는, 뜨끈뜨끈한 그런 기술, 그런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가능할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는 것이랄까(뜨끈뜨끈하다고 해서 발열이 많이 되는 기계를 생각하면 낭패다)

아아, 그래서 회사 휴게실에 걸려있는 공짜폰 광고를 보고 다시 시작된 지름신의 유혹을 오늘도 복잡하고 풀리지 않는, 어쩌면 앞으로 적어도 IT 바닥이라는 이 바닥에서 먹고 사는 동안은 쭈욱 계속될 것만 같은 묵직한 질문들로 억누르며, 오늘도 열어놨던 브라우저의 쇼핑몰탭을 그대로 닫는다. 그리고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옆에서 모 차장님께서 몇일전 구매하신 최신 PMP의 장점을 열거하시며 열변을 토하신다. 아아, 세상은 넓고 유혹은 많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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